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왕이 “韓中 정상간 교류 중요”… 양국 관계개선 공감대
차관급 전략대화 등 강화하기로
한미일 외교, 5개월만에 만나
“北 ICBM 도발 강력히 규탄”
손 잡은 韓中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3일(현지 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자카르타=AP 뉴시스 |
한중 장관급 이상 고위급 인사가 회동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지난달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의 발언 논란 등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가 반전돼 향후 정상 간 만남 등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이날 오후 5시 20분(현지 시간)부터 45분 동안 양자 회담을 가졌다. 중국 외교라인 서열 1위인 왕 위원은 건강 악화로 불참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장을 대신해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박 장관은 왕 위원이 외교부장 시절인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대면 회담을 가진 바 있다. 11개월여 만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난 것.
한중은 이날 오후 3시 15분부터 6시까지 진행된 ARF 회의 도중 시간을 내서 동시통역 방식으로 회담했다. ARF 회의에서 발언을 마친 왕 위원은 곧바로 회의장 건물 다른 층에 마련된 회담장으로 향했고, 박 장관과 왕 위원은 말없이 악수만 나눈 뒤 바로 회담장으로 입장했다.
양측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해 나가자는 데 공감했다. 박 장관은 북한의 최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건 한중 간 공동이익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최근 고체연료 ICBM인 ‘화성-18형’을 쏴 올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도 “(ICBM 발사는) 그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은 우리의 정당방위권 행사”라며 “가장 압도적인 핵억제력 구축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박 장관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중국 측의 건설적인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도 했다. 북한은 지난해만 미사일 71발을 쏘는 등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추가 대북제재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양 장관은 외교안보대화,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양국 간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지난달 싱 대사의 막말 논란으로 경색된 양국 관계를 개선하는 방향에 합의한 것.
다만 한중 양국은 이날 앞서 진행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외교장관회의에서 중국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안인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싸곤 시각차를 드러냈다.
박 장관은 “남중국해의 평화와 안정이 역내 및 세계 경기 회복의 핵심”이라며 “유엔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 기반한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 확립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도 남중국해 가운데 대만해협을 거론하면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왕 위원은 “항행의 자유에 대해 걱정할 필요 없고, 막은 적도 없다”면서 자국을 겨냥한 비난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남중국해의 약 90%를 자국 영해라고 주장해 필리핀, 베트남 등 인접국과 갈등을 빚어왔다.
그런 가운데 한미일 외교장관은 이날 자카르타에서 회담을 갖고 북한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했다. 북핵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며 3국 공조의 중요성도 재확인했다. 한미일 외교장관이 한자리에 모인 건 올 2월 뮌헨 안보회의 당시 긴급회동을 가진 이래 5개월여 만이다.
자카르타=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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