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평생 이런 산사태 처음 봐"...`일가족 참변` 논산 참혹한 현장

구조하던 소방대원들도 2차 산사태 노출, 구급차 박살나
가족 추모하러 왔던 일가족 4명 중 2명 사망, 2명 부상

14일 오후 충남 논산시 양촌면 논산시립납골당 안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이 토사물과 부러진 시설물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산사태로 추모원 방문객 일가족 4명이 매몰돼 2명이 숨졌다. [논산=연합뉴스]

14일 오후 충남 논산시 양촌면 논산시립납골당 안에서 발생한 산사태 현장이 토사물과 부러진 시설물들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산사태로 추모원 방문객 일가족 4명이 매몰돼 2명이 숨졌다. [논산=연합뉴스]

14일 오후 충남 논산시 양촌면 양지추모원 안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피해를 입은 구급차가 견인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산사태로 추모 원 방문객 일가족 4명이 매몰돼 2명이 숨졌다. [논산=연합뉴스]

"비교적 지대가 높은 곳이라서 비가 와도 사고가 거의 없었는데, 이런 산사태는 난생 처음 본다. 피해자들이 이곳에 추모하러 왔다가 변을 당했다니 너무 슬프고 참담하다."

17일 산사태가 나면서 일가족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친 충남 논산시 양촌면 논산시립납골당 사고 현장을 지켜본 주민들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참혹한 모습에 할말을 잃었다. 사고 현장에는 산에서 쏟아져 내린 토사물과 부서진 나무 데크 계단, 시설물이 한데 뒤엉켜 발길을 옮기기 힘들 정도였다.

산사태 피해로 앞 범퍼와 창문이 깨진 구급차들이 견인을 기다리는 사이, 소방대원들과 굴착기 작업자들은 소방차 위로 쓰러진 10ｍ가 훌쩍 넘는 소나무를 들어내는 작업에 한창이었다.

하지만 산에서 쏟아져 내리는 빗물과 토사물로 생긴 발목 높이의 진흙 수렁이 작업 속도를 더디게 했다.

논산시립납골당 밑에서 한평생을 살고 있다는 주민 구모(54)씨는 "구조하러 올라가는데 갑자기 천둥소리가 나면서 오른쪽 산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야산 비탈면에서 토사가 쏟아져 내려 건물이 붕괴했다는 신고가 접수된 것은 이날 오후 4시 2분이었다. 납골당 건물에 있던 70대 노부부 등 일가족 4명은 건물이 무너지면서 순식간에 흙더미에 파묻혔다.

오후 4시 23분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오른쪽 산기슭에서 또다시 요란한 소리를 내며 산사태가 재발했다.

논산소방서 김대형 소방위(44)는 "산사태 사고 현장으로 올라가고 있는데 오른쪽 산기슭에서 '쾅'하는 소리가 나며 바위와 흙들이 옆으로 떠내려가는데 너무 빨라서 보이지도 않았다"고 했다. 김 소방위는 "사방에서 쏟아지는 토사물로 한동안 움직이지도 못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아래쪽에 주차했던 구급차가 다 부서져 있었다"고 말했다.

추가 산사태 위험을 무릎 쓴 구조대의 구조작업으로 이날 오후 5시 23분부터 10분 사이에 4명을 구조했지만, 노부부 2명은 결국 숨졌다.

신고자였던 이들의 손자(21)와 60대 친척은 다리와 팔 등에 골절상을 입고 전북과 대전의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이들은 이날 가족 합장과 추모를 위해 다 같이 이곳을 방문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산림 당국은 이날 오후 8시 공무원 35명, 소방대원 25명 등을 투입해 산사태 피해조사를 진행 중이다.

이날 오후 7시까지 논산(연무)지역에는 전날 내린 비를 포함해 모두 325.5mm의 비가 내렸다. 산사태가 발생하기 30분 전인 이날 오후 3시 30분쯤에도 논산지역에는 시간당 48.5mm의 세찬 비가 내리고 있었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