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다”해도 안 바뀌는 민주당, ‘제2의 송영길 혁신위’ 되나
“정무적 판단도, 실권도 없는 혁신위가 뭘 하겠나”
당내 반발에 성과 없이 끝낸 ‘장경태 혁신위’ 전철
전문가들 “혁신위 성과 못 내면 이재명 리더십 타격”
애초에 혁신위원회 쇄신안은 통과될 수가 없다. 총선 앞두고 실권도 없는 외부인이 현역 의원에 어떻게 손을 대나.
친(親)이재명계와 거리가 먼 더불어민주당 중진의원은 15일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1호 쇄신안으로 제안한 ‘소속 의원 전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혁신위는 둘 중 하나다. 원래 ‘지도부가 받을 수 있으면서도 괜찮아 보이는’ 카드를 내서 대중에게 변화 의지를 의도적으로 홍보하려고 만든 집단”이라며 “그게 아니라면 진짜 힘을 줘서 제대로 칼을 휘두를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했다.
특히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면 이재명 대표는 둘째치고 윤관석·이성만 의원 등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연루 의원들에 줄줄이 구속영장이 청구될 것”이라며 “계파를 떠나 실권도 없는 혁신위의 이런 제안을 받을 리가 없다”고 말했다.
당 쇄신을 위해 마련한 혁신위 활동이 한 달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3일 의원총회를 열고 불체포 특권 포기 쇄신안 추인을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당 대변인은 “시간이 부족해 다음에 논의하겠다”고 해명했지만, 비공개 의총에선 친명계 의원들 외에 비명계와 가까운 중진 의원들조차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가 이 안건을 제시한 건 지난달 23일이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같은 달 26일 “회기 중 체포동의안 요구가 올 경우 당론으로 부결을 정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거부했다. 혁신위 무용론 속에 해당 안건이 20일 만에 의총에 올라왔지만 결국 불발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김은경 혁신위가 과거 송영길 전 대표 체제 혁신위의 전철을 밟을 거란 회의론이 나온다. 공천권 등 실제 권한이 전혀 없는 외부 인사가 ‘혁신’ 명분으로 현역 의원 기득권에 칼을 대는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021년 송영길 대표 당시 20대 대선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경태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정당혁신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혁신위는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연속 3선 초과 금지, 국회의원 면책특권 및 불체포특권 제한, 위성정당 창당 방지, 청년 후보자 기탁금 인하 등 7개 법안을 개혁 과제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가장 이슈가 됐던 국회의원 동일 지역구 연속 3선 초과 금지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당장 중진 그룹의 반발이 강했고 대선 주자였던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위헌 요소’가 있다고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장 의원은 올 1월에도 정치혁신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혁신위 위원장으로 재임명됐다. 하지만 정치혁신위 역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규정인 ‘당헌 80조’를 삭제하려다 논란이 됐다.
또 총선 공천 과정에 강성 팬덤인 이른바 ‘개딸’ 평가를 반영하는 안을 논의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장경태 혁신위는 몇 가지 방안을 최고위원회에 전달하는 수준으로 활동을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최창렬 용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조선비즈와 통화에서 “아무리 외부 인사 위주의 혁신위를 구성해 봐야 결국 최종 결정은 지도부가 하는 것”이라며 “혁신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하고 방안을 내도 지도부가 받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고, 현재는 의원들이 수용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참신하고 당의 눈치도 안 보는 혁신안을 기대해 정치적 경험이 적은 사람 위주로 혁신위를 구성했지만 당이 아예 들어주지 않는다”며 “정치 경험이 없는 혁신위가 의원들에 휘둘린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혁신위가 성과를 못 내면 결국 ‘이재명 리더십’도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