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의 마법, 사라져가는 문화유산 되살리다
이탈리아 ‘데카스텔리’의 전통문화 계승
이탈리아의 금속 명가 ‘데카스텔리(DeCastelli)’와 ‘자넬라토·보르토토 스튜디오’가 협업한 전시 ‘트레이싱 베니스(Tracing Venice)’는 바로 이 위기를 목격하면서 시작됐다. “2017년 두 디자이너를 처음 만나 가구 디자인을 함께하면서 공통 화제를 발견했죠. 기후변화로 위협받고 있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었어요.” 6월 29일부터 7월 29일까지 서울 반포동에 위치한 ‘포모나앤코’ 사옥에서 열리는 ‘트레이싱 베니스’ 전시 개막 차 방한한 데카스텔리의 부대표 프란체스카 첼라토의 말이다.
베니스, 해수면 높아져 침수 위기
“사라져 가는 문화유산을 현대인의 일상에 맞게 재창조해 보자 결심했지만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었어요. 원래 대리석 소재였던 타일을 금속으로 바꿔서 다양한 색을 내고 정교하게 짜 맞추는 일은 많은 연구가 필요했으니까요.”
금속 아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에는 함께한 디자이너들의 이력도 큰 도움이 됐다. ‘자넬라토·보르토토 스튜디오’는 스위스 로잔예술대학에서 만난 조르지아 자넬라토와 다니엘레 보르토토가 2013년 설립했다. 두 사람은 첫 컬렉션 이름을 ‘아쿠아 알타(Acqua Alta·베니스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일어나는 침수 현상)’로 했을 만큼 베니스 문화유산에 관심이 많다. 또 루이 비통과 함께한 협업 프로젝트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에서 가죽을 대나무처럼 엮어 램프와 가구를 디자인할 만큼 다양한 소재와 공예기술 탐구에 열심이다.
베니스에서 한 시간 떨어진 이탈리아 북부 도시 트레비조에 본사를 둔 데카스텔리는 전통 금속공예 기술을 기반으로 시장과 고객의 요구에 맞게 모던한 디자인을 연구·개발해 온 세계적 금속 명가다. 구리·황동·철 세 종류의 금속을 이용해 생활 디자인 가구와 건물·인테리어 내외장재를 개발한다. 지금의 회사와 브랜드는 프란체스카의 아버지 알비노 첼라토가 2003년 시작했지만, 가문의 역사는 19세기 초부터 지금의 프란체스카까지 5대째 이어지고 있다.
금속의 산화처리 과정에는 금속, 산화제, 물이 필요하다. 금속 표면에 산화제를 뿌리고, 물을 끼얹거나 물에 담가 산화를 멈추기를 반복하며 원하는 질감과 패턴을 만들어 가는 게 기본. 산화과정 자체는 이렇게 단순하지만 속도·방법·시간 등의 노하우에 따라 표현되는 효과는 천차만별이다. 즉, 장인의 손길과 노하우가 절대적으로 차별화된 효과를 만들어 낸다. 금속 명가로서의 자부심은 결국 장인들의 솜씨로 판가름 난다.
데카스텔리, 5대 이어온 금속 명가
“금속은 일반적으로 차가운 이미지로 알려져 있지만 ‘기계’에 많이 쓰여서 그럴 뿐, 나무나 도자처럼 자연(흙)에서 온 소재입니다. 지구의 선물이죠. 이걸 어떤 색감과 질감으로, 어떤 형태와 디자인으로 표현하는지에 따라 전해지는 감성의 온도는 전혀 달라지죠. 베니스의 오랜 역사와 문화를 품은 흔적(트레이싱)을 만나보면 분명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을 거예요.”
2019년 베니스에서 처음 열렸던 ‘트레이싱 베니스’ 전시는 밀라노를 거쳐 프랑스 리옹, 스위스 취리히, 영국 런던, 덴마크 코펜하겐에 이어 현재 서울에서 일곱 번째 전시를 열고 있다. ‘포모나앤코’ 사옥에선 전시와 함께 데카스텔리 가구와 인테리어 공간도 감상할 수 있다. 무료.
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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