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 최정이냐 샛별 노시환이냐… 홈런왕 불꽃 경쟁

김영준 기자 2023. 7. 15. 03:0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 전반기 결산
프로야구 전반기가 지난 13일 마무리됐다. 홈런왕 경쟁 중인 최정(왼쪽), 노시환(가운데). 둘은 19홈런으로 이 부문 공동 1위다. 최정이 지난달 24일 19호 홈런 이후 주춤한 사이 노시환이 빠르게 따라붙었다. NC 우완 페디(오른쪽)는 다승(12승), 평균 자책점(1.71) 1위. 1997년 이후 처음으로 20승·1점대 평균 자책점을 노린다. /연합뉴스·뉴스1·박재만 스포츠조선 기자

지난 13일 2023 시즌 프로야구 전반기가 마감됐다. 개막 전 펼쳐진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한국 대표팀이 졸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리그 흥행에도 악재가 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오히려 관중이 지난해 전반기보다 30% 이상 늘어나 441만2000여 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800만 관중 돌파가 유력하다. 최고 자리를 두고 다투는 신구 스타들의 활약과 가을 야구를 노리는 팀들의 치열한 순위 싸움이 팬들을 불러모았다. 오승환(삼성)의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최형우(KIA)의 통산 최다 2루타·최다 타점 기록과 양현종(KIA)의 통산 다승 2위 등극 등 각종 진기록도 쏟아졌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페디, 13년 만에 1점대 평균 자책점 도전

올 시즌 가장 강력한 투수를 꼽자면 단연 NC의 새 외국인 투수 에릭 페디(30)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경험한 그는 올해 NC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초토화하고 있다. 특히 ‘변종 슬라이더’ 스위퍼를 주무기 삼아 연일 완벽투를 이어가고 있다. 다승(12승)·평균 자책점(1.71) 리그 1위를 달린다. 지난달 말 페디를 처음 상대한 두산 이승엽 감독이 “그동안 잘 피해갔는데 결국 페디를 피하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드러낼 정도 상대에겐 위협적인 존재다.

그는 한국 데뷔 첫해에 역대 최소 경기 10승 달성 타이(12경기)와 10구단 체제 최소 경기 전(全)구단 상대 승리 타이(15경기) 기록도 세웠다. 현재 정규 이닝을 채운 투수 중 유일하게 1점대 평균 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국내 리그에서 1점대 평균 자책점을 찍은 선수는 2010년 류현진(1.82·당시 한화)이 마지막이다. 현재 기세로면 시즌 20승도 가능한데, 1점대 평균 자책점과 20승을 동시에 달성한 건 1997년 쌍방울 김현욱(1.88·20승)이 유일하다.

◇'베테랑’ 최정과 ‘신성’ 노시환의 홈런왕 경쟁

6월 중순까지만 해도 홈런왕 레이스는 SSG 최정(36)의 독주 체제였다. 그가 지난달 24일 시즌 19호포를 쳤을 때 2위 박동원(LG)과 격차가 5개였다. 최정이 그 이후 홈런을 추가하지 못하는 사이 한화 노시환(23)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그는 지난달 28일부터 6경기에서 홈런 6개를 몰아치며 최정과 공동 선두(19개)로 올라섰다. 이미 지난해 기록한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18개)을 넘어섰다. 2000년 12월생인 노시환이 홈런 1위에 오를 경우, 이승엽(1997년·만 21세)과 장종훈(1990년·만 22세)에 이어 역대 셋째로 어린 홈런왕이 된다.

반면 최정은 ‘최고령 홈런왕’에 도전한다. 지난해 만 36세 3개월에 홈런왕에 오른 동갑내기 박병호(KT) 기록에 도전한다. 최정은 통산 448홈런으로 한국 프로야구 역대 순위에서 이승엽(467개)에 이어 2위에 올아있다. 전반기 79경기에서 19홈런을 친 그가 후반기에 조금 더 분발한다면 올 시즌 내에 뛰어넘는 것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오승환·이정후 주춤, 서진용·홍창기 ‘깜짝 활약’

삼성 오승환(41)은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 금자탑을 쌓았지만, 올 시즌 위력은 ‘돌부처’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다. 2승 3패 10세이브, 평균 자책점 4.80에 그친다. 구위가 떨어지면서 2군에 내려갔다 오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해 타격 5관왕 키움 이정후(25)의 시작도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며 수정한 타격 폼에 적응하지 못하며 5월까지 2할대 타율에 그쳤다. 그러나 6월 타율 0.374, 7월 타율 0.390 맹타로 명예를 회복 중이다.

