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파업 이어 병원별 파업… 다음주까지 ‘의료 공백’
14일 오전 부산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김모(62)씨는 창백한 얼굴로 노모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든이 넘은 어머니는 며칠 전 이 병원에서 개복(開腹) 수술을 받았다. 이 직후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에 들어갔다. 어머니는 실밥도 풀지 못한 채 수술 후 일주일도 안 되는 시점에 ‘강제 퇴원’을 당했다. 이날 오전 화장실에서 쓰러져 다시 부산대병원 응급실로 실려 온 것이다. 김씨는 “14일에 파업이 끝나면 입원 신청을 다시 하려고 했다”며 “파업이 더 길어지면 고령의 어머니를 집에서 어떻게 간호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4만여 명이 참여한 보건의료노조 총파업은 13~14일 이틀간 진행됐다. 그러나 노조는 이날 “병원별 현장 파업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총파업 후 병원별 노사 교섭이 진행되는 만큼 다음 주에도 부분 파업이 이어지는 병원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이 계속 밀리면서 한시가 급한 환자들은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복지부는 “전국 134개 병원이 총파업에 참여했고 수술과 진료 등에서 차질을 빚었다”며 “병원별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지면 예상치 못한 환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모(49)씨는 이날 유방 관련 진료를 받으려고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았다가 “산부인과 진료는 13일 뒤인 27일쯤에야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유씨는 “오전 내내 전화로 예약을 잡으려 했는데 ‘파업으로 연결이 어렵다’는 자동응답기 음성만 나와서 병원으로 직접 왔더니 병원에서 이렇게 말했다”며 “며칠 뒤 출국을 해야 하는데 너무 답답하다”고 했다. 60대인 박모씨도 이날 새벽부터 지병인 요로결석으로 극심한 통증을 느껴 이 병원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렸다. 그는 “(인력이 없어) 비뇨기과에서 요로결석 일부 검사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며 “너무 아파서 왔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고 했다.
이날 지방의 한 대형 병원 민원실에선 상복을 입은 남성이 “파업 때문에 가족이 죽었다”며 항의한 일도 있었다. 호스피스 병동에 있던 말기 암 환자였는데, 퇴원했다가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았지만 파업으로 재입원이 불가능해 집으로 되돌아갔다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이날 대형 병원들은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다음 주 진료 일정 등을 미루고 있었다. 한양대병원은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교수와 전공의가 모두 나서 다음 주에 잡힌 비응급 환자들의 외래 진료 일정을 다시 연기하고 있다고 한다. 이 병원은 임직원 2000여 명 중 거의 절반인 900여 명이 이번 파업에 참여했다. 병원 관계자는 “각 진료과에선 간호사 대신 의사가 진료 접수를 하고 있고, 사무직 직원들도 총동원돼 환자 배식 등을 하고 있다”며 “파업이 다음 주까지 이어질 것이란 얘기가 돌면서 사방에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고 했다. 부산대병원과 양산부산대병원은 일반 병동 환자를 모두 퇴원시킨 상태다. 총파업이 끝나도 병원별 파업이 계속되면 다음 주로 연기한 수술과 입원 일정도 재조정해야 한다.
환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70대인 A씨는 간암으로 두 달 전 대전에서 올라와 고려대안암병원에 입원 중이다. 다음 주인 19일 간이식 수술이 잡혀 있다. 그는 “파업이 길어져서 수술 일정이 혹시 미뤄질까 봐 너무 불안하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여전히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 전면 확대와 의료 인력 확충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노조의 요구를 모두 시행하면 수조 원의 예산이 든다”며 “병원별 노조의 협상 파트너는 정부가 아니라 각급 병원”이라는 입장이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업무 복귀 명령 발동도 검토하겠다고 하고 있다. 복귀 명령이 발동되면 의료진은 24시간 이내 병원에 복귀해야 한다. 거부하면 형사 처벌과 면허 취소 등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의료계에선 단기간에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주말 사이 양측이 물밑 접촉을 통해 타협점을 찾을 수 있고, 이 경우 다음 주부터 각 병원의 수술·진료가 빠르게 정상화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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