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살까지 만화 좋아할 것"…극장가 '이유 있는' 애니메이션 열풍

차유채 기자 2023. 7. 15.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화있슈]
'엘리멘탈'→'스즈메' 등 애니메이션 열풍
"잃어버린 가치의 향수, 키덜트 문화 부활"
삼성전자가 선보인 시네마 LED 스크린 오닉스를 통해 4K HDR 콘텐츠로 감상하는 디즈니·픽사 신작 '엘리멘탈' /사진=뉴스1


영화 '엘리멘탈'이 무서운 흥행 열풍을 보이고 있다. '엘리멘탈'은 여름 대작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의 개봉에도 일일 6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 관객 수 361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올해 국내 개봉한 영화 중 흥행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올해 국내 개봉한 작품 중 '엘리멘탈'보다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범죄도시 3'(1058만명), '스즈메의 문단속'(554만명), '더 퍼스트 슬램덩크'(469만명),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420만명)뿐이다.

이처럼 올해 개봉한 작품 중에서는 유독 애니메이션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앞서 '스즈메의 문단속'은 35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2009년 12월 개봉한 '아바타'(43일) 이후 최장기간 흥행 기록을 세운 바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개봉 초반 다소 부진했으나 입소문을 타고 3040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면서 농구 열풍을 일으켰다.

"애니메이션 보면서 위로받아…마음 따뜻해진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만 28세인 윤소영씨는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장르의 작품을 보는 이유로 '힐링'을 꼽았다.

윤씨는 "(애니메이션을 보면) 어렸을 때로 돌아간 기분이 든다"며 "성인이 되면서 힘든 일이 생겨도 어디 가서 말을 못 하게 됐는데,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장르의 영화를 본 뒤 마음이 따뜻해지고 위로받았다. 100살이 돼도 애니메이션을 좋아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OTT가 아니라 극장에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이유는 큰 화면으로 보면 색감이나 음향에 더 몰입해서 애니메이션 세계에 내가 같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만 33세인 지모씨 역시 "마음이 불안할 때 애니메이션을 보면 새로운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지씨는 "나이 들고 극장에서 애니메이션 장르를 보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편견을 갖기도 하는데, 애니메이션만큼 편하게 볼 수 있는 장르도 없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키덜트 열풍? 불안·혼란스러운 사회 때문"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극장가에서 애니메이션 장르가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해 '키덜트' 문화의 부활을 주목했다. 키덜트는 아이(Kid)와 성인(Adult)의 합성어로, 성인이 돼서도 어린 시절의 취미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회귀하는 것을 의미한다.

김 평론가는 "애니메이션 장르는 더 이상 어린이용이 아니다.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공통 분모"라며 "경제 상황이 어렵고 (사회가) 불안하고 혼란스러우면 (대중에게는)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것에 대한 향수가 생긴다"고 분석했다.

이어 "(올해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등은 친구와 꿈, 위기 상황 속 극복 정서 등을 담고 있다"며 "'엘리멘탈'도 가족주의 공동체적 정서로 등장인물들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키덜트 문화가 열풍인 이유는 (현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잃어버린 가치를 향한 향수가 작용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의견을 냈다.

"韓서 애니=유아용 편견…적극적 발굴 작업 필요"
영화 '아기공룡 둘리 : 얼음별 대모험 리마스터링' 스틸컷 /사진=네이버 영화

그러나 이러한 인기몰이에도 한국 영화계에서 애니메이션 장르는 비주류인 상황이다.

이에 대해 김 평론가는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애니메이션을 어린이들만 보는 장르라고 생각하는 인식이 있다"며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도 '아기 공룡 둘리', '검정 고무신'처럼 복고 유형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애니메이션을 어린이용이라고 생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장르로 인정하는 게 중요하다"며 "특히 요즘엔 웹툰이 인기다.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웹툰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이를 영상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키덜트 굿즈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애니메이션 관련 굿즈)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한국은 뒤처진 감이 있다. 애니메이션 역시 상업화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유채 기자 jejuflower@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