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오후 3시 육퇴’ 가능한 스웨덴

이정한 2023. 7. 14. 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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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퇴근 시간이거든요."

당연하다는 듯이 '퇴근'을 말하는 스웨덴 교민의 말에 어리둥절한 찰나, "오전 7시나 8시에 출근해 3∼4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라는 이어진 설명에 입이 벌어졌다.

스웨덴 린네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최연혁 교수는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그나마 스웨덴은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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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퇴근 시간이거든요.”

시계가 오후 3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당연하다는 듯이 ‘퇴근’을 말하는 스웨덴 교민의 말에 어리둥절한 찰나, “오전 7시나 8시에 출근해 3∼4시에 퇴근하는 게 일상”이라는 이어진 설명에 입이 벌어졌다. 복지국가를 말할 때면 가장 먼저 언급되는 스웨덴. 그곳에서 기자의 눈을 사로잡은 건 그 어떤 복지제도보다 오후 3시만 되면 집으로 향하는 직장인으로 가득한 ‘평범한 퇴근길’이었다.
이정한 사회부 기자
지난달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만난 복지 당국자는 저출생 문제로 시름이 깊은 우리나라 사정을 듣더니 스웨덴에서는 부모 대부분이 육아 환경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보육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데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직접 양육하는 데 큰 문제 없는 노동환경이 육아 걱정을 덜어준다고 한다. 적어도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부모가 직장 때문에 출산을 망설이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사실 스웨덴도 저출생 문제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1.7명을 훌쩍 넘겼던 합계출산율은 매년 떨어져 지난해 1.52명까지 줄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확실한 미래, 얽매이는 걸 싫어하고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젊은 세대의 특성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스웨덴 린네대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최연혁 교수는 “대부분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며 “그나마 스웨덴은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떨어졌다고 해도 OECD 회원국 중 10년째 독보적인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0.78명)에 비하면 두 배 수준이다. 스웨덴의 육아휴직 제도는 출산율을 지탱하는 큰 축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세계 최초로 아빠의 육아휴직을 의무로 부여해 남성과 여성 모두 일·가정 양립이 가능케 했다. 국내 육아휴직 사용률은 25%에 불과한데, 이마저도 엄마의 사용률이 65%다. 아빠의 사용률은 단 4%에 그친다. 제도는 있으나 눈치 보며 쓰지 못하는 아빠가 대다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아빠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수차례 올라왔다. 그러나 제대로 논의되질 못했다. 중소기업의 인력 문제 등 전 부처가 합심해 추진해 가야 하는데 필요성만 제기하고 방치해 둔 꼴이다.

휴대폰 달력엔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친구들 결혼식 일정이 저장돼 있다. 20대 중반부터 ‘벌써 가냐’는 말을 여럿에게 했고, 30대 초에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자랑하는 또래들을 틈틈이 봤다. 나름의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원치 않는 청년도 많지만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인 청년도 적지 않다. 다만 일을 하며 육아를 하기에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도 낳을 수 없는 환경’, 출산의 걸림돌 중 하나임엔 틀림없다.

그간 모든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내걸었지만 해결책은 여전히 별로 달라진 게 없다. 다자녀 출산 시 주택 대출 원금을 탕감해 준다거나 군 복무를 줄여주겠다는 터무니없는 정책이 차라리 솔깃하게 들릴 정도다. 전문가들은 국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이 불과 5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한다. 이제는 육아휴직 의무화를 비롯해 그 어떤 파격적인 대책도 저출생 극복 방안의 테이블에 올려 논의해야 할 때다.

이정한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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