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만 봐도 통하는 ‘환상호흡’… “한국 수영의 새 이정표 찍어요”
국내 첫 ‘男 아티스틱 스위밍’ 변재준 “꿈만 같은 출전, 경쟁력 보여줄 것”
초중고서 대학까지 ‘동문’인 김지혜 “女기술-男예술, 서로 잘 맞아요”
아티스틱 스위밍은 ‘수중 발레’로 선수 인원에 따라 솔로(1명), 듀엣(2명), 혼성듀엣, 팀(4∼8명), 콤비네이션(10명)으로 구분한다. 리듬체조와 함께 스포츠에서 대표적인 금남의 종목으로 꼽혀온 아티스틱 스위밍은 2015년 카잔 세계선수권에서 혼성듀엣이 정식종목으로 도입됐지만 한국이 이 종목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한수영연맹이 지난달 변재준을 출전시키기로 결정하며 한국 수영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게 된 것이다. 국내 최초이자 현재 유일한 남자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인 변재준은 2015년부터 아티스틱 스위밍 엘리트 선수로 활약했지만 과거 4차례의 세계선수권을 그냥 흘려보내야 했다. 국내 남자 선수가 변재준 1명에 불과해 대표선발전을 못 치렀고, 역대 수영연맹 집행부들도 변재준의 출전 명분을 만들지 못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수영연맹이 경영 이외 종목 선수를 육성하겠다며 국내에 1명뿐인 선수들에게도 출전 기회를 줬다. 변재준과 함께 하이다이빙의 최병화(32·인천시수영연맹)가 각 종목 세계선수권 첫 출전 선수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변재준은 “한 달 전만 해도 출전을 못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꿈만 같다.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이 경쟁력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변재준-김지혜 조는 15일 테크니컬, 21일 프리 부문에 출전해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한다. 첫 출전이지만 참가에서만 의의를 찾는 것은 아니다. 내심 기대 이상의 성적도 바라보고 있다. 변재준은 1993년 뒤셀도르프 주니어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아티스틱 스위밍 최초로 국제대회 금메달을 획득한 이주영 스타아티스틱클럽 감독(45)과 1990년 전후 ‘발라드의 황제’로 불린 가수 변진섭 씨(57) 사이에서 태어났다. 부모로부터 운동신경과 리듬감을 골고루 물려받아 수중 동작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표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변재준은 주니어 시절 2018년 국제수영연맹(FINA) 월드시리즈, 2021년 월드시리즈 혼성듀엣에 출전해 각각 1, 2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지혜는 변재준과는 초중고교를 비롯해 대학까지 동문수학하며 훈련을 해왔기에 서로를 잘 안다. 짝을 맞춰 출전하기도 했다. 김지혜는 “제가 여자 선수치고는 기술 부문에서 점수를 잘 얻는 편이라면, 재준이는 남자 선수치고 예술 부문에서 점수를 잘 얻어 서로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김지혜는 2019년 광주 대회 당시 아티스틱 스위밍 팀 국가대표로 출전해 세계선수권 경험도 쌓았다.
세계선수권이라는 메이저 대회 출전 기회를 얻으며 이 커플에게는 올림픽 출전이라는 ‘또 다른 동기 부여’도 생겼다. 지난해 1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4년 파리 올림픽부터 팀 종목(8명)에 남자 선수 2명까지 등록을 허용하기로 했다. 변재준은 “한국이 올림픽에서 팀 종목에 출전한 적이 없기에 내년 파리 올림픽 출전은 어려울 것 같다. 다만 올림픽에 세계선수권처럼 혼성듀엣이 도입된다면 올림픽 출전이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 아티스틱 스위밍을 할 때 남자 선수에게 미래가 없었지만 하나둘 장벽이 없어졌다. ‘2028년 올림픽’을 기대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지혜도 “그간 부상, 입시 등이 겹쳐 대표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을 계기로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좀 더 오래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수원=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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