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절의 시대에 잠식된 당신을 구하러 갑니다
이영관 기자 2023. 7. 15. 03:02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404쪽 | 1만7000원
남성이 “나가 죽어”라고 말하니, 소녀는 “네, 조심히 가세요”라고 답한다. 잘못 들은 게 아니다. 증강현실 기술 ‘옵터’가 말을 바꿔 들리도록 한 것. 표제작은 이 기술로 누구나 각자 원하는 세상에 살 수 있게 된 미래를 그린다. 보고 듣는 것뿐 아니라, 뉴스·정보 등 모든 것을 자신의 입맛에 따라 얻는다. 아예 세상과 단절된 채 ‘옵터’에 의존해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아파트처럼 가치 있다고 여겨지던 것들이 쓸모 없어진다. 아동보호국 공무원인 화자가 ‘옵터 중독자’ 가족으로부터 아이를 구출하는 이야기.
작품을 읽고 시선을 우리 주변으로 돌릴 때, 얻는 재미가 크다. 나의 취향대로 구독한 것만을 보고, 보고 싶지 않은 것에 눈 감는 세상이 도래한 지 오래다. “어차피 인간은 누구나 다 주관적 현실 속에서 삽니다”라는 ‘옵터 중독자’의 말에 쉽게 반박하기 어려운 이유다. 개개인을 파편화된 세상에 살도록 만드는 기술의 흐름을 바꿀수는 없겠으나, 작품은 ‘그 흐름에 어디까지 휩쓸려도 되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현대 사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작품을 써 온 소설가 장강명이 기술 발전의 명암을 그린 작품 7개를 묶었다. ‘STS(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SF’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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