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인 보수 인구 감소, 트럼프 활용해 영역 지키려 시도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김동석(65)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는 한국은 물론 미국 언론들도 ‘헛다리’를 짚었던 2016년 미 대선을 앞두고 중앙SUNDAY와의 인터뷰에서 가장 먼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측했던 인물이다. 김 대표는 지난 13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본지 인터뷰에서도 ‘트럼프 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진단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대표는 “지금 미국은 총체적 대전환의 시대”라며 “그동안 미국의 정치·사회·문화의 주류였던 백인 보수 우익 진영이 인구 측면에서 마이너리티로 축소되면서 트럼프라는 툴(tool)을 활용해 자신들의 영역을 지키려는 마지막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미국 내부의 권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정치권도 최소한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초당적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Q : 내년 미 대선이 다시 ‘바이든·트럼프’ 대결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A : “현재 구도라면 트럼프가 매우 유리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는 언제나 도전자가 이끌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트럼프는 2016년 대선 때 1000만 명 이상의 침묵하던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끈 저력을 갖고 있다. 2020년 대선 때도 코로나19로 막판 선거 캠페인이 제약되지 않고 우편 투표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트럼프가 승리했을 수 있다.”
Q : 지난해 중간선거에선 민주당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 : “결과보다 내용을 봐야 한다.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은 후보를 엉망으로 냈다. 그런데 트럼프는 중간선거 결과보다 내년 대선을 관리할 각 주의 선출직 선거 관리 수장을 모두 자기 사람으로 바꾸는 데 관심이 더 컸고 결과적으로도 성공했다.”
Q : 트럼프는 각종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다.
A : “이미 알려진 리스크는 더 이상 리스크가 아니다. 트럼프의 선거 전략은 ‘알고 봤더니 그렇게 막장은 아니구나’라는 걸 호소하는 방식에 가깝다. 민주당 후보는 도덕성과 실력 등 모든 면에서 85점 이상 받아야 인정받지만 트럼프는 애초 50점 전략을 쓰고 있다. 기소로 여론이 집중될 때마다 오히려 트럼프의 후원금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A : “민주당도 미국 사회의 대전환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난 대선 때 바이든은 백인을 향해 ‘잘 사는 미국’을, 히스패닉에겐 ‘국경 문제 해결’을, 흑인 사회엔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선거법 개정’을 각각 약속했다. 그런데 지켜진 게 단 하나도 없다. 경제 분야에서도 바이든을 지지했던 백인 사회와 기업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Q : 여야 정치인들이 따로 미국을 방문해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지적도 나온다.
A : “2021년 송영길·이준석 대표가 거의 같은 시기에 방미했다. 미국에 오면 만나는 사람들이 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온 여야 정당 대표가 완전히 반대되는 얘기를 하고 돌아가자 미국 정치권에선 ‘코미디 같은 상황’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번에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방미했는데 야당 인사는 한 명도 없었다. 양극화가 심화된 미국에선 여야가 서로 욕을 하다가도 외교안보와 관련된 사안에선 한목소리를 낸다. 남북 관계와 한·미·일 관계, 대중국 전략만이라도 초당적인 목소리가 필요하다.”
Q : 윤석열 정부의 대미 전략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평가는 어떤가.
A : “미국의 최대 관심사는 중국이다. 바이든이 공약한 ‘동맹 복원’의 목표도 궁극적으로 중국에 대한 견제다. 이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대미 전략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문제는 미국 내에서 ‘한국은 정말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준다’는 반응이 적잖다는 점이다. 미국은 외교적으로 대가를 제공할 준비가 돼 있는데 정작 한국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미국 유력 인사에게 윤 대통령 방미 후 한국 정부가 뭘 요구했는지 물었더니 ‘낫띵(nothing)’이라며 오히려 매우 의아해하더라. 왜 미국에 요구하는 데 겁을 내는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 고위관계자의 말을 들었는데, 전임 정부의 외교 노선을 친중(親中)이라고 의심해온 미국의 입장을 간파하고 노선의 정상화에 대한 확신을 주기 위한 전략을 먼저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라. 실제 바이든 정부는 대중국 견제를 위해 동북아에서의 동맹 복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입장에 확신을 가진다면 현재의 상황은 향후 한국의 발언권을 확대하고 요구할 수 있는 영역을 축적해가는 전략적 과정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대를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 한국의 대미 외교에 대해 조언하자면.
A : “외교의 기본은 ‘기브 앤 테이크’다. 한국은 미국에 당당히 요구할 자격이 있다. 올인 외교가 아닌 ‘전략적 외교’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과거 한국과 유사한 처지에 있는 제3세계 국가들을 엮어 리더십을 확보한 뒤 미국에 필요한 것을 요구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태생적으로 아시아 국가를 대표할 수 없고 한국만 그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 일본과 달리 미국과도 ‘외교 게임’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미국은 오히려 한국을 관리해야 하고 특히 일본에 비해 한국을 더 ‘뻐근하게’ 여길 수밖에 없다는 점을 한국 정부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미국 내 한인들의 정치력 확장이 한국의 대미 외교력을 강화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인들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접근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Q : 현 정부 들어 재외동포청이 신설됐다.
A : “미주 한인들은 한국 정부가 파견해 한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 또 다른 ‘디아스포라’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중국인들이여. 이제 중국을 잊어버리라’고 외쳤던 게 더 바람직한 접근법이다. 이젠 한국 정부도 250만 한인들이 ‘바이든이냐, 트럼프냐’를 스스로 결정하면서 미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반대로 재외국민 투표권을 주면서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를 고민하게 만들었다. 재외동포청도 한인들이 미국 사회의 주류가 되도록 도와야지 이들을 ‘여의도’로 끌고 가려 해선 안 된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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