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후쿠시마산 식품규제 공식 철폐…'우리는 계속 유지 가능한가?'
후쿠시마산 식품규제국, 한국 포함 7개로 줄어들 전망
일본, EU 결정으로 수입규제 철폐 압박 거세질 듯
정부,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유지 방침
유럽연합(EU)이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시행해 온 일본산 식품의 수입 규제에 대해 철폐를 공식화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인정하고 12년간 규제했던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을 다시 수입하겠다는 내용이다.
EU의 이같은 결정에 따라 일본 정부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 압박이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과학적 증거와 IAEA 평가에 근거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며 EU 27개 모든 회원국과도 합의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규제는 다음달 상순 철폐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규제가 없어지면 EU가 후쿠시마현 생선과 버섯, 미야기현 죽순 등 10개 현 식품을 수입할 때 요구했던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아울러 다른 광역지자체는 식품의 산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방사능 유출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한국과 EU를 비롯한 전 세계 55개국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일본 측의 집요한 해제 요구가 이어지면서 수입 규제국은 점차 감소했고, 최근에는 미국이 2021년, 영국이 지난해 각각 수입 제한을 철폐하면서 현재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규제 나라는 12곳으로 줄어든 상태다.
이번에 EU까지 수입규제를 풀기로 하면서 일본에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요구하는 곳은 노르웨이, 스위스, 아이슬란드, 러시아 등 6개 지역으로 줄고,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 홍콩, 마카오, 대만 등 5개 지역만 남게됐다.
일본은 스위스와 노르웨이 등 EU 비회원국도 이번 EU의 결정을 따를 것으로 보고 규제를 유지하는 국가와 지역이 12개에서 7개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3년부터 후쿠시마현을 포함한 인근 8개 현의 수산물과 5개 현의 27개 품목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그 외 현에 대해서는 수입할 때마다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검사 시 미량이라도 방사능이 탐지되면 17개 핵종에 대해 추가 검사를 실시하는 등 높은 수준의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올 봄 일본 정부가 올해 여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겠다고 시기를 확정하고 최근 IAEA의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 수산물에 대한 수입 재개 여부 이슈가 급부상했다.
특히 우리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계획이 국제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IAEA의 보고서를 인정하면서 수입 재개에 대한 불안감은 더 확산됐다.
IAEA의 보고서 발표에 맞춰 일본정부도 수입규제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노무라 데쓰로 일본 농림수산상은 지난 4일 방일 중이던 야누시 보이치에호프스키 EU 농업담당 집행위원에게 규제 철폐를 요구했고 EU의 이번 결정을 이끌어냈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도 "일본산 식품 등에 대한 수입규제 철폐는 계속해서 중요 과제이며 관계부처 간에 연대하면서 적절하게 대처해 가겠다"고 말하는 등 수입규제 조기 철폐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후쿠시마지역 수산물 수입규제 조치는 국민 안전차원에서 유지해 나가겠다며 해제 가능성을 강하게 일축하고 있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된 '오염수 방류 대응 정부 합동 브리핑'에서 "우리 정부가 2013년 9월에 도입한 수입규제 조치는, 우리 국민을 지키기 위해 실시한 것으로 일본 정부가 이번 오염수 처리 계획하에 시행하는 방류와는 전혀 무관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후쿠시마 관련 수입규제 조치는 모든 국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유지할 계획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덧붙였다.
권오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도 "수입 규제 조치는 자국민 안전을 위한 독립적 주권 국가로서의 조치로 규제를 지켜가는 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후쿠시마산 식품을 수입재개하기로 한 이번 EU의 결정은 한국에도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일본의 원전 오염수 방류계획이 안전하다는 IAEA의 보고서를 공식 인정하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받아들인 상황에서 EU의 수입 재개는 향후 우리에게 큰 압박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규제 철폐 요구가 한층 강해질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서 국제적으로 일본의 주장에 힘을 싣는 '과학적 증거'가 인정되면서 정부의 고심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귀국 후 한일 정상회담에 대한 내용을 소상하게 밝히고 일본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를 어떻게 유지할지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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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손경식 기자 chilj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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