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가짜 과학’이 국민 혼 빼앗아 괴담으로 번졌다"

김홍준 2023. 7.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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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 전 대한화학회 회장이 본 괴담 사회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지난 12일 서울 성동구 자신의 연구실에서 “가짜 과학이 국민의 혼을 빼앗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최영재 기자
“오염수? 안전합니다.” “아스파탐? 걱정하지 마세요.”

노(老) 교수는 결론부터 명쾌하게 내렸다. 지난 12일, 정쟁(政爭)의 전선이 경기도 양평으로도 드리워진 날이었다. 대한민국 야당 국회의원들이 일본을 방문해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해양 방류 저지 시위를 사흘째 이어가던 날이기도 했다. 정쟁 전선 두 개가 펼쳐진 이 날, 이덕환(69)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는 “후쿠시마 오염수로 인한 이런 혼란은 ‘가짜 과학(fake science)’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차근차근 그 ‘가짜 과학’을 해부했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가 14일 발암가능물질 그룹2B로 분류한 식품 인공 첨가물 아스파탐도 이 교수의 ‘가짜 과학’ 설명에 주요 첨가물이 됐다.

Q :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가 왜 ‘가짜 과학’에 근거한 것인가.
A : “시작은 2013년이었지만 3여 년 전부터 일부 언론을 통해 ‘위험하다, 위험하다’는 주장이 계속 나왔다. 첫째. 해류가 문제라고 했다. 오염수가 태평양을 돌고 돌아 다시 한반도로 돌아온다는 주장이다. 해류는 오염물질을 운반하는 고속도로가 아니라, 오히려 사방팔방으로 흩트리는 분산장치다. 그게 해류의 순환 역할이다. 둘째.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의 성질을 잘못 알고 있다. 삼중수소는 화학적으로 수소와 똑같다. 오염수에는 물과 구별할 수 없는 ‘삼중수소수(水)’로 들어있다. 물이 몸 안에 쌓이나. 그런데 방류 반대자들이 체내에 축적되는 중금속처럼 말한다. 셋째. 오염수에 포함된 세슘·플루토늄은 무겁기 때문에 바다 밑에 가라앉아 넙치나 조개류에 영향을 끼친단다. 하지만 우유 속 유단백질이 세슘·플루토늄보다 10~100배 무거운데, 가라앉지 않는다. 5000만 국민은 순간 넋을 놓고, 아니 혼(魂)이 빠진 채 속았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방사능 변화 없어

Q : 우리가 이미 오염수를 경험했다고 말한 바 있다.
A : “맞다. 그것도 10년이나 흘렀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2011년 3월 이후 2년간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간 방사성 핵종의 총량은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있는 양보다 1000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안전했다. 10년 전 경험을 우리는 전혀 감지하지 못할 정도였으니까.”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지난 6월 해양환경 방사능 조사를 강화했다. 해수 시료 채취 지점을 34곳에서 6곳 추가해 40곳으로 늘렸다. 원안위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현재까지 12년간 우리 해역의 방사능 농도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는 7월 현재 92곳인 해양 방사능 조사 지점을 200곳으로 확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Q : 일본은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낼 방법밖에 없나.
A : “후쿠시마 제1 원전은 132만t의 오염수를 30년간 방류한다. 단순 계산으로는 하루 120t이 나온다. 10층 규모 작은 아파트, 그러니까 100가구 아파트에서 하루 내보내는 하수 규모다. 그것도 그냥 방류하는 게 아니다. 정화 처리를 하고, 희석한다. 왜 바다에 버리느냐는 이해가 먼저 필요할 것 같다. 고체 폐기물은 묻거나 태운다. 액체 폐기물을 수십 년 갖고 있을 수 없다. 특히 일본은 지진이 잦다. 지진 같은 사고로 오염수를 저장한 탱크가 갑자기 파손하면 한꺼번에, 더 큰 문제가 불거진다. 모든 나라가 폐수·오수·하수를 그렇게 처리한다. 또 오염수로 시멘트를 만들자는 주장은 대기와 토양을 오염시키자는 뜻이다.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말하지 않았나.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폐기 방법을 쓰면 전 세계를 실험실 쥐로 만드는 꼴이라고.”
제주 해녀들이 지난 12일 오후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제2차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및 CPTPP 저지 제주범도민 대회에서 거리 행진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문득 궁금할 수도 있다. 이 교수는 전공인 화학을 넘어선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서울대에서 화학으로 학부를, 물리화학으로 석사를 마치고, 미국 코넬대에서 이론화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린스턴대 연구원을 거쳐 1985년부터 서강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9년 퇴임했다. 대한화학회 회장과 탄소문화연구원장을 지냈고 에너지 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에교협) 공동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화학 외에도 ‘과학 커뮤니케이션’을 2000년대 초반부터 가르쳤다. 이 교수는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과학기술 시대의 국민에게 과학기술의 사회적 가치를 알려주고, 복잡한 사회문제를 과학적,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노력”이라며 “그래서 화학 영역은 물론 과학 전반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 한 모금 마시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Q : 일부에서 일본이 오염수를 물로 만들어 마시라는데.
A : “가능하다. 기술적으로는. 하지만 우리나라 수도법은 식수로 만들 수 있는 원수(原水)에 제한을 두고 있다. 오염수는 원수가 아니다. 제도적으로도 우리가 되지 않는데, 어떻게 다른 나라에 그걸 강요하나. 이렇게 가짜 과학의 늪에 점점 빠지니 속이 탄다.”
해운대 119대원들이 후쿠시마 방사능 수치 검사를 위해 바닷물을 채수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이 교수는 담배를 태운다. 술은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즐긴다고 했다. 술·담배는 IARC가 발암물질 그룹1로 분류했다. 잠시 질문자와 답변자가 바뀌었다.

