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형 AI 챗봇 ‘파이’, 챗GPT에 도전장[테크트렌드]

2023. 7.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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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지향 감성형 AI 챗봇, 정보 중심 기능형 AI 챗봇과 경쟁
궁극적으로는 통합형 서비스로 진화 전망
(사진=인플렉션 AI)
2022년 11월 챗GPT가 처음 등장한 이후 인공지능(AI) 챗봇에 대한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많은 AI 전문가들은 인간과 컴퓨터가 상호 작용하는 AI 챗봇이 AI 기술의 미래라고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시장의 평가도 매우 긍정적이다. 글로벌 시장 분석 회사 마켓리서치퓨처(MRF)는 AI 챗봇 시장 규모가 매년 평균 22.6% 성장해 2030년에는 325억9000만 달러(약 42조55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거대 기술(big tech) 기업들과 신생 스타트업들도 AI 챗봇 개발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구글의 람다(LaMDA) 기반의 ‘바드(Bard)’, 구글이 투자한 앤트로픽(Anthropic)의 ‘클로드(Claude)’, 챗봇 기반의 검색 엔진 AI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AI(Perplexity AI) 등이 그것이다. 

한국에서는 네이버가 거대 언어 모델(LLM) ‘하이퍼클로바’ 기반의 챗봇 ‘큐:(Cue:)’를 8월 출시할 예정이고 LG도 LLM ‘엑사원’을 기반으로 챗봇을 내놓을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자체 LLM 기반의 AI 챗봇 ‘에이닷’에 대해 지난 6월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진행했다.
관계 지향 감성형 AI 챗봇 등장 
AI 챗봇은 AI와 자연어 처리(NLP)를 이용해 사람과 대화하는 것처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대화형 AI(Conversational AI)다. 주로 정해진 프로그램대로 상호 작용하는 기존 챗봇과 달리 AI 챗봇은 다양한 주제에 대해 사용자의 질문에 대해 마치 실제 사람처럼 응답한다. 이러한 AI 챗봇은 주로 목적(goal) 지향적이고 임무(task) 지향적인 기능적 특성을 지닌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정보·검색 중심의 기능형 AI 챗봇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가진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감성형 AI 챗봇이라고 불리는 ‘파이(PI : Personal Intelligence)’가 그것이다. 파이는 딥마인드(DeepMind)와 링크트인(LinkedIn)의 공동 창립자인 무스타파 슐레이만과 리드 호프만이 2022년 설립한 인플렉션 AI(Inflection AI)에서 만들었다. 

인플렉션 AI는 110억 달러(약 14조3000억원)를 모금한 오픈AI에 이어 둘째로 많은 자금을 모은 생성형 AI 스타트업이다. 현재 3차례의 자금 조달 라운드(funding round)를 통해 총 15억2500만 달러(약 1조9800만원)를 유치했다. 

최근 2차 자금 조달 라운드에서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에릭 슈미트 구글 전 회장 등 거물급 투자자들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재 인플렉션 AI의 가치는 무려 40억 달러(약 5조2500억원)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따라 파이는 최근 언론으로부터 챗GPT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로 부각되고 있다.
챗GPT의 대항마로 부상하는 ‘파이’
파이는 사용자와 친구처럼 대화하고 질문에 응답하는 개인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대화형 AI 챗봇이다. 파이는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문장을 생성하고 이해하는 LLM에 기반한 AI 챗봇이라는 점에서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바드와 같다. 하지만 파이가 주목받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우선 가장 큰 차이점은 추구하는 목표가 다르다는 것이다. 챗GPT는 방대한 지식 데이터를 학습하고 광범위한 질문에 맞는 답을 생성하는 범용적 성격의 AI 챗봇이다. 위키피디아 같은 정보 추구형 또는 기능형 AI라고 할 수 있고 감성 지능 기능은 없다. 

반면 파이는 친구와 이야기하듯 감성 대화와 관계 중심의 상호 작용에 중점을 둔 감성형(emotional) 또는 동반자적 AI(Companion AI) 챗봇이다. 인간과 같은 대화 경험을 생성하도록 설계돼 있어 사용자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머리가 좋은 아이큐(IQ)보다 감성지능(EQ)에 더 중점을 둔 챗봇이다. 

따라서 파이는 코드나 에세이를 생성하기 위한 기능적·업무적 용도보다 감성 지능에 중점을 둬 사용자와 개인적인 교감을 주고받는 데 더 적합하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공황장애나 우울증 등 정신 질환에 관해 질문할 경우 파이는 이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할 수 없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이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중립을 유지한다.

또 다른 파이의 차이점은 훈련 데이터를 신중하게 선별해 유해한 언어가 들어갈 여지를 줄이도록 설계돼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이 없는 환경에서도 작동해 개인 정보와 보안이 비교적 보장되고 어디서든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챗GPT는 사실과 다른 엉뚱한 내용을 만들어 내는 환각 문제가 대표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물론 파이도 한계가 있다. 파이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 바드에 비해서는 기능면에서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다. 예를 들어 파이는 코딩, 마케팅 계획 수립, 에세이 쓰기 등의 작업에는 적합하지 않다. 최대 3000단어 정도의 제한이 있는 챗GPT에 비해 훨씬 짧은 750단어로 제한돼 있다. 또한 현재 26개국 언어가 지원되는 챗GPT에 비해 제한된 몇 개국 언어로 제공되고 있고 한국어 버전은 발음이나 문장 구성 면에서 아직 엉성하다. 

파이는 현재 20달러로 유료(GPT4 버전)인 챗GPT와 달리 무료이지만 향후 구독 모델을 청구하거나 유료 광고를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편 파이만큼 주목받는 또 다른 AI 챗봇으로 GPT-3 기반의 캐릭터 AI(Character AI)가 있다. 캐릭터 AI는 최근 1억5000만 달러(약 1055억원)의 자금을 조달하고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다양한 페르소나에 기반한 개인화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하며 파이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아이오에스(iOS)와 안드로이드 기기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출시했고 유명 인사를 모방한 챗봇을 통해 대화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밖에 2016년 개발된 맞춤형 아바타 챗봇 앱인 ‘레플리카(Replika)’, 우울증 치료 챗봇인 ‘워봇(Woebot)’, 메타버스형 챗봇인 ‘쿠키(KUKI)’, 중국에서 6억6000만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셜 챗봇 ‘샤오아이스(XiaoIce)’ 등도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감성형 AI 챗봇이다.
AI 챗봇의 미래 : 지능과 감성을 가진 인간을 닮은 챗봇
이처럼 기능형 모델과 감성형 모델이 함께 공존해 가고 있는 현시점에서 AI 챗봇의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서비스 지향점 못지않게 기본적으로 윤리적 문제, 개인 정보 보호 문제, 잘못된 정보 남용 및 사회적 영향 등 아직 AI 챗봇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AI 챗봇이 생성형 AI의 진화와 함께 점점 더 지능화하고 다양화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닮아 가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원하는 질문에 묻고 대답하기보다 사용자와 AI 챗봇 간의 인간적인 상호 작용에 더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향후 기능형 AI 챗봇과 감성형 AI 챗봇은 서로 상호 보완하면서 융합되는 형태로 진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 제공 가치 관점에서 보더라도 미래에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AI 챗봇에 대한 수요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개인화된 니즈를 파악하며 감성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감성형 AI 챗봇이 함께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심용운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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