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더랜드'로 바라본 반복되는 '문화 왜곡' [TF초점]
'작은 아씨들'·'수리남'…끊임없는 논란
글로벌 플랫폼↑…타국 문화 감수성 중요해져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K드라마가 위상과 다르게 번번이 '문화 왜곡'에 휩싸이고 있다.
얼마 전 문화 왜곡으로 논란을 빚었던 JTBC 드라마 '킹더랜드'(극본 최롬, 연출 임현욱)의 이야기다. 매번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한국드라마 인기몰이를 하던 '킹더랜드'는 아랍문화 왜곡 논란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8일과 9일 방송된 아랍왕자 에피소드다. 아랍인 캐릭터를 인도 출신 배우가 연기하고 술을 즐기는 듯한 연출이 이어졌으며 천사랑(임윤아 분)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해 뜬금없이 남자 주인공과 경쟁구도를 펼치는 장면이 담겼다. 현재 이슬람 율법에선 음주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데 이와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해외 네티즌들은 "'킹더랜드'가 아랍문화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아랍왕자라는 설정에 걸맞지 않게 아랍 문화 이해도와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고 비난이 일었다. 미국의 영화정보 모음 사이트이자 아마존닷컴의 자회사인 IMDb에는 아랍 문화 왜곡을 비판하는 댓글이 달렸으며 이는 평점 테러로 이어졌다. 현재 IMDb에서 '킹더랜드'의 평점은 10점 만점 중 1.8점이다.
논란이 커지자 '킹더랜드' 제작진은 사과문을 올리고 수습에 나섰다. 클럽 장면을 삭제하고 공식 홈페이지와 국내 플랫폼에 수정본을 올렸으며 13일에는 공식 SNS에 아랍어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특정 국가나 문화를 희화화하거나 왜곡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는 아랍어 사과문은 전날 한국어와 영어로 발표한 내용과 같다.
K드라마의 문화 왜곡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방영된 tvN 드라마 '작은 아씨들'(극본 정서경, 연출 김희원)은 초기 넷플릭스 전체 순위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성을 보였지만 3회와 8회에서 베트남전 관련 대사가 논란을 일으켜 넷플릭스에서 전편 삭제됐다.
넷플릭스 '수리남'(감독 윤종빈) 역시 실존하는 국가 지명을 제목으로 삼아 마약과 부패를 일삼는 국가로 낙인찍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2021년 방영된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극본 정보훈, 연출 조영광)은 인도네시아 숙소를 낡은 건물로 묘사하고 자국 선수들을 꺾은 한국 선수들에게 야유를 보내는 인도네시아 팬들의 모습을 송출해 인도네시아 비하 논란을 일으켰다.
한국 드라마는 과거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극본 박계옥, 연출 신경수)로 문화 왜곡의 후폭풍을 뼈저리게 경험했다. 중국식 소품이 전시된 공간에서 중국 음식을 대접하는 모습과 충녕대군과 태종 이방원을 왜곡된 이미지로 표현한 모습은 결국 2회 만에 조기종영은 물론 사상 초유 방송 퇴출이라는 오점을 남겼다.
자국 드라마에 나오는 문화 왜곡은 즉각 비판하고 나서며 방송 중단까지 이끌어 냈지만 타국 문화 왜곡은 아무렇지 않게 넣는 모습은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가는 데 비해 문화 감수성은 그 위상에 따라가지 못함을 보여준다.
반복되는 K드라마 문화 왜곡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환경의 변화'와 '점검 시스템'을 꼽는다. 정 문화평론가는 <더팩트>에 "국내에서만 유통·소비되는 것이 아닌 해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소비되다 보니 깊게 들여다보지 않은 시선이 K콘텐츠에 집중돼 있다"며 "이런 환경 변화에 K콘텐츠가 잘 적응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콘텐츠가 가진 영향력에 맞게 타문화 존중이나 감수성이 올라가야 한다. 전보다 더 나은 콘텐츠를 생산해야 하는데 중간에서 감수하고 필터링해주는 전문적인 시스템이 더 활성화 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다양한 글로벌 플랫폼이 증가하며 K드라마에 대한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K드라마를 위해 타국 문화와 민감한 이슈를 다룰 때 세심한 점검과 타문화 존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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