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과 핵폭발… 이 둘의 공통점은 [곽재식의 안드로메다 서점]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2023. 7.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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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만 하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들은 그냥 땅 위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며 실험을 진행하곤 했다.

무슨 현상이 그렇게 X선을 내뿜을 수 있는지 여러 가능성을 과학자들이 긴 세월 검토한 결과, 답은 블랙홀이었다.

사람들이 언제 블랙홀이 있을 수 있다고 떠올리기 시작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어떤 사람들이 그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는지를 이런저런 사연으로 풀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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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현상 모두 X선 방출해
핵실험 감시 중 블랙홀 첫 발견
SF 아닌 현실 속 이야기 풀어내
◇블랙홀의 사생활/마샤 바투시액 지음·이충호 옮김/352쪽·1만7000원·지상의책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핵무기를 개발하는 나라들은 그냥 땅 위에서 핵폭탄을 터뜨리며 실험을 진행하곤 했다. 그 무렵 공중이나 우주에서 핵폭탄을 터뜨려 보는 나라가 있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자 미국에서는 로켓을 띄워 혹시 어딘가에서 핵폭탄이 터질 때 방출되는 X선이 나오지는 않는지 아주 높은 곳에서 정밀 감시하는 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주목을 받았다.

1964년, 그렇게 진행된 로켓 실험에서 학자들은 밤하늘의 별자리인 백조자리 방향에서 이상할 정도로 규칙적인 X선이 감지된다는 결과를 얻었다. 혹시 백조자리 쪽에 사는 외계인들이 핵전쟁이라도 벌이고 있는 걸까? X선을 내뿜는 이 물체에는 백조자리 X-1이란 별명이 붙었다. 무슨 현상이 그렇게 X선을 내뿜을 수 있는지 여러 가능성을 과학자들이 긴 세월 검토한 결과, 답은 블랙홀이었다. 지금도 백조자리 X-1은 사상 최초로 발견된 블랙홀로 널리 인정받고 있다.

블랙홀이라고 하면 우주 저편에 있는 이상하고 신비로운 물체, 공상과학(SF) 영화나 만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괴상한 우주의 진공청소기 같은 느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블랙홀 이야기는 현실 생활과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은 머나먼 우주 공간의 일이나, 막연하고 신비로운 아주 순수한 과학 문제라는 느낌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과학은 여러 분야가 항상 연결되고 엮인 채 발전한다. 막상 살펴보면 블랙홀 연구는 안보, 국제 정치 같은 현실 문제와 이렇게나 가깝게 연결돼 있다. 보면 볼수록 의외로 많은 분야에서 기초 과학과 과학의 응용은 별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과학 글쓰기 대학원 과정을 담당하는 교수인 마샤 바투시액의 ‘블랙홀의 사생활’은 이 이야기를 포함해 블랙홀이란 매력적인 물체가 어떻게 다양한 과학과 연결되는지를 짚어 주는 책이다. 사람들이 언제 블랙홀이 있을 수 있다고 떠올리기 시작했고, 세월이 흐르면서 어떤 사람들이 그 생각을 발전시켜 나갔는지를 이런저런 사연으로 풀어나간다. 핵실험 이야기뿐만 아니라 우주의 탄생을 밝히거나 과학의 근본 원리를 되짚어 보는 연구들이 블랙홀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쉽게 쓴 책이기에 읽다 보면 적어도 도대체 왜 블랙홀이 그렇게 인기 있는 연구의 대상인지, 그 연구로 뭘 얻을 수 있다는 것인지는 충분히 감을 잡을 수 있다.

교양으로 즐기는 과학의 보람을 잘 살려 주는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조금 더 깊이 있게 블랙홀과 관련 있는 여러 과학 이론을 접하고 싶은 독자라면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이론물리학 명예교수이자 영화 ‘인터스텔라’(2014년) 제작에 참여했던 킵 손이 쓴 ‘블랙홀과 시간여행’(2019년·반니)을 읽어볼 만하다.

곽재식 숭실사이버대 환경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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