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골당 산사태, 4명 매몰 2명 사망
강한 비구름대가 주말 동안 전국에 천둥·번개를 동반한 폭우를 퍼붓겠다. 충청·호남·경북권에선 15일 오전까지 시간당 100㎜의 극한 호우가 예보됐다. 충남 논산에서는 납골당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이곳을 찾은 가족 4명 중 2명이 숨졌다. 이번 장마 기간 최대 고비다.
기상청은 15일 장마전선이 중부·남부 지방을 오르내리며 전선 바로 아래 놓인 지역에 집중호우를 쏟겠다고 14일 예보했다. 14일 오전 11시 이후부터 16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충청·호남·경북권 100~400㎜, 수도권과 강원권 30~150㎜, 영남권 30~100㎜, 제주도 20~100㎜다. 장마전선의 폭이 좁은 탓에 곳곳에서 폭우가 쏟아지겠다.
이미 많은 비가 내렸다. 행정안전부는 위기 경보 수준을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올린 상태다. 올해 장마가 시작된 6월 25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전국 평균 누적 강수량은 339㎜에 달한다. 19일 만에 평년 장마철 강수량(356.7㎜)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충남 서산과 전북 군산·부안은 14일 ‘7월 하루 강수량 최고 값’이 경신됐다. 이날 오후 10시까지 각각 208㎜, 372.4㎜, 190.7㎜가 내렸다. 세 지역엔 주말까지 최대 400㎜의 비가 더 퍼부을 전망이다. 14일 오후 10시 기준 한강·낙동강·영산강·금강·섬진강·만경강 유역 등 전국 20개 지점에 홍수 특보가 발효됐다. 폭우가 이어지는 만큼 홍수 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한반도 대기 상하층에 한랭 건조한 공기와 고온 다습한 공기가 각각 공급되고 있다. 상층의 건조 공기가 하층의 습기를 빨아들이며 밀도 높은 비구름대를 만들고 있다. 이 비구름대는 14일 밤부터 15일 오전 사이 한반도를 서쪽에서 동쪽으로 통과할 전망이다. 비구름대가 빠져나간 15일 오후부터는 일본 부근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하며 장마전선을 북쪽으로 밀어올리겠다.
북태평양고기압 확장과 함께 장마전선은 18일까지 북상하다가 19일엔 다시 남하하면서 남부 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비를 뿌리겠다. 비는 17일까진 전국, 18일은 중부 지방과 호남권, 19일은 충청권과 남부 지방, 20일은 전남·경남권과 제주를 중심으로 내리겠다. 비가 이어지며 지반이 약해진 곳이 많은 만큼 산사태 등에 유의해야 한다.
대기 불안정이 커지며 낙뢰 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 13일 낙뢰 여파로 공항철도 계양역에서 서울역 방향 구간에 단전이 발생해 열차 운행이 한때 중단됐다. 4분간 전력 공급이 끊겼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장마 기간 낙뢰가 전년 대비 크게 늘었다. 작년 1만3216회에서 올해는 장마 시작일부터 14일 정오까지 20일간 전국에 총 2만3811회의 낙뢰가 친 것으로 집계됐다. ‘6월 낙뢰’도 2019년 7844회에서 올해 2만1596회가 돼 5년간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낙뢰가 많아지는 건 온난화 여파라는 분석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기온이 평년보다 올라가면 낙뢰를 발생시키는 뇌전이 발달할 수 있다”고 했다. 지구 평균 온도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는 만큼 기온 상승에 따른 낙뢰 위험 역시 올라간다.
폭우가 내린다고 반드시 낙뢰가 치는 건 아니다. 다만 이번 장마 기간 뇌우가 예고된 만큼 야외 활동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낙뢰 위험도가 높은 곳은 산지의 능선, 암벽, 계곡 주변이다. 행안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낙뢰 인명 피해 가운데 절반이 산지에서 발생했다. 공항, 골프장 같은 평지도 낙뢰 위험 지역이다. 번개가 번쩍이고 30초 내에 천둥이 치면 일대에 벼락이 내리칠 가능성이 크다. 번개가 치면 건물이나 자동차 안으로 대피하는 게 안전하다. 일요일인 16일 중부지방에 비가 한때 소강상태일 것으로 보이나, 날씨 변동성이 큰 만큼 뇌우를 포함한 장맛비가 끝날 때까진 야외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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