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K방역’이 모두를 지켜준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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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가 올해 5월 5일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해제한다고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2019년 12월 중국 정부가 원인 불명의 폐렴 발생을 보고한 지 3년 5개월, WHO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한 이듬해 1월부터는 3년 4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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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초기 입국 제한 등이 미비했지만 비교적 발 빠르게 대응하는 한편으로 확진자에게 각종 사회적 의료적 지원을 했다. 해외에선 이른바 ‘K방역’을 대체로 호평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그만큼 많은 것을 감당하며 3년을 견뎠다. 가진 게 적은 이들일수록 더 많이 감내해야 했다. 김승섭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를 비롯한 저자 6명은 여성과 아동,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민 등 5개 계층이 겪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의 고통을 추적 연구했다. 이 연구 성과를 알기 쉽게 풀어 쓴 책이다.
책에는 팬데믹에 따른 고통의 크기가 사회적 약자에게 더 컸다는 걸 보여주는 각종 사례가 등장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휴게실이 폐쇄된 병원 청소노동자들은 식사 공간을 찾지 못해 화장실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일부 콜센터업체 하청 직원들은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하는 중에도 노트북으로 계속 일해야 했다.
‘국민이 먼저’라는 정부의 구호는 어떤 이들을 배제한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지방자치단체의 마스크 지원 사업에서 한국 영주권을 가진 결혼이주 여성은 마스크를 지원받지 못하기도 했다. 국민이 아닌 ‘외국인’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 밖에도 성인 기준으로 집행되는 방역 정책에 일방적으로 욱여넣어진 아동 인권의 후퇴, 예방적 코호트 격리 시설로 지정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먹고 씻는 최소한의 활동만 허용됐던 사례 등 고통과 차별의 각종 기록이 소개된다. K방역의 명암을 깊게 연구한 저자들의 지적은 향후 또다시 찾아올 수 있는 감염병 유행의 재난에 앞서 한국 사회가 대비해야 할 점이 무엇인지 시사점을 준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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