사고만 나면 '사망'…덤프트럭은 어쩌다 '살인트럭'이 됐나?

양희문 기자 2023. 7. 15. 06: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각지대 넓은 탓에 시야확보 어려워…안전장치 설치 보조금 지원 주장도
잇단 사망사고에 '시내주행 제한' 목소리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전국=뉴스1) 양희문 기자 = 지난 12일 울산에서 40대 여성이 후진하는 덤프트럭에 치여 숨지는 등 대형 화물차에 의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차체가 높은 탓에 운전석에서 보행자가 잘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잇따른 덤프트럭 사망사고에 시급히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도로 위 덤프트럭…사고만 나면 '사망'

지난 12일 오전 11시20분께 울산시 남구 울산신항 에너지터미널 오일탱크 공사현장에서 신호수 일을 하던 40대 여성 A씨가 덤프트럭에 치였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트럭 운전자는 후진을 하다가 A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0일에는 경기 고양시 한 도로에서 60대 여성 B씨가 자전거를 타고 길을 건너다가 우회전하는 27톤 덤프트럭에 치여 현장에서 사망했다. 당시 트럭 운전자는 서행했지만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했다. 또 운전자석 시야에서 A씨는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5월10일 안양시 만안구 명학대교 부근 이면도로에서는 자전거를 탄 30대 남성 C씨가 우회전하던 14톤 덤프트럭에 치였다. 트럭 운전자는 사람을 쳤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앞바퀴에 끼인 C씨를 달고 900여m가량을 질주했다. 결국 B씨는 숨을 거뒀다.

지난달 1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도로에서 덤프트럭이 경형트럭과 승용차, 오토바이를 잇따라 들이받아 2명이 숨지고, 2명이 크게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독자 제공) 2023.6.15/뉴스1

◇사고 원인은 사각지대?…"경각심 필요해"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보행자를 쳐도 인지하지 못할 때가 많다. 덤프트럭처럼 차체가 높은 차량의 경우 차체에서 반경 1~2m 부근은 거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 탓에 잠깐의 부주의로 한눈을 팔았다간 사각지대 내로 들어오는 보행자를 보지 못하고 사고를 내기 십상이다.

10년째 화물차를 몰고 있는 김중근씨(45)는 "오토바이나 승용차도 사각지대에선 안 보이는데, 보행자는 보이겠느냐"며 "우회전하다가 사고를 낼 뻔 한 적이 몇 번 있다. 모든 화물차 운전자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과 전문가도 사각지대가 큰 덤프트럭은 더욱 경각심을 갖고 운전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교통법규 위반 등 잠깐의 부주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고양시 덤프트럭 사망사고도 운전자가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해 발생했다.

경찰 관계자는 "덤프트럭은 사각지대가 넓은 데다 차체도 무거워 사고 시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운전자 스스로가 교통법규를 항상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채홍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여러 제도가 마련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화물차 운전자가 주의하는 것"이라며 "운전자는 사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안전운전을 하는 등의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잇단 사망사고에 겁에 질린 시민들…"시내주행 제한하자"

덤프트럭 사망사고가 보행자가 많은 도심 곳곳에서 잇따르자 시민들은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남양주에 사는 김주찬씨(35)는 "집 근처에 건설현장이 있어 덤프트럭이 자주 지나다니는데 우회전 일시정지 의무를 지키는 트럭을 보지 못했다"며 "트럭들이 빠른 속도로 지나갈 때면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고 토로했다.

덤프트럭의 시내주행을 제한하는 장치를 마련해 사망사고를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위험물 수송차량의 도심 운행이 제한되는 것처럼 덤프트럭도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정부에서 화물차의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안전장치 설치 보조금을 차주에게 지원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보행자가 많은 위험지역에는 덤프트럭 운행 시간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보행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며 "차량 주변 360도를 빠짐없이 볼 수 있는 ‘어라운드 뷰’ 등과 같은 안전장치 설치를 위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1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조합원이 화물안전운임제 지속·확대 촉구 선전전을 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날 화물연대에 대한 고발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화물연대가 총파업 과정에서 소속 사업자에게 파업 동참(운송 거부)을 강요하거나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했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세 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시도했으나 화물연대 측이 건물 진입을 거부함에 따라 무산된 바 있다. 2023.1.10/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화물차주 "과로·과속·과적 등 환경적 문제 커"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개인의 책임보다 제도적 문제가 더 크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화물차 기사들은 과로, 과적, 과속을 일삼을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여있는데, 이 점이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지난 1월1일 폐지된 '안전운임제'를 부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운송 종사자들의 적정임금을 보장해 과로·과적·과속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2020년 도입된 제도로, 화물차주와 운수 사업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다.

박귀란 화물연대 전략조직국장은 "화물차주들은 운수사업자들의 일방적 운임 결정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등 을의 상태에 놓여있다"며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화물 노동자들은 무리한 노동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덤프트럭 운전자들은 장시간 운행에 따른 과로로 주의력이 떨어지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는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를 보장해 관련 사고를 예방할 의무가 있다. 안전운임제를 재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yhm9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