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최대 조폭 '참교육' 가능할까…예상치 못한 결과[이승환의 노캡]
[편집자주] 신조어 No cap(노캡)은 '진심이야'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캡은 '거짓말'을 뜻하는 은어여서 노캡은 '거짓말이 아니다'로도 해석될 수 있겠지요. 칼럼 이름에 걸맞게 진심을 다해 쓰겠습니다.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최근 유튜브 사이트에서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던 콘텐츠가 있다. 격투기 선수 출신의 유튜버가 거리에서 수원 최대 폭력 조직 일원과 다투는 영상으로 무려 700만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35초 분량 영상에는 유튜버 A씨(29)가 조직폭력배(조폭) B씨의 불법 주차로 주변이 교통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며 거세게 항의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B씨의 호출로 후배 조직원이 등장했으나 두 조폭보다 기세등등한 건 A씨였다. 그는 "사람들 피해 본 것을 봐라" "문신 했다고 무서워할 줄 알았냐"며 B씨와 후배를 몰아붙였다.
A씨의 카메라 앞에서 B씨와 후배는 혹시나 방송에 노출될까 봐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실제 현장이 담긴 영상들은 급속도로 확산했고, 이 사건을 다룬 방송 프로그램의 유튜브 영상 2편은 총 조회 수가 800만건 이상에 달했다. 누리꾼들은 "A씨가 조폭들을 '참교육'했다"며 추어올렸다.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B씨의 조직을 성토하고 조직원들을 희화화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사건 당사자 조폭들을 '참교육'한다는 이유로 그들의 개인정보를 커뮤니티에 올렸다. 급기야 조직의 실세라 불리는 C씨의 가족신상이 담긴 게시물까지 퍼져 나갔다. C씨는 불법 주차 사건과 자신은 관련 없다며 "내 가족이 무슨 죄냐"고 호소하기에 이르렀다.
조폭 사건을 담당하는 경찰관들은 "조폭의 위상이 예전만 못하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법보다 주먹이 앞섰던 시절은 한참 지났다는 것이다. 일단 조폭으로 엮여 잡혀 들어가면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죄(최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보다도 형이 무거운 범죄단체조직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일명 '범단'이라 불리는 형법 제114조(범죄단체 등의 조직)는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이다. 일선경찰서 강력계나 시도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형사들은 조폭들을 일망타진하면 특진을 노릴 수 있어 '범단' 수사에 열을 올린다. '조폭들이 사고 치길 바라고 있다'는 뼈 있는 농담을 하는 형사도 있다.
조폭 사건은 대중의 관심과 지지를 받는 만큼 검찰도 역량을 동원해 혐의 입증에 나선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검사 신준호)는 지난달 30일 '하얏트호텔 난동사건'에 가담한 수노아파 조직원 39명을 기소한 성과를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실세 장관'으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올해 신년사에서 '조폭과의 전쟁'을 선언해 어둠의 세계를 긴장시켰다.
수원 조직 조폭들이 A씨와 누리꾼들에게 수모를 당하고도 선뜻 대응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조직 전체가 자칫 수사기관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아는 것이다. 보복이 있을 것이라는 일각의 예상과 달리 수원 조폭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대목에서 미화되거나 왜곡됐던 조폭들의 진짜 현실을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화려하고 거침 없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조폭의 삶에는 삼엄한 감시와 강력한 형사처벌의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특히 가정을 꾸린 조폭일수록 '법'의 존재가 피부로 와닿고 두렵게 느껴진다고 한다.
조폭들은 명품과 외제자로 치장하는 것 같지만 고소득의 삶은 상위 몇 프로에 해당하고 군소조직의 경우 생활고를 겪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한다. 전현직 조폭들이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로 무대를 옮겨 '어그로' 무용담을 내세워 돈벌이에 집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럼에도 조폭을 선망하는 청춘이 줄지 않고 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10대 조폭은 210명으로 전년 98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내에서는 '조폭 저연령화'가 본격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젊은 조폭들은 주먹보다 무서운 게 많아진 시대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걸까. 문신으로 아무리 위세를 뽐낸다고 한들, 기회만 되면 합심해 '참교육'하겠다는 이들이 조폭 주변에 차고 넘친다. 설령 억울한 일을 겪거나 가족이 피해를 보아도, 하소연조차 하기 힘든 음지의 세계에 꼭 발을 들여야 할까.
mrle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성관계 안한지 몇년"…전현무, 결혼 관련 숏폼 알고리즘 들통
- 홍준표 "이재명에 징역 1년 때린 대단한 법관, 사법부 독립 지켜" 극찬
- 생후 30일 미모가 이정도…박수홍, 딸 전복이 안고 '행복'
- 서점서 쫓겨난 노숙자 부른 직원 "다 못 읽으셨죠? 선물"…20년 후 반전
- "제일 큰 존재"…'사혼' 박영규, 54세 나이차 막둥이 딸 최초 공개
- '이나은 옹호 사과' 곽튜브, 핼쑥해진 외모 자폭 "다른 이유 때문"
- 실종됐다는 5세 아동, 알고 보니 진돗개 숭배 사이비 단체 범행
- 배다해, ♥이장원과 결혼 3주년 자축 "지금처럼만 지내자 여보" [N샷]
- "로또 1등 당첨돼 15억 아파트 샀는데…아내·처형이 다 날렸다"
- "자수합니다"던 김나정, 실제 필로폰 양성 반응→불구속 입건(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