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인플레 완화 조짐…뉴욕증시 힘 받나
소비자물가 이어 생산자물가 상승폭 둔화
금리 인상 우려 꺾이자 빅테크 주가 탄력
불과 한 주 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고용시장 과열 우려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예상하던 목소리는 쏙 들어가고 이달 기준금리 조정을 마지막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처럼 시장의 시각을 바꿔놓은 것은 모두가 기다려 마지않던 인플레이션 둔화 소식이다. 소비자물가에 이어 생산자물가 상승세도 주춤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이른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한편 인공지능(AI) 열풍의 수혜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대형 기술주(빅테크)는 금리 인상이 마침내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는 전망까지 더해지며 상승랠리에 날개를 다는 모습이다.
물가 완화 조짐 '뚜렷'…디스인플레이션 가나
잡힐 듯 잡히지 않던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드디어 둔화 기조로 돌아섰다. 지난 12일(현지시간) 공개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0%, 전월 대비 0.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각의 예상치 3.1%와 0.3%에 못 미치는 수치로, 전년 대비 상승률은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바로 다음날 나온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역시 전년과 전월 대비 각각 0.1% 상승하는데 그쳐 추정치 0.4%, 0.2%를 밑돌았다. 6월 PPI의 전년 대비 상승률은 약 3년 만의 최저치다.
고용시장이 아직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긴 하지만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상승세가 둔화하고 있다는 사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지고 있다는 신호임과 동시에 연준의 금리 인상 명분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이에 연준이 이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한 뒤 연내 한 번 더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힘을 잃어가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 참여자들은 7월 FOMC에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는 것으로 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금리 인하 시작 시점이 당초 예상한 내년 3월이 아닌 1월로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던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5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 퍼듀대 경영대학원장으로 옮기기로 한 점도 연준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불러드 총재는 지난 2021년부터 통화긴축의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주도한 바 있다.
기술주, 순풍에 돛 달았다
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은 투자자들을 빅테크로 불러 모으고 있다. 지난 13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최고치를 다시 썼다. 엔비디아의 경우 이날 5% 가까이 오르면서 연초 대비 상승률을 220%대까지 높였다.
AI 열풍과 같은 업종 내 이슈도 이슈지만 연준이 금리 인상에 곧 마침표를 찍을 것이라는 전망은 기술주에 있어 크나큰 호재다.
통상 금리가 높아지면 고성장에 바탕을 두고 있는 기술주의 미래 가치가 낮게 평가된다. 금리 인상이 자금조달 비용 증가와 판매 부진 등으로 연결돼 실적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따라서 연준의 긴축 완화 가능성은 기술주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물론 기업 개별적으로도 본업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테슬라는 인도를 '제2의 아시아 기가팩토리'로 키우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오픈AI의 챗GPT에 맞서 바드(Bard) AI 챗봇 서비스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AI 열풍의 최대 수혜자인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암(ARM)의 상장과정에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김기훈 (core81@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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