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값 50원 내렸는데" 채소 50%·버스비 25% 올라

김태헌 2023. 7. 15.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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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밀가루·라면·제빵 압박해 가격인하 성과 거뒀지만 다른 부분은 속수무책
라면보다 자주 먹는 채소·고기·과일은 오히려 뛰며 '풍선 누르기'식 물가 상승
서울 시내버스 요금·지하철 요금도 8월 인상 결정…서민 살림살이는 퍽퍽해져

[아이뉴스24 김태헌 기자] 정부가 최근 물가잡기에 주력하면서 라면과 제빵 가격이 일부 인하됐지만, 오히려 채소와 고기, 과일 가격 등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라면 값 50원을 잡을 동안, 대부분의 식료품 가격이 인상되며 압박하는 품목만 잡히는 '풍선 누르기'식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여름 서울 서초구 양재동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채소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1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카미스(KAMIS)와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전날 기준 주요 채소와 육류, 과일 가격은 평년대비 최대 54.3% 인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상추와 깻잎에 삼겹살을 싸 먹는 일도 이제는 쉽지 않게 됐다. 삼겹살(국내산·100g)은 2천842원으로 평년 2천370원보다 20% 인상됐고, 목살도 2천264원에서 2천500원(10%)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상추(100g)는 평년 1천139원에서 1천776원(56%)으로, 깻잎 역시 1천712원에서 2천213원(29.3%) 크게 오르면서 물가 부담을 가중 시키고 있다.

제철을 맞은 수박과 토마토, 참외 등의 과일 가격도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박(1통)은 평년 1만8천698원에서 2만2천134원(18.4%)으로 올랐고, 참외(10개)는 1만3천186원에서 1만6천96원(22.1%)으로 인상됐다. 또 토마토(1kg)는 3천479원에서 4천893원(40.7%)으로 치솟았다.

이외에도 배추(1포기)는 3천882원으로 평년보다 11.6%, 양배추(1포기)는 3천897원(25.8%), 열무(1kg)는 3천446원(41%), 양파(1kg)는 2천150원(16.2%)으로 평년보다 가격이 인상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는 제분과 제빵, 라면 업계에 이어 이번에는 우유값 인하를 압박하고 나섰다. 식품관련 기업들을 옥죄 식료품 물가를 끌어내려 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젖소를 키워 원유를 생산하는 농가는 물론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유업계 역시 가격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유통업계에서는 라면 가격 인하 때와 마찬가지로 정부의 지속적 압박으로 울며 겨자먹기식 가격 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라면 가격을 내리기 위해 원재료인 밀가루를 생산하는 제분업체에 가격인하를 요구했고, 이를 원인으로 라면 가격도 낮출 것을 압박했었다. 이번에는 우유값을 내리기 위해 정부는 먼저 사료업체를 불러 가격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앞서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한국사료협회에서 배합사료 제조업체 8곳과 간담회를 열어 곡물 가격 하락분을 배합사료 가격에 조기에 반영해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정부가 일부 식음료 기업들만을 대상으로 가격 인하를 밀어 붙이는 것보다 신선식품 등 일상적 식료품 가격 전반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70~80년대처럼 라면만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은 이제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A씨(36)는 "정부가 떠들썩하게 라면값 50원 인하를 끌어 냈지만, 이는 생색내기에 불과한 것 같다"며 "오히려 자주먹는 채소와 고기, 과일과 우유 가격은 엄청나게 오르고, 이제는 버스와 지하철 요금까지도 올린다니 진짜 물가를 인하하고 싶은 것이 맞는지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내달 12일부터 시내버스는 1천200원에서 1천500원으로 25% 인상하고, 지하철은 10월 7일부터 1천250원에서 1천400원으로 12% 가격을 올린다.

유통업계와 식음료 업계에서도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볼멘 소리를 내놓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물가 인하는 해야는 겠고, 가장 손 쉬운 방법인 기업 압박을 통한 가격 끌어 내리기에 나선 것"이라며 "올해 내린 가격은 내년에 두 배로 오르기 때문에 결국 소비자들만 더 큰 고통을 겪을 것이고, 이는 전체적인 물가 인하로 연결될 수도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태헌 기자(kth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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