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칼럼] 진영논리 벗어나야 교육문제 해법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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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편만 무조건 옳다는 진영논리
감정 건드리고 논란만 불러일으켜
교육개혁은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
사회적 합의 없이는 성공 어려워
」
조국 교수에 관한 사안은 항상 극단적인 편 가르기를 불러온다. 지난달 서울대가 조국 교수에 대해 파면 결정을 하자 조 교수를 지지하는 측에서는 “딸이 장학금 받았다고 아버지를 파면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 서울대 졸업장을 반납하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 경우는 딸이 장학금을 받은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장학금 수여 결정에 아버지가 민정수석인 점이 영향을 주었다고 1심 재판부가 판단하고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내렸기에 징계 사유가 된 것이다. 또한 혐의가 여럿인 경우에 징계 양형은 단순히 한 사건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관련 사항을 전체적으로 검토해 교수로서 적절하게 행동했는지 포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징계 결정이 왜 이렇게 오래 걸렸냐며 서울대를 비난하고 나섰다. 굳이 1심 판결을 기다릴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물론 교원 징계는 재판과 달라서 사실관계가 명확하면 재판 결과를 기다리지 않고 징계하기도 한다. 그러나 조국 교수의 혐의는 대부분 대학 외부에서 일어난 일로서, 대학이 사실관계를 조사할 권한이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1심 판결을 보고 징계한다는 것이 처음부터 서울대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결국 징계가 늦어진 것은 1심 재판이 늦어졌기 때문이다. 비난한다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재판부가 바뀌는 등 3년 2개월이나 걸려 1심 판결을 내린 법원이 대상이 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두 주장 모두 사안의 본질을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고 진영논리에 따라 하고 싶은 말만 한 것이다. 이 같은 진영논리는 서로의 감정만 건드리고 불필요한 논란만 야기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주지하다시피 교육개혁은 긴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 사이에 정권이 바뀔 수도 있기 때문에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토론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꾸준히 추진해야 성공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핀란드의 교육제도일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생활을 즐거워하고 학업성취도도 높아 세계가 부러워하는 핀란드 교육시스템은 수십 년에 걸쳐 초당적인 위원회가 정권과 관계없이 꾸준히 추진해 이뤄낸 것이다. 우리나라도 그런 목적으로 지난해 국가교육위원회를 출범시켰으나 위원 구성이 너무 당파적이어서 핀란드와 같은 합의를 이루기가 어려울 것 같다는 우려가 많다. 게다가 정치권의 편 가르기와 극단적 진영논리는 교육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적인 환경이 어렵다고 해도 우리가 손놓고 있을 수는 없다. 그러기에는 우리나라 교육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급박하고, 학생들이 너무 불쌍하다. 이번 대통령의 킬러 문항 언급으로 수능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이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다.
그중 의미 있는 제안은 수능의 절대평가와 ‘자격고사화’다. 최근 설문조사에서는 대학 총장들의 52%가 여기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만일 이것이 실현된다면 앞으로 고교학점제 실시에 따른 선택과목의 내신 절대평가와 더불어 현재 입시제도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혁명적인 변화가 될 것이다.
사실 챗GPT가 이미 알려진 지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정리해 주는 시대에 암기식 지식을 테스트하는 현재의 수능은 그 효용이 다했다. 다행히 이 점에 대해서 보수나 진보 진영에 따라 의견이 갈리는 것 같지 않으니, 앞으로 진지하게 논의되기를 바란다. 이렇게 하나둘이라도 합의를 이루어 가면 교육개혁의 어려운 과제도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오세정 전 서울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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