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엔 아무도 관심 없다…우린 '살아 있는 권력'의 답을 원한다

2023. 7. 15.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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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세열 칼럼] 또 엉뚱한 '가짜뉴스' 세워놓고 '허수아비' 때리기만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우물물을 못 먹게 하는 방법은 쉽다. '우물에 독이 들었다'는 말을 퍼트리면 된다. 그러면 쟁점은 '우물물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가 된다. 진짜뉴스에 가짜뉴스를 섞으면 진짜뉴스도 의심받는다. 정부여당의 '가짜뉴스' 전략이 그렇다. 이를테면 한미쇠고기협정은 국민 건강 문제와 졸속 외교 문제였다. 여기에 '가짜 뉴스가 섞여 있다'고 던지면 2008년 광화문 시위는 '좌좀'들의 '선동'이 된다. 쉬운 문제다. 게다가 '시위꾼'들의 '뇌송송 구멍탁' 패러디물은 좋은 소재다. '뇌송송 구멍탁'을 섞으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이 걸린다는 가짜 뉴스에 선동된 대중'이라는 서사가 한층 공고해 진다. 가짜뉴스의 상징이자 정부여당의 '전가의 보도'로 쓰이는 '뇌송송 구멍탁'이 어디에서 유래했는지는 여러 설이 있지만, 다음에 제시된 신문 기사도 그에 일조한 건 사실이다.

"광우병(狂牛病)은 소의 뇌 조직이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고 흐물흐물해 지는 병(...) 변형된 프리온이 음식 등을 통해 인체에 침투하면 뇌 조직을 변화시켜서 이른바 '인간 광우병'을 일으킬 수 있다. 인간 광우병에 걸리면 소와 마찬가지로 뇌조직에 구멍이 뚫리면서 치매 증세 등을 보이다가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변형 프리온은 끓여도 죽지 않고 전염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놀랍게도 이건 2003년 12월 25일자 조선일보 3면 "미국발 '광우병 쇼크'"라는 제목의 기사 내용이다. 뇌조직에 구멍이 뚫리는지 안 뚫리는지 직접 실험을 위해 노량진 수산시장 횟감 펄떡이는 수조에서 7번이나 물을 떠 마신 국민의힘 김영선 의원은 '뇌 구멍설'이 조선일보에서 제기된 바 있다는 걸 알고 있을지 궁금하다.

각설하고, 뇌가 송송 뚫린다는 이야기는 이번 칼럼의 주제가 아니다. 가짜뉴스 논란에 휩싸인 양평 이슈를 다루려고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의 '전면 백지화'는 관철될 것이다. 일각에서 '결국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부담을 느껴 백지화가 철회될 것'이라는 나이브한 전망들이 나오긴 하나, 지난 1년간 윤 대통령의 행보를 보면 '백지화' 관철은 명약관화하다. 절대로 이 결정을 뒤집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절대 '백지화'를 뒤집지 않을 것이다

첫째, 윤석열 대통령은 '고독의 결단'을 즐기는 정치인이다. '바이든-날리면' 논란 이후 도어스테핑을 폐지한 윤 대통령은, '용산 시대의 상징을 없앴다'는 지적에 여전히 가타부타 한마디 말이 없다. 아마 이 정부 끝날 때까지 도어스테핑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고 '식물 장관'이 됐는데도 제발로 직을 던지지도 못한다. 이건 장관의 의지가 아니다. 행안부는 윤 대통령의 '차관 정치' 가동 전에 이미 '차관 정치'를 하고 있었다. 일본과 관련된 과거사 문제 역시 '고독한 결단'이었다.