SSG 서진용(31)과 LG 홍창기(30)는 기대 이상 활약으로 팀의 선두 경쟁 선봉장에 섰다. 마무리 투수 서진용은 25세이브로 리그 1위를 달린다. 그는 5월까지 0점대 평균 자책점을 유지하는 위력을 떨쳤다. 외야수 홍창기는 김현수, 오스틴, 박해민 등 스타가 즐비한 LG 외야진에서 절정의 타격감으로 주전을 꿰찼다. 출루율 리그 1위(0.449), 타율은 리그 3위(0.332)로 펄펄 날고 있다.

◇롯데·한화 ‘깜짝 돌풍’, 중위권 대혼전

전반기를 마친 14일 현재, 프로야구는 ‘2강 7중 1약’ 구도다. 3위 두산부터 9위 키움까지 7팀이 7경기 차 이내로 붙어 있다. 하위권 팀들의 반란이 중위권 혼전을 불러왔다. 신호탄을 쏜 건 지난해 8위 롯데였다. 롯데는 4월 말~5월 초 9연승을 달리며 한때 리그 선두까지 치고 올라갔다. 그러나 6월부터 부진하며 결국 5할 승률을 채우지 못한 채 5위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6월에 부상으로 이탈했던 유격수 노진혁과 불펜 투수 최준용이 전반기 마감 전에 돌아온 점은 호재다. 이들과 더불어 새로 데려온 외국인 타자 니코 구드럼이 활약한다면 후반기 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게 롯데의 기대다.

작년까지 3년 연속 꼴찌였던 한화는 지난달 21일부터 8연승을 거뒀다. 올해도 최하위에 처져 있던 순위를 8위까지 끌어올렸다. ‘초보 감독’ 이승엽 감독이 부임한 두산은 9위였던 작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이며 3위에 올라있다. 9연승으로 전반기를 마감했다. 이들이 치고 올라온 반면 지난해 가을야구에 올랐던 KT·KIA·키움이 주춤하며, 누가 포스트시즌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을 ‘역대급’ 접전이 펼쳐졌다. 다만 후반기 경쟁에서 두산과 KIA가 다소 유리한 입장이다. 두산은 부진했던 외국인 투수 딜런을 방출하고 브랜든을 데려오며 알칸타라-브랜든-곽빈-최원준으로 이어지는 황금 선발진을 구축했다. KIA는 전반기 막판 포수 김태군을 트레이드로 데려오고 외국인 투수 2명을 동시에 교체했다.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체스와 토마스 파노니가 모두 좋은 구위를 선보여 후반기 기대감을 높였다.

◇선두 LG ‘도루사 경계령’, 꼴찌 삼성 ‘총체적 난국’

선두 경쟁에선 LG가 후반기에도 강세를 보일 전망이다. LG는 전반기에 팀 타율(0.285)과 평균 자책점(3.61) 모두 1위로 투타 조화가 좋다. 시즌 초 과도한 도루·주루사가 약점으로 꼽혔으나, 최근엔 도루 시도를 줄이며 성공률을 높이는 모습이다. 염경엽 LG 감독은 “후반기에는 스톱(멈춤) 사인도 낼 것”이라고 했다. 2위 SSG 투타 조화가 좋다. 타율 1위 에레디아와 홈런 1위 최정이 타선을 지키고, 마운드엔 홀드 1위 노경은과 세이브 1위 서진용이 버티고 있다. 그러나 선발진이 고민이다. SSG 선발진 평균 자책점은 4.60으로 최하위인데,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투수 맥카티가 6월말부터 부상으로 못 나오고 있다. 맥카티, 최정, 하재훈 등 부상 선수들이 얼마나 빨리 돌아와 활약하는 지가 후반기 선두 추격의 열쇠다.

키움과 삼성의 전망은 좋지 않다. 키움은 ‘에이스’ 안우진 외에 믿을 만한 선발 투수가 없는 데다 안우진마저 위력이 지난해만 못하다. 타선에도 확실한 해결사가 없다.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은 팀 평균 자책점 10위(4.56), 팀 타율 0.252(9위)로 총체적 난국에 빠져있다. 경험 적은 젊은 선수들이 주축인데 베테랑들이 중심을 잡아주지 못한다. 우규민, 오승환, 오재일 등이 이름값이 걸맞지 않게 부진하다. 삼성에겐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 달가량 빠져있다가 최근 돌아온 구자욱(30)이 후반기에 활약해주는 게 중요하다.

전반기를 마친 프로야구는 15일 올스타전과 휴식기를 거쳐 이달 21일 재개된다. 후반기 주요 변수는 우천 취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장마 기간 우천 취소된 경기들이 각 팀 주요 자원들이 아시안게임에 차출되는 9월 중·하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시기에 얼마나 승수를 쌓는지가 정규 리그 순위 싸움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