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품 안전 가장 엄격한 유럽이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한 의미
유럽연합(EU)은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방류 계획에도 불구,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에 대한 수입 규제를 철폐하기로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시행해 오던 농수산물 수입 규제를 12년 만에 완전히 없애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일본은 후쿠시마현 등 10개 현의 농수산물을 EU에 수출할 때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EU의 이런 결정은 소속 27국 4억5000만 인구의 식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래서 이번 결정도 모든 회원국과의 합의 과정을 거쳤다고 했다. 식품 안전에 관한 한 EU의 기준은 전 세계에서 가장 엄격하게 적용된다고 봐도 지나친 평가가 아닐 것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과학적 증거와 IAEA 평가에 근거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IAEA 보고서를 대하는 EU의 이런 태도는 우리 민주당과 비교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IAEA 보고서가 나오자 전·현직 지도부가 나서서 “검증 보고서가 아니라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용역 발주 보고서와 거의 같은 수준”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이라고 비난했다. “깡통 보고서”라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민주당 대변인은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을 향해 ‘핵 폐수 방류 홍보대사’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문제에 과학적 지식이 빈약한 민주당의 이런 태도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막무가내다.
우리 바다는 육지 너머의 후쿠시마 바다와 사실상 동떨어져 있다. 그런데 일본이 방류도 하기 전에 천일염 사재기를 하고 수산시장 손님이 없어지고 있다. KBS, MBC 등 TV 방송과, 민주당이 만들어내는 거짓 괴담 때문이다. 이런 우리 사회가 보기에 후쿠시마 바다에서 나는 수산물을 수입해서 먹는 유럽인들은 바보다. 그런데, 유럽인들은 정말 바보일까.
민주당을 설득하기 위해 IAEA 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했다가 봉변만 당했다. 그는 “대중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선의의 우려, 정당한 우려를 가진 사람들이라면 우리의 설명에 열려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의 모욕에 가까운 면박만 거듭됐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IAEA가 일본으로부터 돈을 받고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등의 이야기는 참으로 무책임하고 국격을 해치는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TV 방송과 민주당에 이 말이 들릴 리 없다.
국민의 불안이 없어질 때까지 우리는 후쿠시마 농수산물 수입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우리보다 더 식품 안전에 철저한 유럽인들이 후쿠시마 농수산물을 수입하기로 한 결정과 그들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 과학에 대한 신뢰는 눈여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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