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은의 미술과 시선] 섬의 꿈
정책 혹은 이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장소. 도시인에게 풍경은 정주하기보다 변화하는 것으로 익숙하다. 백로가 노닐었다는 백사장에서 유원지로, 민간 사유지에서 시가 추진하는 오페라 예술섬으로, 텃밭이었다가 복합문화공간으로, 이어 디자인혁신사업의 대상지가 된 노들섬만 해도 그렇다. 현재 노들섬은 국내외 건축가 몇몇이 서울시에 설계 디자인을 제안한 상태다. 채택된 안에 따라 수백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사업비가 소요될 예정이다. 마침내 ‘랜드마크’를 꿈꾸며.
한편 한강의 또 다른 섬인 밤섬도 변화를 맞고 있다. 1968년 여의도 개발 계획으로 폭파돼 사라졌지만, 지반에 퇴적물이 쌓여 이제는 원래보다도 더 큰 섬이 되었다. 축구장 40개가 들어갈 면적이라는데, 실제로 강변북로를 달리다 밤섬의 늘어난 길이를 실감하곤 한다. 출입이 제한된 무인도인 만큼 생태가 자연군락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도 흥미롭다. 자생력 강한 식물이 살아남아 습지의 식생을 이루고 도심 속 철새 도래지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혹자는 이를 두고 진정한 ‘한강의 기적’이라고 말한다.
<율도>는 신미정이 밤섬을 추적한 다큐멘터리 영상 작업이다. 정부의 강압에 고향 밤섬을 떠나 이주해야 했던 실향민을 화자로, 근현대의 서사를 담아냈다. 어렵게 생업을 찾고, 장마철에 마을이 물에 잠길까 걱정했던 등의 이야기가 마치 오늘의 삶처럼 가까이 교차돼 들려온다.
살면서 무언가 잃어버린 것 같은, 강력한 부재의 느낌에 허덕일 때가 있다. 그때 나는, 조금씩 흔적을 모아 자기를 증명한 밤섬을 떠올린다. 마침내 실증의 역사가 된.
오정은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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