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명낙 회동’ 손 맞잡을까, 헤어질 결심할까 촉각

2023. 7.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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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톺아보기] 기로에 선 민주당
다음주 회동이 예정돼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사진)와 이낙연 전 대표.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만찬 회동이 다음주로 순연됐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24일 귀국 후 정부와 민주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여왔다. 지난 2일 광주 방문 때는 “혁신은 민주당 눈높이가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아야 하며, 그 핵심은 도덕성 회복과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라고 쓴소리를 했다. 정치권에선 “이 대표 체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 귀국 후 처음 열릴 ‘명낙 회동’에 당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관심의 초점은 오는 19일로 예정된 회동이 당내 갈등 봉합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동상이몽 속에 당 주도권 다툼의 신호탄이 될지에 모아지고 있다. 전현직 당대표가 회동을 통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등 대여 투쟁에 방점을 찍을 경우 친명계와 친낙계의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 있다. 반면 이 전 대표가 당의 도덕적 해이와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하면 계파 갈등과 대립 확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내 의견도 분분하다. 우상호 의원은 “내년 총선까지 두 사람은 협력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진단한 데 비해 이상민 의원은 “유쾌한 결별도 각오해야 한다”며 분당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이 전 대표 입장에선 정부·여당의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현실이 주된 공략 포인트다. 실제로 민주당이 후쿠시마 오염수 투쟁을 강도 높게 벌이고 있지만 민심은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 지지도는 지난 두 달 내내 국민의힘에 뒤진 채 20%대에 머물렀다. 더 나아가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도 ‘정부 지원론’이 ‘정부 견제론’을 앞서기 시작했다.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이는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논란 등 도덕적 위기가 증폭되는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에 얽매인 채 좀처럼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여론의 불신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갤럽의 6월 셋째 주 조사에서도 ‘이 대표가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32%에 그쳤고 60%는 ‘잘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당 주변에서 “‘메신저’에 문제가 있으면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는 법”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백지장도 맞들어야 할 어려운 시국에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한다”며 대여 투쟁 단일 전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백지장을 맞들어도 방향이 다르면 찢어질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 또한 만만찮은 게 현실이다. 그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명낙 갈등의 전개 양상에 따라 민주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두 갈래의 길에 직면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는 1996년 모델이고 또 하나는 2016년 모델이다. 전자는 총선에서 실패했고 후자는 성공한 사례로 기록된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정계 복귀를 선언한 김대중(DJ) 전 총재가 신당 창당을 선언하자 당시 민주당 소속 의원 95명 중 65명이 탈당해 신당에 참여했다. 하지만 야당 분열의 대가는 컸다. 총선 결과 중진들의 대거 낙선 속에 79석을 얻는 데 그쳤다. 심지어 전국구 의원으로 출마한 DJ도 국회 입성에 실패했다. 다만 호남은 한 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석권했고, 이후 DJ는 제1야당 지위를 발판 삼아 김종필(JP) 전 총재와 DJP 공조를 통해 정권 교체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전 대표도 DJ를 벤치마킹해 차기 대선을 노릴 경우 탈당→신당→호남 기반으로 타 세력과 연대 등으로 이어진 이 모델에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이 대표 입장에선 2016년 20대 총선이 제1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이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당이 위기에 처하자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전격 영입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그 결과 야당의 분열에도 불구하고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했고, 문 대표도 이 기세를 몰아 유력한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이 대표 측이 2016년 모델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대안부재론’이 결국엔 통했다는 점이다.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가 끝까지 주도권을 놓지 않은 가운데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대선 레이스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란 계산이다.

민주당이 향후 어떤 모델로 나아가게 될지는 다음주로 예정된 명낙 회동 결과와 이후 두 전현직 대표의 정세 판단, 집권 여당의 행보, 제3지대 신당의 파괴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혁신위도 위기 탈출의 계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당 지지도 또한 국민의힘에 계속 뒤질 경우 분당 가능성은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친명계 지도부가 공천권을 실질적으로 장악하면서 비명계 후보를 배제하려고 하면 분당은 상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전 대표와 친문 세력을 주축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이 가시화될 수도 있다.

하지만 ‘헤어질 결심’을 하기엔 아직은 이르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최근 정부·여당의 잇단 강경 드라이브 속에 민주당이 안팎으로 총체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친명·비명계 갈등이 증폭되면 둘 다 필패”라는 공감대가 당 주변에 널리 퍼져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런 만큼 이 대표와 이 전 대표가 첫 회동에서부터 갈등을 표출하기보다는 당분간 대여 전선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9월 추석 때까지는 당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물밑 경쟁을 벌일 것이란 전망도 적잖다.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볼 때 두 사람이 어느 한쪽의 굴복을 전제로 하는 ‘치킨 게임’을 벌이면 당은 쪼개질 수밖에 없다. 반면 둘이 협력해 사슴을 잡는 ‘사슴 사냥 게임’에 임하면 총선 승리를 향한 로드맵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다. 민주당이 ‘추석 후 분당’이란 격변의 상황과 마주하게 될지, 아니면 이 대표의 ‘질서 있는’ 퇴진→친명·비명 합의 속 비대위 구성→분당 없는 총선 등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는 결국 ‘명낙’의 정치력과 의지에 달려 있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전 한국선거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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