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청춘남녀 만남 주선하는 지자체

박희준 2023. 7. 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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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아이들에게 활동공간은 동네로 제한됐다.

골목길로 이어진 이웃과 가게들이 세상의 전부였다.

세상 일은 알음알음 아니면 신문이나 잡지, 라디오, 지상파방송으로 전해 들을 뿐이었다.

남녀가 짝을 찾는 방법도 제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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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아이들에게 활동공간은 동네로 제한됐다. 골목길로 이어진 이웃과 가게들이 세상의 전부였다. 시골에서는 이웃 마을 가는 것조차 엄두내기 어려웠다. 성인이 되어서도 활동공간은 지금처럼 넓지 않았다. 세상 일은 알음알음 아니면 신문이나 잡지, 라디오, 지상파방송으로 전해 들을 뿐이었다.

남녀가 짝을 찾는 방법도 제한적이었다. 같은 동네, 교회 등을 넘어 이성을 만나려면 펜팔이나 위문편지 같은 수단을 이용했다. ‘뉴히트송’, ‘최신히트가요’ 같은 노래책이 젊은이들에게 크게 인기를 끌었다. 노래책 뒷부분에 ‘누나’, ‘남동생’, ‘친구’를 구하는 펜팔 희망자의 이름과 주소가 적혀 있어서였다. 중매결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다.

지금은 얼마나 활짝 열린 세상인가. 곳곳을 거미줄처럼 잇는 대중교통수단에 개인이동장치까지 손쉽게 이용 가능하다. 아예 손안의 세상이다. 앱을 통해 지구 반대편 사람과도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세상은 넓어졌다는데 외로운 솔로는 부지기수다. 낭만의 시대가 사라져서일까.

우연히 버스에서 만난 상대를 첫눈에 반해 따라가 결혼까지 성공했다는 이야기는 전설이다. 낯선 이성에게 이름과 전화번호를 물어봤다가는 치한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1980년대 유행한 노래의 가사처럼, 별도 달도 모두 숨은 깜깜한 ‘골목길’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떠날 수 없어 ‘그 집 앞’에서 눈물 속에 서성이다가는 스토킹범으로 처벌될 수 있다. 달 밝은 밤에 그대는 누구를 생각하는지 알고 싶어하지 말고 그냥 잊고 푹 자는 게 현명하다.

외로운 청춘남녀가 얼마나 많은 걸까. 경기 성남시가 이달 초 2차례 마련한 미혼남녀 만남 행사가 대성황을 이뤘다. 성남에 살거나 성남 기업체에 근무하는 27~39세 직장인 미혼남녀 200명 모집에 1188명이 몰렸을 정도다. 여기서 78명이 짝을 찾았다고 한다. 7년 전부터 같은 사업을 해 온 경북 구미에서는 105쌍이 맺어져 16쌍의 부부가 만들어졌다.

중매에 나선 격인 지자체들이 좋은 성과를 낸다니 반가운 일이다. 다만 저출산 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접근할 경우 외면을 받을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은 새겨들을 부분이다. 지자체는 순수하게 판만 깔아주고 빠지라는 얘기다.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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