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원희룡은 잊어라…'백지화 강수'로 이미지 변신[국회기자 24시]

이유림 2023. 7.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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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입구에는 원희룡 장관에게 보내는 화환이 일렬로 늘어섰다고 합니다.

원희룡 장관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발표했는데, 보수층 지지자들이 이를 응원하며 호응한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관련된 의혹인 만큼 원 장관이 더욱 전면에 나서 방어하는 모습을 취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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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발 오염수 공세에 답답하던 보수층
원희룡 백지화 초강수에 '사이다' 느껴
중도 이미지서 벗어나 오른쪽으로 성큼
일각 과잉행정 비판도…득일까 실일까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굳세어라 원희룡” “원희룡 장관님 힘내세요”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 입구에는 원희룡 장관에게 보내는 화환이 일렬로 늘어섰다고 합니다. 원희룡 장관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이 불거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전면 백지화를 발표했는데, 보수층 지지자들이 이를 응원하며 호응한 것입니다. 야당발 후쿠시마 오염수 공세가 이어지던 시기, 원 장관의 초강수는 보수층 지지자들에게 여름철 더위를 날려줄 시원한 ‘사이다’로 다가왔던듯 싶습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의 백지화를 선언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화환과 화분이 지난 11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입구에 늘어서 있다. (사진=뉴시스)
원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속도로 노선 검토뿐만 아니라 도로 개설 사업 추진 자체를 전면 중단하고 이 정부에서 추진됐던 모든 사항을 백지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저희가) 아무리 팩트를 이야기하고 아무리 노선을 설명해도 이 정부 내내 김건희 여사를 악마로 만들기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가짜뉴스 프레임을 말릴 방법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과도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원 장관은 “독자적인 결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관련된 의혹인 만큼 원 장관이 더욱 전면에 나서 방어하는 모습을 취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중요한 시기 휘발성이 큰 의혹이 불거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겠다는 계산도 깔렸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국책 사업을 순식간에 백지화시키는 것은 과잉 행정이라는 비판도 상당합니다. 민주당은 원 장관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고, 국정조사·특검 필요성까지 주장하며 벼르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정리되건 원 장관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희룡(왼쪽) 국토교통부 장관과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에 대한 가짜뉴스 관련 실무 당정협의회의 결과 브리핑에 앞서 대화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일단 보수층 결집에는 성공했다는 것이 여야 공통된 반응입니다. 원 장관은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번 계기로 달라진 모습을 각인시켰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때도 강경한 모습으로 성과를 냈던 바 있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정치인 원희룡으로서는 드디어 자신에게 보수층의 관심과 지지가 몰리기 시작한 거 아니냐고 해석할 수 있다”며 “내년 총선도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가 책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본인은 지금부터 알토란같은 강성 팬덤을 형성해 나간다면 남는 장사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쇄신파 이미지가 대외적으로 괜찮을지 몰라도 당내 경선을 통과할 만한 지지세는 부족하다, 이번에 한번 세게 가서 당내 지지층을 결집하겠다는 생각 아니겠나”라고 해석했습니다. 이번 총선을 넘어 대선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의미입니다.

원 장관은 오는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합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문제를 놓고 여야가 또한번 충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 장관은 민주당이 가짜뉴스에 대해 사과해야 사업을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정치권의 중심에 선 원 장관, 앞으로 어떠한 정치적 행보를 보여줄까요. 아마도 여러분의 평가에 달려있을 것입니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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