아스파탐, 당뇨환자에겐 구원의 단맛

Q : 김 기자, 복어 독과 발암물질 중 어느 쪽이 더 무섭나요.
A : “발암물질이 다가오는데요.”
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그룹2B로 지정 예고(지난달 29일)한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인터뷰는 다시 기자 -질문, 교수-답변으로 돌아왔다.

Q : 아스파탐과 복어 독은 무슨 관계인가.
A : “우리 사회는 발암물질을 복어 독보다 더 무섭게 본다. 복어 독은 남녀노소 누구나 한 방울 먹으면 죽는다. 예외가 없다. 술·담배는 발암물질 그룹1에 지정됐지만, 암에 걸린다는 생각을 하며 마시고 피우는 사람 봤나. ‘술을 마시면 암에 걸린다’가 아니고 ‘술을 마시면 암에 걸리는 사람이 있다’가 과학이다. 발암물질은 ‘먹기만 하면 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고,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섭취하고 노출되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게 맞다. 아스파탐에 대한 논란도 그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막걸리가 술이니 발암물질이다. 그렇다고 아스파탐이 들어갔으니 ‘발암물질 제곱’이 되나. 논리적으로 맞나. 발암물질 안 먹는다고 암에 안 걸리는 것도 아닌데. 복어 독보다 더 위험하다고 느끼는 건 논리적으로 안 맞다. 당연히 복어 독이 더 무서워야 한다.”
지난 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아스파탐 발암가능물질 그룹2B로 분류했다. 제로 칼로리 음료, 막걸리, 과자 등에 아스파탐을 사용하는 식품업계 및 막걸리 업계가 대체 원료 사용을 검토 중이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막걸리를 고르고 있다. [뉴시스]

Q : 그렇다면 IARC는 왜 아스파탐을 그룹2B에 포함했나.
A : “IARC는 소비자 단체가 아니다. 소비자를 위한 단체도 아니다. 소비자를 설득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가공식품의 안전성을 연구하는 전문가와 정부를 대상으로 한다. 전문가에게는 소비자가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출을 줄이도록 기술을 개발하라는 미션을 부여한 것이다. 아스파탐이 인체에 암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으니, 지금부터 인체 발암성이 있는지 없는지 확실하게 밝혀내라는 주문이다. 정부에게는 국민이 지속해서 노출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만들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담배 소비를 줄이기 위해 경고문을 붙이고 세금을 붙이는 식이다. 언론은 ‘발암물질일 수도 있다’고 하면 안 되는 이유다.”

Q : 그래도 소비자는 불안하고 찜찜할 텐데.
A : “IARC는 소비자와 대화를 안 한다. 우리 소비자는 식품의약안전처를 주목해야 한다. 식약처는 800여 종의 식품 첨가물을 조정하고 있다. 피해가 심각하다고 평가하면 목록에서 빼거나, 하루섭취허용량(ADI)을 정한다. 우리나라의 아스파탐 ADI는 체중 1㎏당 40㎎이다. 60㎏ 성인이 2400㎎까지 섭취할 수 있지만, 돈 주고 그만큼 먹으라고 해도 못 먹는다. ADI는 미국(1㎏당 50㎎)보다 강하다. 식약처가 유해성을 평가하겠다는 등, 상황은 지켜봐야 하겠지만 (ADI는) 쉽게 바뀔 것 같지는 않다(실제 인터뷰 이틀 뒤인 14일 식약처는 IARC의 발표 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현재의 ADI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40여 년간 먹어왔는데, 아스파탐 때문에 죽었다는 사람은 없었다. 게다가 아스파탐은 당뇨를 앓거나, 당뇨를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구원의 단맛이다. 아스파탐 대신 설탕을 먹으라는 건 그들에게는 사형 선고나 마찬가지다. 현재로는 예전 MSG(글루탐산나트륨)나 사카린(WHO가 무해 입증)·가공육(발암물질 그룹1) 논란처럼 사태가 커지는 것 같지는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이 교수는 2012년 국내 한 방송이 촉발한 MSG 논란에 대해 “가짜 과학의 대표급”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MSG는 사탕수수로 만든 천연 조미료로, 우리 몸에 가장 많이 필요한 아미노산인데 그걸 몸에 무조건 나쁜 화학조미료로 둔갑시켰다”고 주장했다.

‘가짜 과학’은 이른바 ‘괴담’으로 이어지고는 했다. 가짜 과학은 극미한 위험을 부풀린다. 공포를 조성한다. 군중을 흥분시킨다. 한 전문가는 이런 괴담이 ‘기민한 조직력과 치밀한 기획력’으로 태어나고 움직인다고 했다. 게다가 가짜 과학이 지성(知性)의 힘을 빌리면 효과가 크다. 이 교수는 “지성이라고 하면 먼저 바로 보고, 잘못됐으면 나중에라도 바로 잡아야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 rim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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