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천안함 모자-엑스포 키링'...尹 부부 '최애템' 정치?

설상미 2023. 7.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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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순방 중에도 천안함 모자, 강한 안보 의지?
여성·계약직·청년 때문에…국민의힘 노동개혁 특위 발언 논란

리투아니아를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빌뉴스에 있는 숙소 주변에서 천안함 정식 명칭인 'PCC-772' 문구가 적힌 모자를 착용하고 산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20일 파리 방문 중에도 천안함 모자와 티셔츠를 착용하고 산책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 출마 의지를 밝힌 이후부터 천안함 모자를 애용하고 있다. 2021년 11월 17일 서초동 한 공원에서 '천안함' 모자를 쓰고 산책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뉴시스·더팩트 DB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설상미 기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순방에서 아이템을 통한 홍보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던 윤 대통령은 '천안함 모자'를 썼다. 천안함 희생자 유족과 생존장병들에 대한 윤 대통령의 각별함과 '강한 안보'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건희 여사 역시 순방 때마다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를 마쳤다)라는 문구가 쓰인 키링을 들고 부산 엑스포 유치를 위한 홍보에 힘쓰고 있다.

-월 180여만 원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한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실업급여로 해외여행 간다' '명품 선글라스나 옷을 산다' 등 청년·여성 구직자와 계약직 노동자 등을 폄훼했다는 지적이다. 당내에서도 ‘남녀 갈라치기 발언’이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낙연 전 대표의 이른바 ‘명낙회동’이 지난 11일 폭우로 인해 내주로 연기됐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계속되는 계파 싸움에 대해 어떤 메시지를 낼지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이들의 갈등골이 깊어 쉽게 봉합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울러 반기문 전 유엔총장이 지난 13일 국회를 찾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입장을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조언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논란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거센 가운데, 반 전 총장의 일침으로 야당이 머쓱해졌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순방에서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를 마쳤다)는 문구를 새긴 키링을 선물하며 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대통령실

◆순방 때마다 '천안함 모자' '엑스포 키링'...尹 대통령 부부 '최애템'?

-윤석열 대통령이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순방했는데, 이번에도 '천안함 모자' 쓴 모습을 보여줬다고?

-맞아. 대통령실은 지난 11일(현지시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이날 10개의 강행군 일정을 앞두고 새벽에 숙소 주변을 산책하며 양자 정상회담 등을 구상했다"면서 "(산책 때) 천안함의 정식 명칭인 'PCC-772' 문구가 적힌 모자를 착용했다"고 했어.

-천안함 모자를 정말 아끼는 것 같아. 지난 순방 때도 그랬지?

-지난달 20일 프랑스 파리 방문했을 때 천안함 로고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와 모자를 쓰고 숙소 근처 몽소 공원을 산책했었어.

-윤 대통령이 '천안함 모자'를 처음 착용한 건 천안함 생존자 예비역 전우회장인 전준영 씨와 만났을 때야. 전 씨는 천안함 사건 관련 기념품을 제작해서 그 수익금으로 생존 장병들을 지원 해왔어. 윤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되던 2021년 6월 전 씨를 찾았을 때 선물 받은 거지. 당시 천안함 모자 정면에는 함정 그림이, 왼편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었어. 이후 얼마 안 가 서초동 한 공원에서 '천안함 모자'를 착용하고 산책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처음 포착되기도 했어. 그때부터 산책할 때마다 '천안함 모자'를 쓰는 것 같아.

-이번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 참석은 유럽 간 국제 안보 협력을 강화한다는 의미가 있는데, 국내에서도 지지층을 향해 '강한 안보'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는 차원이 아닐까 싶어. 윤 대통령은 순방 중인 지난 12일(현지시간)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하자 현지에서 긴급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를 주재하기도 했어. 또 NATO 정상회의에서 "이런 도발을 묵과할 수 없다"면서 강하게 규탄하는 메시지를 냈어. 당초 북핵 위협에 대한 국제사회 공조를 호소할 예정이긴 했는데 북한의 발사 이후 훨씬 발언 강도가 세졌어.

-김건희 여사도 요즘 순방 때마다 들고 가는 게 있다고?

-2030 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엑스포 키링'이야. 'Busan is ready'(부산은 준비를 마쳤다)라는 문구가 담겼는데 본인이 직접 디자인 제작 전반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어.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기구(BIE) 참석을 위한 순방 때부터 회원국 대표들이나 현지 외신 기자, 정상급 인사들에게 이 키링을 나눠주면서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해왔어. 이번 순방 때도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 부인 아가타 콘하우저-두다 여사나 리투아니아 세종학당 관계자 등에게 키링을 기념품으로 전달했어. 오는 11월 세계박람회 유치 도시가 선정될 때까지는 국내외를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키링으로 부산엑스포 유치를 홍보할 것 같아.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논란이 된 발언을 인용해 실업급여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남용희 기자

◆ 여성·계약직·청년 때문에 실업급여 깎겠다는 정부·여당

-국민의힘이 갈라치기 논란에 휩싸였다고?

-발단은 지난 12일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실업급여 제도 민당정 공청회에서야. 이 자리에 참석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업무 담당자가 "남자분들의 경우, 정말 장기적으로 (일하다가) 갑자기 (실직한) 그런 분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오시는데 여자분들, 계약 기간 만료, 젊은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온다"고 발언했어.

-이게 끝이 아니었어.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이 발언을 인용해서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는 사람 중) 한 부류는 아주 어두운 얼굴로 온다고 한다. 일하고 싶은 실질적 구직자"라면서 "한 부류는 아주 밝은 얼굴로 온다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아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이라고 했어.

