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의 경제읽기] 출렁이는 외환시장, 언제 잠잠해지나
최근 외환시장을 보면 과거에는 보기 어려웠던 흐름들이 자주 나타나곤 한다. 장중 한때 900원을 밑돌면서 201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는 원·엔 환율, 달러당 7.2위안을 훌쩍 넘어선 채 상당기간 이어지고 있는 위안화의 약세 등이 대표적이다. 엔화와 위안화 이상으로 종잡을 수 없는 것이 원·달러 환율인데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양쪽 방향으로 수시로 흔들리는 이른바 ‘변동성 높은’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달러당 1440원을 기록한 이후 올해 초 1220원을 밑돌았던 원·달러 환율은 올해 4월에는 달러당 1340원 수준을 노크하다가 재차 1270원으로 하락하는 등 1300원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지 못하고 흔들린다는 것은 환율의 상승과 하락 요인이 함께 작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상승과 하락 요인을 하나씩 살펴보자.
원·달러 환율의 상승, 즉 달러 강세(원화 약세)를 요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차별적인 성장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빠른 속도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 인상에도 미국 경제는 신흥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들보다는 양호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높은 금리와 상대적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보이는 미국 달러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 달러는 초강세를 보인다. 지난해 10~11월 달러당 1440원까지 환율이 상승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올해 초 미국 금리 인상은 거의 막바지에 도달했으며, 미국 경제도 높은 금리와 물가로 인해 소비 둔화를 겪으며 경기침체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과 금리 인상 기조가 흔들리면 원·달러 환율은 큰 폭으로 하락하는데 올해 초 원·달러 환율은 1220원을 밑돌았다.
이런 흐름은 지난 5~6월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다. 예상보다 높은 자산 가격에 힘입어 꾸준히 유지되는 미국의 소비 성장으로 인해 ‘노랜딩(No Landing)’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여전히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고, 소비가 줄지 않는 만큼 물가 상승세 역시 쉽사리 잡히지 않아 연준은 2차례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둔화될 것이라던 성장세가 탄탄한 흐름을 보이고, 막바지라고 했던 기준금리 인상이 추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소식은 재차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이는 최근 1300원 수준으로 반등한 원·달러 환율의 흐름이 말해준다.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위안화와 엔화 약세를 꼽을 수 있다. 중국·일본은 한국과의 무역에 있어 상당한 경합을 보이는 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의 통화가 이례적으로 약세를 보이고 원화가 강세를 이어가게 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위안화·엔화는 원화의 강세를 제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한국의 무역수지는 원화 강세, 즉 원·달러 환율 하락 요인으로 볼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한국 경제는 안정적인 에너지 가격 흐름 속에서 중국의 경제성장과 반도체 산업의 호황으로 이른바 ‘구조적인 무역 흑자국’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급등하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대비하기 위한 중국 봉쇄,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반도체 업황 부진 등이 겹치면서 15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지난해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현재 70~80달러 수준으로 하락하며 에너지 수입에 대한 부담을 크게 줄였고, 반도체 업황도 조금씩 나아지며 한국 수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이후 다소 실망스럽기는 하지만 대중 수출 부진 역시 일정 수준 개선되면서 한국의 무역수지는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당분간 과거보다는 약하지만 무역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달러의 국내 유입을 확대시키며 원·달러 환율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과 노랜딩 시나리오, 위안화·엔화의 약세 등으로 대변되는 환율 상승 요인, 에너지 가격 안정과 수출 개선에 힘입은 무역 흑자라는 환율 하락 요인이 팽팽하게 맞서 있어 환율은 뚜렷한 방향성을 나타내기보다는 하루하루 뉴스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상승과 하락을 거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미국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사이클의 종료 시점까지는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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