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에게 공평한 죽음… 그렇기에 더욱 빛나는 생의 찬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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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출생, 성장, 노화와 같은 생물학적 현상의 하나다.
생의 유한성을 상징하며 한계와 모순, 장애라고 여겨지는 죽음이 역설적으로 '삶의 조건'이 된다.
죽음이 있기에, '단 한 번의 유일함'이라는 생의 신비가 완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늘 생의 반대말로 여겨졌지만, "책을 넘치게 채우고 있는 것은 생의 찬란함"(697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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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 이토록 가깝고, 이토록 먼/블라디미르 장켈레비치/김정훈 옮김/호두/3만2000원
죽음은 출생, 성장, 노화와 같은 생물학적 현상의 하나다.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고 예외는 없다. 죽음이 모든 삶의 끝에 오는 ‘당연한 결과’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저자는 죽음에 대한 근원적이고 오래된 질문을 던지면서 이를 철학이나 개념으로 만들어 가지는 않는다. 질문의 목적 역시 해답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다. 플라톤, 베르그송, 니체, 쇼펜하우어 등 다양한 철학자뿐 아니라 레프 톨스토이, 마누엘 데 파야, 프란시스코 고야 등 문학·미술·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와 작품을 폭넓게 언급하며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시선과 죽음의 다면성을 고찰한다.
책은 죽음을 세 개의 인칭으로 구별한다. 일인칭은 나의 죽음, 이인칭은 나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 삼인칭은 익명의 대상의 죽음이다. 나의 죽음은 경험할 수도, 알 수도 없다. 반면 이인칭의 죽음은 비통함과 절망을 경험하고, 죽음을 실제적인 것으로 마주하게 해준다. 삼인칭은 추상적인 익명의 죽음으로, 개념적으로 파악되는 죽음이다.
인간이 죽음을 진지하게 받아들일 때는 ‘실제성과 임박함, 몸소 관련됨’이라는 삼박자가 맞아떨어질 때다. 죽음의 가까움을 느끼게 되면 관념적으로만 생각하던 죽음은 완전히 다른 의미로 다가오게 된다.
그렇게 죽음을 탐색하다 보면 죽음은 결국 삶을 둘러싸고 있고, 또 삶에 스며들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생의 유한성을 상징하며 한계와 모순, 장애라고 여겨지는 죽음이 역설적으로 ‘삶의 조건’이 된다. 죽음이 있기에, ‘단 한 번의 유일함’이라는 생의 신비가 완성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죽음은 늘 생의 반대말로 여겨졌지만, “책을 넘치게 채우고 있는 것은 생의 찬란함”(697쪽)이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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