둘째, 이 사건이 김건희 영부인과 관련된 사안이다. 윤 대통령은 영부인에 대해서만큼은 솔직했다. 영부인의 봉하마을 사적 지인 대동 논란이 불거졌던 6월 15일 윤 대통령은 "대통령을 처음 해보는 것이기 때문에 비공식 이런 걸 어떻게 나눠야 될지"라고 말했다. 그는 "(영부인이)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어 혼자 다닐 수도 없다. 어떻게 (기자들이) 방법을 알려주시라"고 했다. 이 발언에 적잖히 놀란 건 기자들 뿐만이 아니다. 영부인에 대한 비판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에서 '영부인이 대통령의 역린'이라는 평이 나왔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백지화 사건은 대통령의 결단임과 동시에 영부인과 직접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

의혹은 단순하다. 양평에 대통령 처가 일가가 큰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다. 그 양평에서 고속도로 노선이 변경됐다. 하필 변경된 '강상면 종점'에 영부인 일가의 땅이 있었다. 문제는 2021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한 안은 영부인 일가 땅이 훨씬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당선 시점을 전후(2022년 3월)로 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 그해 5월 원희룡 국토부 장관 취임 직후 '경제성, 환경성, 주민 수용성 등이 더 낫다'며 강상면 종점 대안이 제시된다. 그해 7월 양평군은 강상면 종점안과 유사한 노선을 3개의 후보 중 하나로 제시했고, 결국 올해 5월, 강상면 종점은 예타 통과안을 제치고 제 1안으로 '굳히기'에 돌입한다.

2017년 시작해 2021년 국책연구원 KDI가 예타까지 마무리한 사업이, 1년만에 일개 '민간 업체'의 의견을 들어 사업안의 50%가 바뀌게 된 경우는 일찍이 들어 본 적이 없다. 하필 변경된 대안 종점에 김건희 일가의 땅이 있다. 누구라도 합리적 의심을 해야만 하는 일이다. 원안에 민주당 소속 전 군수의 땅이 있다느니, 민주당 소속 유력 정치인의 집이 있다느니 떠드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건 종점이 바뀌기 전이다. 그런 논리라면, 민주당 소속 전 군수나 민주당 유력 정치인에게 혜택을 주지 않기 위해서 노선을 바꿨다고 해야 할텐데, '강상면 대안'이 더 경제적으로 낫다는 이유를 댈 필요가 없지 않은가. 어지러운 '물타기'의 향연 속에서 핵심은 간단하다. 갑작스레 바뀐 대안에 김건희 일가의 땅이 왜 있느냐는 것, 딱 그 부분만 궁금할 뿐이다.

국토부의 말이 자꾸 바뀌는 것도 문제다. 처음엔 양평군이 요청했다고 설명했는데, 대안 노선을 제안한 게 일대 민간업체(동해종합기술공사)란다. 그렇다면 민간 업체에 앞서 예타를 진행한 KDI는 경제성도 나쁜 노선에 타당성 평가를 한 것인가? 게다가 국토부는 민간업체가 진행한 '경제적 타당성' 조사 내역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한다.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데 경제적 타당성을 평가한 지표는 공개할 수 없다니, 그렇다면 앞서 2년 걸린 KDI의 경제적 타당성 조사는 엉터리라는 것인가? 해명을 할 수록 의문은 몇 배로 늘어간다.

이런 단순한 의혹에 원희룡 장관의 '정치적 야욕' 운운하는 건 사치다. 원 장관은 그런 깜냥도 못 된다. 일개 장관이 국책 사업을 책임지고 뒤집는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다. '책임 장관'이 실종된 윤석열 정부에선 더 상식적이지 않다. 원 장관이 '백지화'를 위해 이유로 든 '가짜 뉴스', '원 장관이 김건희 일가에 특혜를 주기 위해 노선을 바꾸었다'는 주장은 극히 일부에서 나온 의심일 뿐이고, 그런 주장을 믿는 사람도 별로 없다. 흥미롭게도 원 장관은 '본인에 대한 가짜뉴스'를 백지화 이유로 들었는데, 미안하지만 본인은 그 정도 '급'도 아니다. 이 정부에서 '장관'이 무엇인가 책임을 진다는 걸 믿는 사람은 없다. 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은 딱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질문이다. 대통령 처가에 질문을 던졌는데 장관이 발끈하는 건 본질을 흐리려는 시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양평군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넘게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윤 대통령 처가 일가의 특혜가 의심된다고 봤다. 여론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단순히 '김건희 일가와 전혀 상관 없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아, 그렇구나' 하는 게 아니다. 이런 의구심은 첩첩이 쌓여 온 양평과 대통령, 그리고 처가 일가의 관계 위에서 작동한다. 몇 가지만 따져보자.

