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증권위와 소송서 이기자… 리플, 한때 96% 폭등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세계 3위 가상 화폐인 ‘리플(XRP)’의 증권성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가상 화폐를 유가증권으로 보고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감독하려는 미국 금융 당국의 시도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현지 시각) 미 뉴욕지방법원은 “리플의 발행사 리플랩스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가상 화폐를 판매한 것은 연방 증권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앞서 2020년 12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리플랩스가 증권법에 따라 요구되는 절차 없이 13억800만달러(약 1조6500억원) 상당의 리플 토큰을 판매했다”며 리플랩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약 30개월 만에 법원이 리플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리플의 ‘증권성’ 여부였다. 증권으로 판단될 경우 가상 화폐는 증권법에 따라 금융 당국에 신고할 의무가 생기고 관리 감독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리플랩스는 리플은 증권이 아닌 상품이라고 맞서왔다.
법원은 “일반 투자자가 거래하는 리플은 증권법 대상이 아니다”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정보가 부족한) 일반 투자자들은 리플 매매로 이익을 낼 것으로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다만 헤지펀드 등 기관 투자자의 리플 거래는 증권법 적용 대상이라고 봤다. 법원은 “기관 투자자는 향후 리플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정보를 믿고 거래했기 때문에 투자 계약에 해당한다”면서 “이 경우 연방 증권법에 따른 투자 계약 요건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리플랩스가 기관 투자자들에게 리플의 투자 가치에 대해 홍보한 만큼 증권 투자 계약이자 SEC 규제 대상이 맞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블룸버그 등 외신은 “가상 화폐 산업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가상 화폐 시장 거래 대부분이 개인 투자자 거래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판결 직후 가상 화폐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리플은 한때 96% 폭등하며 가격이 2배 가까이 뛰었다. 비트코인도 3% 가까이 급등해 한때 3만1800달러까지 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가상 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주가는 이날 24.5% 폭등한 107달러로 마감했다.
이번 판결이 SEC의 다른 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SEC는 지난달 세계 최대 가상 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와 코인베이스를 상대로 잇따라 소송을 제기했다. 이 거래소에서 판매되는 일부 가상 화폐가 ‘증권’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판결은 다른 가상 화폐에 대한 SEC 조치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금융 당국은 가상 자산의 증권성 여부에 대해 ‘개별 코인별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특정 코인의 투자 구조와 백서(白書) 등을 근거로 자본시장법상 투자계약증권(공동 사업에 투자 후 손익을 배분하는 증권)인지 단순한 상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국내 개별 가상 자산에 대한 판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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