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현실의 벽 넘는 건 ‘상상의 힘’… 아이야, 자유롭게 날아오르렴
하늘 호수
신혜진 지음·그림 | 반달 | 44쪽 | 1만7000원
하늘과 호수의 경계에 숲이 있다. 거기 나무들이 없었다면 하늘이 호수로, 호수가 하늘로 흐르는 줄 알았을 것이다. 서로를 비추는 하늘 아래 물 위로 아빠와 소녀, 복슬복슬 개 한 마리가 탄 조각배가 미끄러져 나아간다. 소녀와 개는 물 밑을 들여다본다.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저곳은 물속일까 아니면 하늘일까. 평화롭고 고요하다.
소녀가 거울 같은 수면 위로 찰박찰박 손장난을 했다. 그때, 호수와 하늘이 통하기 시작한다. 물고기들이 하늘로 날아오른다. 소녀와 개의 몸도 함께 하늘 위로 떠오른다. 풍선처럼 가볍게 둥실둥실.
이렇게 자유로웠던 적이 있을까. 중력을 벗어난 소녀와 개는 구름을 썰매처럼 타고 하늘 여기저기로 미끄러진다. 껑충껑충 뜀뛰며 춤을 춘다. 물고기들이 이리저리 몸을 비틀고 지느러미를 팔딱이며 장단을 맞춘다. 흥겨운 음악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현실의 벽을 넘어서는 동력은 늘 상상의 힘이다. 호수 위 조각배에서 하늘을 꿈꿨던 소녀의 상상은 중력의 족쇄 따위 가볍게 벗어던지고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하늘도 호수도 불그스름한 노을로 물들 때, 소녀와 개는 헤엄치듯 다시 배 안으로 돌아온다. 그제야 독자는 소녀가 왜 그렇게 자유롭게 하늘을 날기를 꿈꿨는지 깨닫게 된다. 아빠는 소녀를 안고 배에서 내려 호숫가에 꺼내 놓은 휠체어에 앉힌다.
2020년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던 작가. 텍스트 대신 그림으로 얘기하는 ‘글 없는 그림책’이 이야기를 만들고 싶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북돋운다. 포스터 컬러로 빚어낸 물과 하늘의 색감이 맑고 깊어서,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 속으로 빠져드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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