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6월까지 광화문 일대 길 막은 시위 500건, 법원이 한번만 나와보길
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는 3개의 집회가 열렸다. 이틀째 총파업을 이어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서울 집회, 민주노총 건설노조 집회, 민주노총 총파업결의대회가 차례로 이어진 것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폭우 속에서 극심한 불편을 겪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차로 상당 부분까지 차지하는 바람에 세종대로 양방향 모두 극심한 교통 정체가 일어났고 쩌렁쩌렁 울리는 마이크·노래 소음으로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길거리는 집회 참가자들이 피우는 담배 연기로 숨쉬기조차 거북한 곳도 많았다. 광화문만 아니라 이런 곳이 적지 않다.
이날 풍경은 다른 날과 크게 다른 것도 아니다. 경찰 집계를 보면 올해 1월에서 6월까지 광화문광장은 190건, 시청역 일대는 182건,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는 173건의 집회·행진 신고가 있었다. 숭례문로터리도 82건, 세종로터리를 포함하는 세종대로 44건 등이었다. 이 일대에서만 하루 평균 3건의 집회가 열린 셈이다. 더구나 이 중 75%는 일부 차로까지 막은 집회·행진이었다. 주최자는 민주노총이 80건으로 가장 많았다. 민주노총이 광화문 일대를 자기 앞마당처럼 사용하며 시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이날 시민들이 겪는 피해를 고려해 3개 집회 중 민주노총과 건설노조 집회에 대해 금지 또는 제한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주최 측이 집행정지 신청을 내자 법원이 또다시 집회를 모두 허용했기 때문이다. 근래 법원은 시민 불편은 무시하고 집회·시위의 자유만 허용하고 있다.
민주화 투쟁을 거치며 우리 사회와 법원에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우선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노조 등은 우리 사회의 권력층이 됐다. 우리 사회의 ‘갑’이 된 이들이 집회·시위의 자유를 누리면서 다른 사람의 일상을 현저하게 해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정의가 아니다. 더구나 다양한 미디어 등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의사 표현할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민노총 등은 일부러 다른 사람들을 괴롭혀 이목을 끌려는 방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법원이 한 번 만이라도 대로를 막고 벌어지는 시위 현장에 나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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