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나토(NATO) 정상회의가 리투아니아 수도 빌니우스에서 열렸습니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의 기시다 총리도 참석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중요한 안건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인데, 당장 가입은 어렵게 되었습니다. "가입"은 약속했지만 "동맹국들이 동의하고 또 조건들이 충족되었을 때"라고 어려운 전제를 붙였습니다. 대신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받는다는 약속을 얻어냈습니다. 큰 외교적 성과입니다.
나토에서 튀르키예(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도 외교적 성과를 올렸습니다. 그 동안 스웨덴의 가입을 거부해왔는데, 이번에 극적으로 가입에 동의해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이 되도록 했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칼리닌그라드의 발틱함대를 견제할 적국이 하나 더 는 셈입니다. 동의의 댓가로 튀르키예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한 새로운 교섭을 약속받았고, 미국으로부터는 F-16 전투기 판매와 관련해 전향적 검토를 약속받았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대통령선거와 나토정상회의에서 계속 정치외교적 승리를 거두고 있습니다.
독일은 호주에서 격년으로 열리는 '탤리즈먼 세이버' 연합 군사훈련에 사상 처음으로 군대를 파견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군사훈련은 미국과 호주가 주축이며, 한국과 일본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남태평양 도서국 솔로몬제도의 소가바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 동반자관계'를 발표했는데, 중국은 솔로몬의 경찰력 강화를 돕기로 했고, 통신사업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지난달 솔로몬제도는 오랫동안 동맹국이자 경제적 후원국이었던 호주와의 군사협정을 재검토할 것을 선언했습니다. 호주-미국과 거리를 두고 중국에 가까이 가려는 행보로 보입니다만, 중국을 이용해 호주에 대한 협상력을 올리려는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미중(美中)의 패권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전략적 요충지로서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이들 섬나라는 아시아대륙과 호주대륙을 연결하는 징검다리입니다.
북한이 ICBM급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일본 영해 가까이에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미군 정찰기 북한 경제수역 침범을 비난하는 담화에서 한국을 평소의 "남조선" "남측"이 아닌 "대한민국"으로 호칭해 주목 받고 있습니다. 한국의 학계나 언론계 일각에서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전술이라고 경계하기도 하는데, 탄도미사일 발사와 함께 "대한민국" 호칭은 오히려 일본과의 교섭을 위한 것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탄도미사일을 일본 가까이에 쏜 것은 교섭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고, "대한민국" 호칭은 북한이 '민족' 보다는 '국익'을 우선시하며 따라서 대남 교섭보다는 대일 교섭을 중시한다는 메시지일 수 있습니다. 더 나가 북한이 개방을 하더라도 남한과 통일을 해 일본을 위협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숨은 메시지일 수도 있습니다. 즉 일본을 향해 '1민족 2국가' 체제를 추구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고, 그 정책을 일본이 지지해줄 것을 요청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북일교섭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태국에서 지난 5월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전진당'의 피타 림짜른랏 대표가 선거관련법 위반으로 헌법재판에 회부되었습니다.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을 봉쇄하기 위한 군부 등 집권세력의 움직임으로 해석됩니다. 위반내용은 '미디어 기업 소유주 및 주주의 선출직 출마를 금지한다'는 태국 헌법 규정인데, 피타 대표가 작고한 부친의 iTV 주식을 물려받았다는 것입니다. 피타 대표는 iTV가 2007년에 정부와의 주파수 계약이 종료되면서 방송을 중단했기 때문에 더 이상 미디어 기업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피타 대표가 이끄는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완화 등을 공약하면서 왕실과 군부의 통치체제에 맞서고 있습니다. 태국 최대 지주이기도 한 태국 왕실은 군부와 협력해 태국을 통치해오고 있으며,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확대에 경계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태국이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ASEAN 주변국들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 중국이 일대일로를 태국으로 확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 등도 태국 정치를 이해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변수들입니다.
중국의 노동시간이 역대 최장을 기록했다고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보도했습니다. 중국 청년들은 '996' 노동이라고 자조해왔는데,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매주 6일간 노동한다는 뜻입니다. 공식적으로 중국 노동법은 일간 8시간, 주간 44시간 이상 노동해서는 안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만, 이 규정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노동조합이 있지만 국가의 통제를 받고 있고 국가는 노동자 보다는 경영주 편을 들고 있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은 있다고 합니다. 작년 북경 법원은 한국의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위챗에서 업무시간 외로 업무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을 "보이지 않는 시간외 근무"라고 판단하면서 경영주에게 3만 위안(약 500만원)을 지불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앞으로 노동력이 줄어들게 될텐데 노동시간을 올리는 것보다는 민간부문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노동자들에게 창의성의 폭을 확대해줌으로써 생산성을 올리는 데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습니다.
베트남이 할리우드 영화 '바비'의 상영을 금지했습니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데, 중국은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의 선(이른바 '구단선')을 긋고 그 안의 약 90%가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베트남은 '구단선'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영화 '바비'의 한 장면에 이 '구단선'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특별한 의도없이 크레용으로 대충 그린 그림일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할리우드는 오랫동안 중국 검열당국을 의식해 영화를 제작해온 전례가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영화시장 자리를 놓고 미국과 1, 2위를 다투고 있습니다.
김동규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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