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中 왕이 만나 "성숙한 한중관계 위해 세심히 노력하자"(종합2보)

노민호 기자 2023. 7. 1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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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하이밍·대만 관련 입장도 교환… "北도발 중단이 공동 이익"
양국 고위급 교류 및 한중일 정상회의 등 협력 재활성화 논의
박진 외교부 장관(왼쪽)과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외교부 제공) 2023.7.14/뉴스1

(자카르타=뉴스1) 노민호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과 중국의 '외교 사령탑'인 왕이(王毅)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이 "건강하고 성숙한 한중관계를 만들어가기 위해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이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중인 박 장관과 왕 위원은 14일 시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양자 회담을 통해 이 같은 양측 입장을 확인했다고 우리 외교부가 전했다.

특히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상호 존중 △호혜 △공동 이익에 기반을 두고 "한중관계를 지속 발전시켜 가야 한다"는 점 또한 분명히 했다. 이 같은 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기본방향은 윤석열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 11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것이기도 하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이 이날 회담에서 이를 재확인한 건 올 들어 중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방역 갈등에서부터 최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내정간섭 발언 논란에 이르기까지 경색 국면을 이어온 양국관계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단 뜻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두 사람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정상과 외교장관 등 고위급 인사 간 교류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하고, △외교안보대화 △차관급 전략대화 △차관급 인문교류촉진위 △1.5트랙(반민반관)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양국 간 소통·교류를 강화해가기로 했다"고 한다.

한중 양측은 또 △"일본을 포함한 3국 간 협력이 역내 평화·번영에 긴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으며, △한중일 정상회의·외교장관회의와 같은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올 연말 한중일 정상회의를 개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와 별개로 박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한때 '추방' 얘기까지 나왔던 싱 대사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엄중한 입장'도 재차 중국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싱 대사는 지난달 초 우리 정부이 대외정책 기조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왕 위원 또한 이날 회담을 통해 '하나의 중국'(一個中國·중국 대륙과 홍콩·마카오·대만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며, 중국의 합법 정부 또한 오직 '중화인민공화국' 하나란 뜻) 원칙을 강조했고, 이에 박 장관도 "한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제공) 2023.7.14/뉴스1

중국 당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빈 방미 계기 외신 인터뷰에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갈등을 남북한 간의 갈등에 비유한 사실을 들어 '하나의 중국을 훼손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박 장관은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중요하다"는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 또한 왕 위원을 상대로 재차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장관은 북한의 지난 12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를 규탄하면서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 대화에 복귀하는 게 한중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박 장관은 "한반도 평화·안정을 위해 중국 측의 건설적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도 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왕 위원이 구체적으로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우리 외교부는 "한중 양측이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서도 각급에서 소통을 강화해가자는 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미군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나 중국 측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우리 측에 경제보복 조치를 가했던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운용 문제도 이날 회담에선 다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은 이날 회담에서 △공급망의 안정적 관리와 △인적교류 확대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을 위해서도 적극 협력해가기로 했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의 이날 회담은 동시통역 방식으로 약 45분간에 걸쳐 진행됐다. 박 장관과 왕 위원의 회담은 왕 위원이 중국 외교부장이던 작년 8월 중국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한중외교장관회담 이후 근 1년 만이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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