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김유영]‘빚내서 집 사라’로 경착륙 막았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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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올 초만 해도 가파른 집값 하락에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컸지만, 불과 반년 사이 분위기가 급변했다.
지난 정부 때 '부동산 불장'을 경험한 이들이 대출 규제와 고금리 등으로 숨을 죽이고 있었던 뿐이지, 언제든 시장 환경이 바뀌면 집에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많다.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일부 지역에 한해서라고 보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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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대 규모 가계부채도 부담
문제는 시장이 반응하는 속도가 엄청 빨랐다는 것. 핵심 지역 집값, 정확히는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다 말았다. 서울 강남권에서 30평대 아파트는 저점 대비 2억∼3억 원 올라 팔리고 있다. 분양권 거래도 많아졌다. 바닥을 쳤다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특히 한강 변이나 여의도, 압구정 등 재건축 추진 계획까지 잇달아 나오며 일부 단지는 최고가 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대출받아 집 사는 사람들이 늘면서 가계대출은 6월 말 기준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하면서 한국 경제에 부담이 됐다.
부동산 경착륙은 피했지만 엄밀히는 인기 지역 아파트에 한해 경착륙을 피했다. 전국적인 규제 완화로 지방 주택이나 비(非)아파트 경착륙 상황은 여전하면서 오히려 양극화가 커졌다. 지방 분양 단지 청약 성적표는 처참해졌고, 지방 아파트값에 최소 10억 원을 더해야 서울 외곽의 아파트를 살 수 있게 됐다.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만큼 단독주택이나 빌라는 서울이라도 재개발 추진과 같은 웬만한 이슈가 없는 한 거래 자체가 사실상 끊기며 역대 최저 수준의 매매량을 보이고 있다. 서울의 규제가 풀렸으니, 기왕이면 대출을 더 받거나 무리해서라도 수도권, 수도권에서도 서울, 서울에서도 핵심지를 찾는다. 실제로 상반기 서울에서 팔린 아파트 4채 중 1채는 외지인, 지방에서 산 수요였다.
‘빚내서 집 사라’고 했던 박근혜 정부 때는 인구 감소로 집값이 장기적으로 떨어질 것이란 가설이 힘을 얻으며 매매를 하지 않으려는 수요가 높아 전세 찾는 사람들이 압도적으로 많아지며 전세가가 치솟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지난 정부 때 ‘부동산 불장’을 경험한 이들이 대출 규제와 고금리 등으로 숨을 죽이고 있었던 뿐이지, 언제든 시장 환경이 바뀌면 집에 돈을 쓸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많다. 지난달 줍줍(무순위청약)으로 나온 서울 흑석자이 2채에 무려 90만 명 넘게 몰렸다.
물론 앞으로 아파트값이 떨어질 여지는 얼마든 있다. 아파트 매매량이 본격 회복되지 못한 점, 매매가를 떠받치는 전세가가 쉽게 오르지 못하는 점, 급매 이후 추격 매수세가 바로 붙지 못하는 점 등을 감안하면 본격 상승세로 보긴 힘들고 금리도 변수다.
그럼에도 시장이 과거보다 더 빠르고 더 민감하게 움직인다는 점을 새삼 기억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에 억눌렸던 시장 정상화는 필요하지만, 완급 조절은 할 필요가 있다. 가계대출 관리도 시급한 시점에 부동산 규제 완화로 정책 엇박자가 벌어지기도 했다.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 우려가 해소되고 있다고 판단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두는 일부 지역에 한해서라고 보는 게 옳다. 무주택자가 내 집 마련하기에 집값은 여전히 높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도 ‘질서 있는 정상화’가 필요한 이유다.
김유영 산업2부장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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