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의얇은소설] 나의 몇가지 잘못된 점
‘지금의 나는 어떠한가’에 질문
리디아 데이비스, ‘헬렌과 바이: 건강과 활기에 대한 연구’(‘불안의 변이’에 수록, 강경이 옮김, 봄날의책)
‘서론’ 후에 이제 독자는 ‘성장 환경’ ‘여가 활동’ ‘개인적 습관’과 같은 몇 개의 소제목에 따라 헬렌과 바이라는 인물에 대한 상세한 이야기를 읽게 된다. 헬렌은 현재 요양원에서 살지만 일 년 전까지만 해도 혼자 독립적으로 자신의 집을 돌보았다. 옷 수선 일을 했고 금연했고 간식도 조금씩만 먹었다. 규칙적이고 절제를 실천했다. 바이는 청소부로 일하는 모든 집주인이 그녀를 신뢰할 만큼 꼼꼼하게 일했다. 교회에서 노래했고 집안일과 정원 일도 스스로 했다. 예순 살에 운전을 배워 멀리까지도 두려움 없이 차를 몬다. 차이가 있으나 그녀들에겐 공통점이 더 많다. 평생 절약하는 습관을 지녔으며 상당한 거리를 걸어 다녔고 집을, 옷차림을 깨끗하게 유지한 데다 ‘성격과 기질’면에서 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며 다정하고 관대했다. 평생 가족과 친구들에게 물질과 시간을 너그럽게 베풀기도 했다.
이 연구는 헬렌과 바이가 자신들의 행동이 만든 긍정적인 효과가 다시 그들에게 그 행동을 반복하도록 하는, ‘긍정 강화의 순환’이 창조되었다는 ‘결론’으로 마친다. 독자인 우리는 헬렌과 바이가 그 나이에도 어떻게 건강과 활기를 갖고 살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면 이제 끝난 것인가? 아니다. 독자는 이 지점에서 읽는 방식을 바꾸게 될지 모른다. 인물들은 자신들의 행동으로 변화했고 성장했다. 이제 독자인 나 자신에게 부드러운 질문을 던지게 된다. 자, 지금 나는 어떠한가?라고.
이 단편소설의 소제목이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성장 환경’ ‘일’ ‘여행’ ‘성격과 기질’ ‘대화 방법’ ‘현재 생활 환경’ 같은. 차례대로 소제목 밑에 헬렌과 바이가 아니라 독자인 나의 문장들을 적는다. 우선 나이와 이름을. 예를 들면 ‘대화 방식’에 “헬렌은 말을 하기보다 듣는 쪽이고, 바이는 말을 하는 쪽이다”라는 문장을 나는 요즘 말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싫어졌다고, ‘신체 활동: 일과 놀이’ 소제목에도 걷기보다는 상당 시간 누워서 빈둥거린다고 솔직하게 쓰는 것이다. 헬렌과 바이를 위한 소제목은 다 읽고 나면 이렇게 독자에게 열린 질문으로 다가와 이야기에 참여시킨다.
나에 관한 몇 개의 문장들을 빤히 들여다보니 문제점들이 확연히 보인다.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변화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이 여름에 필요한 건강과 활기를 얻기 위해서. ‘나의 몇 가지 잘못된 점’은 이 책에 수록된 리디아 데이비스의 첫 번째 이야기 제목이다.
조경란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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