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우물 안은 천국일까

김민 기자 2023. 7. 15.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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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사용자 맞춤형 정보만을 제공하며 우리를 '필터 버블'에 가둔다면, 소설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 속 '옵터'는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시각 등 지각까지 제어하며 더 크고 강력한 버블 속에 사용자를 가둔다.

기술이 정말 우리의 결핍과 아픔을 채워줄 수 있느냐고, 그것은 또다시 우리의 문제가 아니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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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SF문학상 후보작 등 7편 수록
장강명 작가 근미래 기술에 질문
우리는 어딘가 갇혀 있는 게 아닐까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장강명 지음/404쪽·1만7000원·문학동네
지금의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사용자 맞춤형 정보만을 제공하며 우리를 ‘필터 버블’에 가둔다면, 소설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 속 ‘옵터’는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시각 등 지각까지 제어하며 더 크고 강력한 버블 속에 사용자를 가둔다.

증강현실 기술로 만들어진 ‘옵터’를 사용하면 반지하에서도 오션뷰가 펼쳐지고,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예쁘고 잘생겨지며, 상대가 나에게 욕설을 하거나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말해도 듣기 좋은 말로 바뀌어 들린다. 이렇게 늘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장강명의 새 소설집인 이 책은 심훈문학대상을 받은 표제작을 포함해 일본의 권위 있는 공상과학(SF) 문학상인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에 오른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등 단편 7편을 수록했다. 이번 소설집의 장르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로 규정한 저자는 과학과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상상력과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에서는 타인의 기억을 주입할 수 있는 ‘체험 기계’가 등장한다.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이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체험하고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기자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이를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덕적 황금률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땐 비극을 낳는다고 역설한다. “타인은 지옥이고, 어쩌면 그 지옥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음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여러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기술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결핍과 염원에 의해 전개된다는 걸 보여준다. 원하는 것만 보고 들으려는 마음이 필터를 만들고, 끔찍한 고통을 보상받으려는 마음이 ‘체험 기계’를 만들며, 관계의 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데이터 시대의 사랑’ 속 앱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그런 미래가 열렸을 때 펼쳐지는 새로운 혼란을 비추며 책은 묻는다. 기술이 정말 우리의 결핍과 아픔을 채워줄 수 있느냐고, 그것은 또다시 우리의 문제가 아니냐고.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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