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화려한 배틀은 처음…6m 벽에 위대한 낙서, MZ들도 놀랐다
韓 최초 라이브 그라피티 경연 선보여
힙합 디제잉으로 음악까지 어우러져
힙합 탄생 50주년 맞아 특별 전시도
타이거JK “힙합은 삶의 방식이자 문화”
음악 패션 미술 협업 확장되는 예술 현장
국내 최초로 시도한 라이브 그라피티 배틀 ‘더 월 브레이커’(The Wall Breaker)는 힙합의 주요 요소인 디제잉과 그라피티가 어우러진 특별한 퍼포먼스였다. 기후변화와 환경 위기에 대응하자는 아트페어의 큰 주제와 함께, 도시에 가득한 건물과 외벽을 화폭으로 삼으면 거리 곳곳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의미까지 전달했다.
이번 대회는 각 팀 3명씩, 두 팀이 무대 위에서 나란히 각자 가로 6m 맨 벽을 채우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전시장 입구에서 직진하면 가장 안쪽에 위치한 무대다. 사전에 공지된 하나의 주제로 그림을 완성하고, 현장 관객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실시간 투표로 반응을 집계했다.
개막 당일엔 블랙라이트(BLACK LITE)와 스윕(SWEEP) 두 팀이 붙었다. 관객들은 1시간 30분에서 시작해 0으로 줄어드는 타이머를 가운데 두고, 대형 벽화가 완성되어가는 현장을 볼 수 있었다. 무대 위엔 십수 통의 색색깔 스프레이와 사다리가 갖춰졌고, 벽을 타고 흐르는 페인트, 아티스트의 손짓에 뭉게뭉게 피어나는 연기, 알싸한 스프레이 냄새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대결의 주제는 최근 기후 변화 탓에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 불과 10분 만에 양 팀 모두 핵심 그림의 윤곽이 드러났고, 디테일한 부분까지 빠르게 완성을 향해 달려갔다. 그동안 디제이 비전(V!SION)은 무대 한가운데 위치한 타이머 앞 턴테이블 컨트롤러를 통해 힙합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넓은 코엑스 전시장을 탐험하던 이들이 음악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돌렸고, 일부 관객은 무대 앞에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아 디제잉과 그라피티를 함께 즐겼다.
두 팀의 스타일은 벽을 마주 보고 서서 스프레이 페인트를 뿌려가며 그림을 완성한다는 작업 방식을 제외하고는 180도 달랐다. 블랙라이트는 노랑, 파랑, 초록, 주황 등 색색의 페인트 스프레이를 활용했다. 꿀벌의 정면 얼굴을 클로즈업한 그림과 개구진 느낌의 큼직한 레터링, 곧게 뻗은 직선 등이 돋보였다.
반면 스윕은 흰색과 검은색으로 고대 신화 속 등장인물을 연상시키는 얼굴을 스프레이의 강약 조절을 통해 섬세하게 그렸다. 원색은 오로지 벌꿀을 상징하는 노란색 페인트뿐. 얼굴 그림 주변으로 반복되는 육각형 벌집 모양도 정교한 패턴을 곁들여 완성했다.
‘거리의 미술’이라고도 불리는 그라피티는 미국 뉴욕의 슬럼가에서 외벽에 낙서처럼 그리는 그림에서 유래한 문화다. 주인에게 허락받지 않고 무단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재산권을 침해하는 골칫거리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랩, 디제잉, 비보이 등의 문화가 점차 대중화된 것처럼 그라피티 아트도 ‘표현의 자유’와 ‘탈권위’를 대변하며 발전해왔다. 영국 출신의 얼굴 없는 아티스트 뱅크시가 대표적이다. 미국 등에선 오래전부터 그라피티 경연 대회도 존재했는데, 우리나라 아트페어에서 공식 무대로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라피티와 전자음악의 조화에서 보이듯 랩, 디제잉, 그라피티, 비보잉 등은 ‘힙합’이란 이름으로 함께 묶인다. 올해는 힙합 탄생 50주년으로, 어반브레이크에서도 이를 기념해 ‘아트 오브 힙합’ 전시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또 한국 힙합의 얼굴인 타이거 JK와 뮤지엄 오브 그라피티 창립자 겸 디렉터 앨런 캣 이 함께 무대에 올라 ‘그라피티와 힙합의 만남’을 주제로 대담을 나눴다.
어린 시절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보내며 힙합 문화에 빠져들었던 타이거 JK는 “인종 차별을 자주 당했고 어느 무리와도 어울리지 못할 때 나 자체를 받아준 이들이 힙합을 하는 친구들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힙합은 삶의 방식”이라며 “획일적인 미의 시장을 벗어나 자기를 사랑하고 표현한다면 누구나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걸 깨닫게 해줬다”고 말했다.
힙합이 탄생한 뉴욕 브롱스 출신인 캣 디렉터 또한 타이거JK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힙합은 ‘컬래버레이션’(협업)이 필수적인 문화”라며 “동네에서 DJ들이 노래를 틀고, 벽에 그라피티 그리며 내 시기와 내 동네라는 메시지를 담고 음악 하는 시점을 살아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매일경제신문과 어반컴플렉스가 공동개최하는 어반브레이크는 16일까지 주말 내내 MZ세대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퍼포먼스와 음악까지 풍성하게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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