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 지음, 김정훈 옮김, 호두)=죽음과 사랑의 공통점, 1인칭 죽음과 3인칭 죽음의 차이 등 죽음에 대한 사유를 아주 예리하게 펼친 프랑스 철학자의 1977년 저서. 국내 첫 번역이다. 소르본 대학 강의가 바탕이라 구어체다. 난해한 개념 대신 여러 문학·예술 작품을 인용하며 물 흐르듯 이어지는 사유와 문장이 두드러진다.
인생샷 뒤의 여자들(김지효 지음, 오월의봄)=젊은이들, 그중에도 여성들이 자기 모습을 멋지게 담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사진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왜 이를 중시하는지 20대 12명의 인터뷰와 함께 조명했다. 소셜미디어마다 다른 특징, 의외로 페미니즘과 ‘탈코르셋’이 이들에게 미친 큰 영향까지 짚는다. 저자의 석사논문을 대중서로 다시 썼다.
나의 조현병 삼촌(이하늬 지음, 아몬드)=언론사 기자로 10년을 일한 저자의 가족은 조현병을 앓는 이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든 쉬쉬하며 살아왔다. 그런 자신의 경험을 당사자인 삼촌과 보호자인 어머니, 다른 당사자와 가족 등의 인터뷰와 함께 풀어냈다. 조현병에 대한 전반적 이해 및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법한 정보도 담았다.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김승섭 외 지음, 동아시아)=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은 인종과 성별을 가리지 않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한 고통은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가혹했다. 6명의 연구자들이 이주민, 장애인, 노동, 아동, 여성을 초점으로 그 고통을 관련 보도·논문·보고서, 그리고 활동가들 인터뷰를 통해 기록하고 문제점을 살폈다.
숭고 미학(박정자 지음, 기파랑)=공포영화나 추리소설에서 보듯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 아니라 추하고 불쾌하거나 두려운 것이 쾌감을 주기도 한다. 이른바 ‘숭고 미학’의 영역이다. 에드먼드 버크, 임마누엘 칸트, 자크 데리다의 견해와 해석을 중심으로 숭고 미학의 길잡이를 120여쪽 분량에 담았다. 부제는 ‘폭력성과 기괴함의 예술적 원리’.
친구를 입양했습니다(은서란 지음, 위즈덤하우스)=저자는 다섯 살 차이 나는 친구와 함께 살다가 현재의 법 제도에서 서로의 울타리가 되어 주기 위해 성인 입양을 통해 가족, 즉 모녀 관계가 됐다. 세간에 큰 화제가 된 이 입양 이전에 비혼으로 시골 생활을 마음 먹고 마을 사람들을 만나 살 곳을 구한 과정 등 지나온 삶부터 찬찬히 그려낸다.
지도 끝의 모험(릭 리지웨이 지음, 이영래 옮김, 라이팅하우스)=미국인 최초로 무산소 K2 등정에 성공한 산악인이자 환경운동가인 저자는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로 이름난 파타고니아에서 여러 환경 캠페인을 주도한 부사장이기도 하다. 수십 년간 지구촌 곳곳을 탐험하며 겪은 생생한 경험과 함께 인생과 자연을 아울러 세상에 대한 성찰을 담았다.
두려움은 소문일 뿐이다(최현숙 지음, 문학동네)=『할배의 탄생』 『할매의 탄생』 등 구술생애사 책으로 널리 알려진 저자 자신의 삶을 담아낸 산문집. 엄마의 일수 심부름을 하며 돈을 빼돌리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도벽에 빠졌던 젊은 날을 비롯해 쉽게 접하기 힘든 거칠고도 내밀한 이야기가 매사 쉽게 타협하지 않는 저자의 시각과 함께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