윤석열 대통령과 양평군은 관계가 많다. 양평은 장모 최은순 씨와 김건희 영부인 등 처가 일가의 선산이 있는 곳이다. 김건희 영부인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본인은 검사 시절 2013년 4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양평을 관할하는 여주지청장을 지낸 바 있다. 이 지역에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양평군수를 두 번 지내고 2020년부터 '여주양평'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다가 선거책임자의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상실한 김선교 전 의원과 60년생 동갑내기로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사석에서 "야 김 의원아"라고 할 정도라고 한다. 어느 정도 친분인지 김선교 전 의원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내일 제가 대통령 당선인하고 점심 먹으러 갑니다. 그리고 언제든지 나한테 이야기하래요. 처갓집도 여기고. (여주)지청장 때 인연도 있지만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했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아요. 너무나. 나랑 단둘이 있을 때는 (윤 당선인이 나에게) '야 김 의원아', 나하고 60년생이니까. '김 의원 당신만 보면 미안해.' 왜? 그게 알잖아요.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2022년 윤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3월 30일 김덕수 양평군수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

윤 대통령의 장모님 때문에 김 전 의원이 무슨 고생을 했는지 이 발언에선 알 수 없다. 다만 장모가 세운 부동산 개발 회사가 양평에서 2011년 사업을 크게 벌였던 적은 있다. 양평 공흥지구에서 아파트 건설 사업을 했는데, 사업 기간이 만료됐는데도 인허가가 취소되지 않고 되레 사업 기간이 늘어났다. 김건희 일가가 주인인 이 회사는 개발부담금을 '0원' 납부했다. 이 특혜 의혹과 관련해 대통령의 처남(김건희 영부인의 오빠)가 수사를 받고 있다. '대장동 1타 강사'를 자처하다 윤석열 캠프에 합류했던 원 장관은 누구보다 대선 기간에 야당이 제기했던 부동산 비리 의혹, '오공시티(오등봉, 양평 공흥지구, 엘시티) 의혹'에 익숙할 것이다.

그런데 하필 또 양평이다. 오히려 이 사안을 '백지화'로 맞대응한 정부 여당의 태도에서 '법률가의 방어 논리'가 엿보이는 면이 없지 않다. 직권 남용에 절차 파괴 논란을 무릅쓰고 백지화라는 극약 처방에 이를만한 저간의 사정이 무엇인지 의구심만 더 키워 놓았다. 만약 감사원이 그 유명한 '타이거 기법'으로 국토부를 탈탈 털고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에 압수수색을 감행할 기개만 있다면 진실은 금방 드러날 지도 모른다.

원희룡 장관(이라고 쓰고 윤석열 대통령이라고 읽는)이 내놓은 '백지화'는 자신감의 발로 보다는 '자신감 없음'의 방증일 지 모른다. '가짜 뉴스에 대해 사과하라'는 엉뚱한 전제 조건을 내걸었지만, 양평 땅 이슈는 수조 물처럼 몇 모금 주워 먹어 보고 '문제 없다'고 말 할 수도 없다. 합리적 의심에 교묘히 물탄 '가짜뉴스' 몰이는 적당히 하고, 묻는 의혹에만 해명해 주길 바란다. 엉뚱한 '가짜뉴스 타령' 하다가 역풍 맞는다. 아무도 원희룡의 정치적 야욕에 관심 없다. 원희룡 뒤에 있는 '살아있는 권력'이 합리적 의문에 답을 하길 바란다.

▲폴란드를 공식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3일(현지시간) 바르샤바 대통령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 참석하며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과 아가타 코른하우저 두다 여사의 영접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박세열 기자(ilys123@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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