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보고싶은 것만 볼 수 있는 우물 안은 천국일까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금의 소셜미디어와 알고리즘이 사용자 맞춤형 정보만을 제공하며 우리를 '필터 버블'에 가둔다면, 소설 '당신이 보고 싶어 하는 세상' 속 '옵터'는 우리가 몸으로 느끼는 시각 등 지각까지 제어하며 더 크고 강력한 버블 속에 사용자를 가둔다.
기술이 정말 우리의 결핍과 아픔을 채워줄 수 있느냐고, 그것은 또다시 우리의 문제가 아니냐고.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장강명 작가 근미래 기술에 질문
우리는 어딘가 갇혀 있는 게 아닐까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장강명 지음/404쪽·1만7000원·문학동네
증강현실 기술로 만들어진 ‘옵터’를 사용하면 반지하에서도 오션뷰가 펼쳐지고,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은 예쁘고 잘생겨지며, 상대가 나에게 욕설을 하거나 정치적으로 다른 의견을 말해도 듣기 좋은 말로 바뀌어 들린다. 이렇게 늘 원하는 것만 보고 듣는다면 우리는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장강명의 새 소설집인 이 책은 심훈문학대상을 받은 표제작을 포함해 일본의 권위 있는 공상과학(SF) 문학상인 성운상 해외 단편부문 후보작에 오른 ‘알래스카의 아이히만’ 등 단편 7편을 수록했다. 이번 소설집의 장르를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로 규정한 저자는 과학과 기술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상상력과 이야기로 풀어 나간다.
‘알래스카의 아이히만’에서는 타인의 기억을 주입할 수 있는 ‘체험 기계’가 등장한다. 나치 전범인 아돌프 아이히만(1906∼1962)이 아우슈비츠 생존자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체험하고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기자의 시선으로 서술한다. 이를 통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도덕적 황금률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땐 비극을 낳는다고 역설한다. “타인은 지옥이고, 어쩌면 그 지옥이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곳에 있음에 감사해야 할지도 모른다”면서.
여러 편의 소설은 공통적으로 기술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결핍과 염원에 의해 전개된다는 걸 보여준다. 원하는 것만 보고 들으려는 마음이 필터를 만들고, 끔찍한 고통을 보상받으려는 마음이 ‘체험 기계’를 만들며, 관계의 불안에 대한 두려움이 ‘데이터 시대의 사랑’ 속 앱을 탄생시킨다. 그러나 그런 미래가 열렸을 때 펼쳐지는 새로운 혼란을 비추며 책은 묻는다. 기술이 정말 우리의 결핍과 아픔을 채워줄 수 있느냐고, 그것은 또다시 우리의 문제가 아니냐고.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故김문기 아들 “아버지, 이재명 전화 수차례 받아”
- 산사태에 노부부 참변, 열차도 멈춰…충남-전북 주말 400㎜ 물폭탄
- 박진, 中왕이에 ‘싱하이밍 과격발언’ 관련 엄정입장 전달
- 尹 대통령, 우크라 재건 참여 기업인들 만나 “정부 적극 지원”
- [김순덕의 도발]‘1919년 원년’ vs ‘건국은 혁명’에 대한 이종찬의 편지
- 김여정 “美, 우리 건드린 대가 가볍지 않을 것…ICBM 발사는 정당방위”
- [사설]의료 혼란만 키운 총파업 종료… 환자 돌봄에 만전 기하라
- [횡설수설/이진영]지금이 ‘닭뼈’로 대표되는 ‘인류세’ 시대일까
- 민주당 31명 ‘불체포특권 포기’ 선언…“저희라도 나서겠다”
- 與 “김은경 4대강위 부당개입, 국정농단” 野 “전정부 인사 때려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