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도시에서 청년 몰아내는 중국
‘청년들아, 농부가 되어라’
중국의 인기 예능 프로그램 ‘농사를 짓자[種地吧]’는 이 같은 메시지를 노골적으로 전한다. 19~26세 배우·아이돌 가수 10명이 시골에서 반년 동안 농사짓는 과정을 담은 이 프로그램은 내레이션과 대사를 통해 청년들의 농촌행(行)을 독려한다. 만듦새가 좋은 덕분에 지난 2월 아이치이(중국판 넷플릭스) 첫 방영 이후 중국 OTT 예능 시청률 2위까지 올랐다.
중국에서 ‘신(新)하방(下放·문화혁명 때 도시 청년을 농촌으로 내려보낸 정치 캠페인)’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본질은 대도시에서 청년을 몰아내는 것이다. 리오프닝 이후 경제 회복이 더디고 고용 시장이 무너지자 도시가 엘리트 청년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노는 청년’들을 시골로 보내면 사회 불안 요소가 제거되고, 미국의 공급망 봉쇄를 대비해 식량 생산량도 늘릴 수 있다는 계산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청년들을 농촌으로 보낸다고 보내지느냐’는 질문이 남았다. 도시에서 평생 살아온 이들이 하루아침에 농부가 될 리 없다. 링링허우(2000년대 출생자)는 외동으로 자란 ‘귀한 몸’이고, 급속 경제 발전의 혜택을 누린 이들이다. 게다가 ‘상경’은 청년들의 본능이다. 중국 4대 도시인 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은 외지인의 신규 진입을 제도적으로 막는데도 도시 외곽에선 전국 각지 청년들이 몰려 형성된 빈민촌이 매년 영토를 넓히고 있다. 베이징엔 ‘개미(저소득층) 아파트’, 항저우에는 ‘왕훙(인터넷 스타)촌’이 있다.
결국 도시를 사수하고자 하는 청년과 중국 정부 간 한판 승부가 불가피하다. 최근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는 ‘퉁쭈(統租)’ 제도로 청년들을 몰아내고 있다. 저렴한 도시 월셋방을 정부가 거둬들여 재임대하는데,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강제로 쫓겨나는 상황이 연출됐다. 광둥성은 2025년 말까지 대졸자 30만명을 농촌으로 보내는 것이 목표다.
청년들이 작년 11월의 방역 반대 시위인 ‘백지 시위’와 비슷한 집회 등으로 반격할 수도 있다. 중국 정부가 가장 예민하게 주시하는 사회 안정이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중국 정부가 청년들의 위챗(중국판 카카오톡)을 정지시키고, 휴대폰 추적과 AI(인공지능) 안면인식을 악용하면 이들의 저항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취업 못 한 대졸자를 군인·노점상인·블루칼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중국 지도부에서 나오고 있다.
‘도시의 불청객’이 된 중국 청년. 지난 몇 년간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려고 문을 닫고, ‘제로 코로나’를 3년 동안 고수하면서 경제는 망가졌다. 무대를 빼앗긴 대부분의 중국 청년들은 농민·군인·블루칼라가 되거나 ‘탕핑(누워서 아무것도 안하는 것)’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중국 청년들에겐, ‘고난의 행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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