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작된 붕괴, 손 놓은 대책…대학 폐교 도미노
━
한국국제대 법인 파산…지난 10년 간 14곳 문 닫아
━
내년 대입 자원 42만 37만 급감, ‘벚꽃 엔딩’시작
━
부실대 퇴로 열고, 혁신 통해 지방대 경쟁력 키워야
그제 경남 진주에 있는 한국국제대 법인이 파산했다. 창원지법은 “학교법인의 채무 지급이 불능하고 부채가 초과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한국국제대는 미납된 공과금과 체불 임금이 100억원을 넘기며 교육부로부터 폐교 경고를 받았다. 지난 5월 임금을 받지 못한 전·현직 교직원 50여 명이 법인을 상대로 파산을 신청했다.
‘부실대학’ 꼬리표가 붙은 한국국제대가 문을 닫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다. 2011년과 2015년 감사에서 지적된 사항을 개선하지 않아 정원이 감축됐고, 2018년에는 재정지원 제한 대학에 선정돼 정부 지원이 끊겼다. 국가장학금 혜택도 받을 수 없고 학령인구도 급격히 줄어 신입생 모집에 애먹었다. 한때 1000명 가까이 됐던 신입생이 올해는 27명뿐이었다.
전남 광양의 한려대 법인도 2021년 파산했다. 임금이 체불된 퇴직 교원들이 파산을 신청해 법원이 받아들였다. 이듬해 대학은 공식 폐교했고, 400여 명의 학생은 인근 학교로 뿔뿔이 흩어졌다. 한려대는 폐교 전 법인이 파산 선고를 받은 첫 번째 사례였다. 한국국제대와 한려대를 합쳐 지난 10년간 문 닫은 대학은 총 14곳이다.
그러나 본격적인 폐교 도미노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올해 42만 명인 대입 가능 자원이 내년 37만 명으로 급감한다. 대학 진학률이 70% 안팎인 걸 고려하면 내년 신입생 감소 인원은 대략 3만5000명이다. 입학정원 1000명 미만의 중소형 대학 40곳가량이 통째로 문을 닫아야 하는 수준이다. 올 2월에도 이미 60개교가 정원을 채우지 못했고 이 중 80%가 지방대였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 닫을지 모른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게 됐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년 후 만 19세 인구는 23만 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처럼 대학진학률(평균 44%)이 낮아지면 신입생 수는 10만 명에 불과해진다. 현재 대학의 3분의 2는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4년제 대학 총장 111명은 지난 2월 설문조사에서 10년 안에 문 닫을 대학이 ‘20~40개’(46.9%)라고 답했다. ‘40~60개’ 23.4%, ‘60개 이상’도 15.3%였다.
폐교 도미노는 이미 ‘정해진 미래’다. 전문가들은 2000년대 중반부터 구조개혁을 주장했지만, 역대 정부 모두 손을 놓고 있었다. 부실대학을 선정하고도 실제 퇴출한 곳은 일부였고, 지금까지 상당수가 등록금으로 연명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정권마다 대학구조개혁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선 제대로 된 논의조차 없었다.
근본 해결책은 대학 정원을 줄이는 것이다. 경쟁력 있는 대학 중심으로 통폐합하고, 부실 대학은 걸러내되 퇴로를 열어 줘야 한다. 갑작스러운 지방대의 폐교는 지역경제마저 한꺼번에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에 질서 있는 퇴진이 필요하다. 자진 폐교 시 복지·공익 시설로 변경하거나 기업 인수합병(M&A)처럼 대학들끼리 통폐합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일본도 대학의 위기를 겪고 있지만, 한국처럼 지방대만 고사하진 않는다. 교토대·도호쿠대·오사카대 같은 지방 명문대가 즐비해 지역 인재 양성과 산업발전의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지방의 대학과 산업이 함께 발전하고, 수도권도 집중이 덜해 주거·교육 부담이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적다.
한국도 폐교 도미노를 지방소멸의 관점에서 함께 바라봐야 한다. 부실대학 정리만이 아니라 ‘글로컬 대학’ 사업을 통해 경쟁력 있는 지방대를 키워야 한다. 기계적으로 입학정원만 줄이지 말고 지역마다 혁신적인 대학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대학도 살고 지방도 사는 길이다.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