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달은 말한다, 희망은 악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악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라고
희망의 책
제인 구달, 더글러스 에이브럼스, 게일 허드슨 지음 | 변용란 옮김ㅣ사이언스북스 | 360쪽 | 1만8000원
은빛 머리칼을 하나로 묶은 제인 구달(89)이 지난 7일 서울 이화여대에서 강연에 나섰다. 수십 년간 함께 강연을 다닌 ‘미스터 H’라는 침팬지 인형을 소개했다. “이 인형은 시각 장애를 가진 친구가 선물해줬죠. 제가 그의 손을 잡아 인형 꼬리를 만지게 한 뒤 말했어요. ‘사실 얘는 침팬지가 아니네, 침팬지는 꼬리가 없거든.’” 청중석에서 웃음이 나왔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고요, 그 친구는 마술사가 되려 했어요. 저는 안 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 그는 시각 장애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마술사가 돼 있습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이 가진 불굴의 의지가 곧 ‘희망’이라는 거예요.”
침팬지도 도구를 사용하고 개성과 감정을 지닌 존재라는 걸 처음 밝혀낸 구달 박사. 침팬지 수가 급격히 줄자 그는 30여 년 전부터 전 세계를 돌며 환경과 동물 보호의 필요성을 호소해왔다. 그러나 인간의 자연 파괴는 멈출 줄 모른다. ‘지구에 희망이 있을까.’ 이날 그는 자신이 여전히 희망을 갖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간의 놀라운 지능’ ‘자연의 회복 탄력성’ ‘불의에 맞서는 젊은이들의 힘’ ‘굴하지 않는 인간의 정신력’. 이것이 제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이죠. 지구에게 귀가 있다면 아직도 ‘너를 지키려는 사람들이 많다. 남은 시간 동안 계속 노력할게’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베스트셀러 작가인 더글러스 에이브럼스가 질문하고, 구달이 답하는 형식으로 쓰인 이 책도 구달의 ‘희망’에 대해 다룬다. 어린 시절 이야기부터 환경운동가로서의 경험과 소회가 담겨 구달 이야기의 ‘마침표’ 같은 느낌도 준다. 그는 말한다. “희망은 악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악에 대한 반응이에요.” 희망은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사실을 만들어내는 방법”에 가까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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