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석 칼럼] 쇠퇴와 번영의 갈림길에 선 한국
경제 쇠퇴하면 모든 한국 국제 地位 즉각 同伴 추락할 것
국가 운명은 두 가지다. 살아남거나 사라지는 것이다. 살아남는 국가 중 번영하는 나라가 있고 쇠퇴하는 나라가 있다. 역사는 쇠퇴를 회피하면서 번영을 추구하려는 국가들 간 경쟁이다.
‘PAX BRITANNICA(영국에 의한 평화)’ ‘PAX AMERICANA(미국에 의한 평화)’는 번영의 주체(主體)였던 대국(大國) 관점에서 나온 표현이다. 이 기간에도 크고 작은 수많은 전쟁이 있었다. 불사조(不死鳥·phoenix) 국가도 있다. 패전국(敗戰國)이란 잿더미 위에서 일어선 독일과 일본이 그렇다. 계열로 치면 한국은 불사조 국가다.
국가 목표를 올바로 설정하고 목표에 도달할 적절한 수단을 확보한 나라는 성공했다. 국가 목표는 국익(國益)과 뜻이 겹쳐진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없다. 오로지 영원한 국익이 있을 뿐이다.’ 이 유명한 말을 남긴 영국 총리는 미국이 남북전쟁을 겪던 시기, ‘미국을 제압할 마지막 기회다. 때를 놓치면 미국이 영국을 패자(霸者) 의자에서 밀어낼 것이다’라고 했다.
그 후 양국 관계 전개를 보면 국익 역시 가변적(可變的)이다. 영국만 그런 게 아니다. 1970년대 미국 국익은 소련을 고립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중국과 수교(修交)했다. 지금 미국 국익의 최우선은 중국 팽창을 억제하는 것이다.
1962년 쿠바 핵미사일 위기 때 미국은 해상 봉쇄 결정에 앞서 유럽에 특사를 보내 배경을 설명하게 했다. 특사가 그 배경을 설명하려 하자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손을 내저으며 “동맹국이 (생존의) 긴급 필요에 따라 결단한 것은 그 긴급성만으로도 충분히 정당하다”고 했다. “국가 생존에 긴급하게 필요한 것”이 최고 국익이다.
한국은 북한 핵 위협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권 동안 국민은 벌거벗고 핵 바람을 맞았다. 정권이 바뀌면서 북한 공격 시 강력한 반격이란 외투를 걸쳤다. 문제는 이 외투가 미국 것이라는 점이다. 핵 보유 국가인 러시아·중국·이스라엘에 맞서고 있는 우크라이나·타이완·아랍 국가들과 처지가 크게 다르지 않다. 드골은 독자 핵무장을 선언하면서 ‘어떤 이는 쓸모없다, 어떤 이는 너무 비싸다고 하지만 이 위험한 세계에선 자립(自立)이 국가 의무’라고 했다. 씹어볼 말이다.
한국의 또 하나 현실은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한국 경제 실력과 동격(同格)이라는 점이다. 경제가 추락하면 국제 지위가 추락하고 안보 위험은 반대로 커진다. 영국 경제가 흔들리고 프랑스 경제가 위축된다고 그들의 국제 지위가 즉각 하락(下落)하지는 않는다. 한국이 누리는 모든 지위는 경제와 연동(連動)돼 즉각 변동한다. 세계 대중문화 고급문화에서 약진하는 한국 젊은이들의 받침대도 경제다.
사실 한국 경제 번영은 절벽 위 번영이다. 1960년대 중반 시작된 경제 발전은 일하는 사람은 많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적던 인구 혜택을 크게 받았다. 그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일하는 사람은 급격하게 줄고 부양해야 할 사람은 더 빨리 늘었다. 인구가 줄고 노령화(老齡化)되는데도 성장 발전한 경제는 드물다. 즉효약(卽效藥)도 없다.
노동의 질(質)과 규율(規律)이 높다는 것도 옛말이다. 추격하는 나라의 노동 질과 규율은 높아지는데 한국은 제자리걸음이다. 교육 혁명 없이 노동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수능 시험을 열 번 바꿔도 노동의 질은 높아지지 않는다.
최고의 복지라는 일자리가 늘어날 가능성은 낮다. 성장이 낮아지면 빈부 격차는 벌어진다.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중위(中位)소득에 비해 최저 임금이 둘째로 높은 나라다. 자영업 몰락이 경기 탓만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낸 돈의 두 배를 받는다. 중간 계층이 세금을 더 내지 않는 한 복지는 한계에 도달했다. 국가 빚을 늘리면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한다. 불필요한 예산을 뭉텅 잘라서 꼭 필요한 쪽으로 돌려야 하는데 국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고 선거에 지는데 누가 세금을 늘린다고 하겠는가. 이대로라면 한국 번영은 ‘화병 속 꽃’보다 수명이 길지 못할 것이다.
번영의 길 반대편에 쇠퇴의 길이 있는 게 아니다. 두 길 입구(入口)는 거리가 멀지 않다. 2023년 오늘을 사는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의 전부가 아니다. 대한민국 번영의 토대를 일구고 세상을 떠난 이들, 이 땅에 앞으로 태어날 미래 세대가 합쳐져 대한민국 ‘국민’을 형성한다. 한국은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정의(定義)하고 ‘국민은 누구인가’를 재정의(再定義)해야 하는 나라다. 그래야 생존과 번영의 바늘구멍이 보인다. 후쿠시마 괴담으로 시간을 죽일 만큼 한가한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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