-이런 발언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와. 옥지원 전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오늘 남녀 갈라치기 발언은 당을 떠나 누가 봐도 매우 부적절했다"며 "남성은 울상으로 오는데, 청년·여성은 샤넬 선글라스를 산다? 남성은 성실한 일꾼, 여성은 사치하는 된장녀 프레임이냐"고 지적했지. 그러면서 "실업급여 얘기에 남자 여자가 왜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최소한 정부가 관련된 공청회에서는 남녀 갈라치기가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비했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제8차 회의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 /이새롬 기자

-실업급여 부정수급, 반복 수급 등은 개선해야 할 문제야. 그런데 '열심히 일하는 남성 노동자'와 '일하지 않고 놀러 다니는 여성 노동자'를 구분할 필요가 있었을까? 게다가 여성만이 아니야. 청년 전체 싸잡기도 했어. 박 의장은 "우리 젊은 세대들이 일하는 것보다는 조금 덜 벌고 그냥 편하게 쉬고 싶어 하는 그런 구조"라며 "실제로 중소기업은 지금 주력 인력이 50~60대라고 한다. 20대들이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구조"라고 했어.

-박 의장은 또 "2022년 주 40시간 기준 최저임금 근로자의 세후 월 근로소득은 179만 9800원, 최저 월 실업급여는 184만 7040원"이라며 '쉴 때 돈을 더 받는 구조'라는 점을 강조했어. 이 지점에서 실업급여가 아니라 근로소득이 낮다는 점에 문제의식을 느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와.

-당정은 이런 이유로 실업급여의 하한액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해. 실업급여의 액수가 적어지는 게 열심히 일하는 남성·중년 노동자에게 어떤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어. 또 실업급여가 적어지면 청년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취업할지도 의문이야.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얼굴을 만지고 있는 권영세 통일부 장관. / 이새롬 기자

◆ 김정은은 '남조선', 김여정은 '대한민국'…북한의 속내는?

-북한이 최근 우리를 '남측', '남조선' 대신 '대한민국'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대한민국' 표현이 나타난 건 지난 11일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에서였어. 김 부부장은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동해 배타적경제수역(EEZ) 상공을 침범했다면서 대응 행동을 경고하는 담화를 10일에 이어 두 차례 냈지. 우리 군을 향해서는 "해당 공역과 관련한 문제는 북한과 미군 사이의 문제"라며 "대한민국의 군부깡패들은 주제넘게 놀지 말고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비난했어. 김 부부장 담화에선 위임에 따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대신해 밝힌 공식 견해란 점도 강조했어.

-'대한민국' 표현이 왜 주목받고 있는거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은 공식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성명, 담화 등 입장을 발표할 때 우리를 '대한민국'으로 지칭한 적이 없어. '대한민국' 표기는 국제경기 대회, 남북회담에서 제3자 발언이나 언론을 인용할 경우 정도였다고 해. 전례가 없던 일이니 그 의도에 대한 분석이 분분해. 북한이 이제는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니라 나라 대 나라 관계로 재정립했다는 것, 더 나아가선 '적대 국가'에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굳히겠다는 것 등으로 해석돼.

-사실 북한이 우리에 대해 '다른 나라' 인식을 드러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냐. 북한은 1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방북을 거부한다고 밝힐 때도 통일전선부나 조국평화통일위원회와 같은 대남기구가 아니라 외교부 격인 외무성을 내세웠어. 이런 식의 발표도 이례적이었지만 그때도 김성일 북한 외무성 국장은 '대한민국'이라고 지칭하진 않았어. "남조선 그 어떤 인사의 입국도 허가할 수 없다는 것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정부의 방침"이라고 했지.

-김 위원장의 최근 담화는 또 다르던데?

-13일 북한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화성-18 시험발사 현지지도에서 "미제와 남조선 괴뢰역도들이 부질없는 반공화국 적대시정책의 수치스러운 패배를 절망속에 자인하고 단념할 때까지 보다 강력한 군사적공세를 연속적으로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어. 해당 보도는 이외 남측을 언급하는 다른 문장에서도 '대한민국' 대신 '남조선'을 사용했어. 김 부부장 담화에선 공식 입장발표상 최초로 '대한민국'이라며 '국가 대 국가' 인식을 드러내놓고 최고지도자인 김 위원장은 기존 표현을 쓴 거야.

-북한 최고지도자는 김 위원장이잖아. 큰 틀에서 대남 기조를 바꿨더라도 공식적인 용어 변경까지 나간 것 같진 않아. 김 부부장 담화는 일반 주민들은 접할 수 없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지만, 김 위원장의 '남조선' 발언을 담은 화성-18 발사 보도는 조선중앙통신과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모두에 게재됐거든. 다시 '한민족'을 앞세울 수 있는 남북 대화국면을 대비해 일단은 대외적으로만 사용되는 것으로 보고 있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11일 담화에서 '남측', '남조선'이 아닌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조선중앙TV 캡처. 뉴시스

-우리 정부 입장은 어때?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13일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대한민국' 지칭에 대해 "이것이 2개 국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아니냐 생각을 하는데 조금 더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어. "얼마 전 현정은 회장이 방북 신청했을 외무성 이름으로 '입국'을 거부한다는 식으로, (입경이 아닌) '입국'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주목해보긴 봐야겠다"면서야. 아직 '대내용'으로는 이러한 인식을 드러내지 않았으니 어느 쪽으로 결정하기엔 조심스럽고 추후 담화를 좀 더 지켜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인 것 같아.

-분단된 지 오랜 시간이 흐른만큼 통일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어. 특히 젊은 세대 중에선 '같은 민족이니 반드시 통일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많아. 그래도 북한과 적대적 관계를 지속하는 것과 관련해선 국민적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야. 정부도 대북 정책이 대화 가능성을 아예 배제한 채 압박 일변도로 흐르고 있는 게 아닌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한반도의 평화니까.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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