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속이는 '가짜' 고혈압?
평소에는 정상 혈압인데 병원에서 의사를 만나 측정하면 혈압이 높아지거나, 평소에는 고혈압인데 병원에서 의사가 진료를 볼 때 정상 혈압으로 나타나는 ‘가짜 고혈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시기를 놓쳐 지속성 고혈압 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고혈압이 무서운 이유와 의사를 속이는 가짜 고혈압을 살펴본다.
◆고혈압이란?=심장은 우리 몸 구석구석에 피를 보내기 위해서는 적절한 압력 즉 ‘혈압’을 만들어낸다. 고혈압은 이러한 혈압이 지속적으로 높은 상태를 뜻하는 만성질환이다.
고혈압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면 심장에 부담을 주고 혈관의 약한 부분이 터지거나 손상되기 때문이다. 결국 어느 혈관에 문제가 발생하느냐에 따라 ▲뇌혈관질환 ▲만성 신부전 ▲대동맥질환 ▲망막출혈이 발생하고 심부전과 같은 심장병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고혈압 합병증으로 발생하는 동맥경화증은 혈압을 더욱 높이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이동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수도관이 오래되면 부식되고 녹이 스는 것과 같은 이치로 나이가 들면 혈관이 탄력을 잃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이 생겨 고혈압이 발생한다”면서 “고혈압과 동맥경화증이 서로 악영향을 끼쳐 혈관 상태가 더 망가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압이 병원에선 달라진다?=최근에는 고혈압 가운데 가성(Pseudo‧가짜) 환자를 찾고자 활동혈압과 가정혈압 측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가짜 고혈압은 ‘백의고혈압(White coat Hypertension)’과 ‘가면고혈압(Masked Hypertension)’이 대표적이다. 진료실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의사를 만나면 긴장되면서 일시적으로 혈압이 높아지는 경우를 백의고혈압, 낮거나 정상으로 측정되는 것을 가면고혈압이라 부른다.
과거 한국인 대상 활동혈압측정(Korean Ambulatory Blood Pressure) 분석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면고혈압은 국내 인구의 약 10%, 백의고혈압은 약 20%가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백의고혈압과 가면고혈압 모두 정확한 진단이나 치료시기를 놓쳐 지속성 고혈압 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외 연구에서 가면고혈압 사망률은 일반인의 2.8배로 지속성 고혈압의 1.8배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으며, 백의고혈압도 고혈압 약을 과다하게 복용하게 되면서 오히려 저혈압이 생길 우려 등이 있다.
김혜미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가짜 고혈압 환자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장기 예후가 좋지 않은 ‘저항성 고혈압’ 진단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라며 “저항성 고혈압 환자 가운데 약 절반은 가성(가짜)이며 진성 환자는 전체 고혈압 환자의 10% 미만이라는 보고도 있는 만큼 일상생활 중의 활동혈압과 가정 내 환경에서 혈압을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진성 환자를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가짜 환자를 사전에 가려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설명이다.
저항성 고혈압은 일반적으로 이뇨제를 포함해 작용기전이 다른 항고혈압제 3개 이상을 병용하고 각 약물을 최적 용량으로 투약해도 혈압이 정상으로 조절되지 않는 경우를 뜻한다.
◆고혈압 치료 핵심은 생활습관 교정=결국 고혈압 환자의 치료에 있어 중요한 것은 생활습관 교정과 규칙적인 혈압측정 습관 등 반복적인 혈압관리라 할 수 있다.
특히 고혈압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먼저 꾸준한 유산소 운동을 통해 적정한 체중과 허리둘레를 유지하는 게 좋다. 과체중이나 비만이 고혈압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은 물론 당뇨병이나 심뇌혈관계 질환 발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
이동재 교수는 “고혈압약을 처음 복용하기 시작할 때 꼭 약을 먹어야 하는지, 한번 먹으면 평생 먹어야 하는지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활습관을 개선해 정상혈압이 유지되면 굳이 약을 안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비약물요법만으로 정상혈압을 유지하기 어렵다면 혈압약을 먹는 것이 좋다”며 “비록 혈압약의 도움을 받더라도 정상혈압을 유지하면 혈관 손상을 막을 수 있고 무서운 고혈압 합병증을 피할 수 있다”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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