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수? 자충수?...與, '원희룡 백지화' 손익계산 분주
[앵커]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백지화를 전격 선언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결정을 놓고 여권 내부에선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습니다.
야권의 무분별한 공세에 한 방을 날린 승부수란 평가가 있는 반면, 총선 앞 지역 민심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는 기류도 적잖습니다.
이종원 기자입니다.
[기자]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제기된 양평고속도로 사업을 백지화하겠다는 원희룡 장관의 발표는 예상치 못 한 일이었습니다.
종점이 변경된 노선을 재검토하겠단 수준을 넘어 아예 사업을 중단해 버렸기 때문입니다.
[원희룡/국토교통부 장관(지난 6일) :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습니다. 제가 전적인 책임을 집니다. 저의 정치생명과 장관직을 걸었지 않습니까, 민주당은 민주당 간판을 거십시오.]
용산 대통령실과 교감이 있었을 거란 관측도 있지만, 여당 의원 대다수 입장에선 한 마디로 '폭탄선언'이었던 셈입니다.
원 장관의 입장 발표 이후 당 지도부에서조차 사업 중단이지 취소는 아니라는 취지의 메시지들이 잇따라 나온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지난 7일) : 지속하는 가짜뉴스, 정치공세로 인해서 정상적인 사업 수행이 상당히 곤란하다고 판단한 거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원 장관이 여당과 사전 조율을 거치지 않고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거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인데, 당내 평가는 엇갈리는 분위기입니다.
일단 공식적으론 야권의 파상 공세에 맞서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김 여사에 대한 야당의 무분별한 흠집 내기와 정치 선동을 막겠다는 원 장관의 주장과 보조를 맞춰,
종점이 변경된 대안은 문재인 정부 때 용역을 맡은 민간업체라는 걸 강조하고 있습니다.
[김기현/국민의힘 대표(지난 10일) : 민주당이 똥 볼을 찬 겁니다. 민주당이 즉각적인 사과를 하고 다시는 이런 가짜뉴스와 괴담을 통해서 주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
하지만 당 일각에선 길어지는 공방 특히, 요동치는 민심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집권여당이 조 단위 국책사업을 장관의 말 한마디로 뒤집어서 되겠느냐는 지적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윤상현/국민의힘 의원(지난 13일) : 김건희 여사님 그분 땅 그 문제로 갑자기 전면 백지화시켜버리니까 그동안의 국책사업, 주민분들의 숙원사업은 어떻게 되느냐, 성급했다, 이런 말씀을 드린 겁니다.]
특히, 내년 총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경기 지역 민심에 이번 양평고속도로 논란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자칫 사업 지연 또는 취소에 대한 책임론의 화살이 집권여당에 쏠릴 경우 총선 승리에 먹구름이 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향후 정치적 행보를 염두에 둔 원희룡 장관의 승부수에 여당이 끌려가게 됐다는 비판적 시선도 당 일각에선 존재합니다.
여야가 사업 재추진 명분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국민의힘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YTN 이종원입니다.
촬영기자 : 이성모, 한상원, 윤소정
영상편집 : 정치윤
YTN 이종원 (jongwon@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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