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시즌 후 급격한 추락..‘특급 기대주’ 싱어, 후반기 반등할까[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다. 26세 기대주는 후반기 달라질 수 있을까.
캔자스시티 로열스는 최악의 전반기를 보냈다. 26승 65패, 승률 0.286.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였다. 화려한 1980년대를 보낸 뒤 2014년 돌풍의 핵이 되기 전까지 긴 암흑기를 보낸 캔자스시티지만 그 암흑기 동안에도 2할대 승률을 기록한 적은 없었다. 그나마 위안이 있다면 전체 최하위는 아니었다는 점. 캔자스시티의 밑에는 메이저리그 전체 최하위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승률 0.272)가 있었다.
한 두 명의 부진으로 나올 수 있는 성적이 아니다. 팀의 모두가 부진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실망스러운 전반기를 보낸 선수가 있다. 바로 26세 우완 선발투수 브래디 싱어다.
싱어는 전반기 18경기에 선발등판해 94.2이닝을 투구했고 5승 8패, 평균자책점 5.80, 77탈삼진을 기록했다.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이닝을 투구했고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승리와 탈삼진을 기록했다. 전반기 팀의 '에이스'였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싱어에게 기대한 모습은 이게 아니었다.
싱어는 캔자스시티가 201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8순위로 지명했고 단축시즌을 앞두고는 MLB 파이프라인으로부터 전체 59순위 유망주라는 평가까지 받은 선수다. 캔자스시티 팀의 마운드를 이끌 에이스로 성장할 것이라는 큰 기대를 건 특급 유망주였다.
단축시즌 데뷔해 12경기 4승 5패, 평균자책점 4.06을 기록한 싱어는 2021시즌 27경기 128.1이닝을 소화하며 5승 10패, 평균자책점 4.91을 기록하며 2년차 징크스를 겪었다. 지난해 27경기 153.1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23의 호성적을 기록하며 달라진 모습을 보인 싱어는 드디어 기대에 걸맞는 차세대 에이스로 성장한 듯했다. 하지만 올시즌 전반기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모든 것이 나빠졌다. 구속부터 시작해 모든 지표가 하락했다. 싱커 투수인 싱어는 지난해 싱커의 평균 구속이 시속 93.8마일이었다. 그 싱커를 바탕으로 50%에 가까운 타구를 땅볼로 유도하는 투수였다. 153.1이닝 동안 150개 탈삼진을 기록하며 탈삼진 능력도 무난했다. 2020-2021시즌 9이닝 당 3.6개에 달했던 볼넷 허용은 지난해 2.1개로 줄어들며 제구력도 발전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지난해 이전보다 더 나빠졌다. 올시즌 싱커의 평균 구속은 시속 92.3마일. 지난해보다 1.5마일이나 떨어졌다. 볼넷 허용은 9이닝 당 3.3개로 다시 지난해 이전 수준으로 많아졌다. 땅볼 유도율도 커리어 최저인 46.8%에 그치고 있다. 약한 타구를 이끌어내는 비율도 줄었고 배럴타구 허용율도 크게 높아졌다. 탈삼진 역시 지난해 9이닝 당 8.8개에서 올해는 7.3개로 크게 줄어들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올시즌 싱어는 거의 모든 기대지표에서도 리그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40.9%에 그쳤던 강타 허용율은 올해 리그 하위 1%인 52.3%까지 올랐다. 지난해 평균 시속 89.3마일의 타구를 허용한 싱어는 올시즌 허용한 타구의 평균 속도가 무려 시속 92마일까지 올랐다. 메이저리그 하위 3%의 부진한 수치다. 0.297의 기대 피안타율은 하위 4%, 0.366의 피기대가중출루율(xwOBA)은 하위 8%다. 기대 평균자책점 역시 실제 평균자책점과 비슷한 5.75로 리그 하위 8%의 수치다.
지난해 24번의 선발등판에서 14차례 퀄리티스타트를 성공시켰던 싱어는 올시즌 18번의 등판에서 단 5번 밖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하지 못했다. 에이스가 6이닝을 3실점으로 버티는 것조차 버거웠으니 당연히 팀 성적이 좋을 수가 없다.
싱어의 성적 하락은 싱커가 무너진 탓이다. 싱어는 올시즌 싱커의 구속이 떨어지며 변화각도 무뎌졌다. 지난해에 비해 '덜 꺾이고 더 떨어지는' 싱어의 싱커에 타자들은 더이상 애를 먹지 않는다. 지난해 0.255였던 싱커의 피안타율은 올해 0.321로 치솟았다. 그나마 싱커에 비해 위력을 유지하고 있는 세컨드 피치 슬라이더가 싱어가 덜 추락하게 막아주고 있다. 싱어는 사실상 싱커-슬라이더 '투 피치' 투수. 둘 중 더 '주력'인 싱커가 무너지니 버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싱어는 원래 투구 템포가 느리지 않은 투수다. 피치클락의 도입이 기술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출전 등으로 시즌 준비를 완벽하지 못했거나 피치클락 등 여러 투수에게 불리한 규정의 도입으로 심리적잉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캔자스시티는 싱어가 좌타자를 상대할 때 적극적으로 시프트를 펼치는 팀이었지만 올해는 시프트가 제한되고 있다.
냉정히 현 시점에서는 극적인 반등을 기대할만한 긍정적인 요소를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전반기 막바지 잠시 좋은 흐름을 보였다는 점과 싱어가 여전히 26세의 젊은 투수라는 점은 그래도 '더 나은 내일'을 바랄 수 있는 작은 희망이다.
지난해 성공으로 날아오르는 듯했지만 곧바로 추락한 싱어가 다시 날개를 활짝 펴고 승리의 노래를 부를 수 있을지 후반기가 주목된다.(자료사진=브래디 싱어)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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