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왕이 “한중일 3국 협의체 재활성화에 적극 노력”

박진 외교부 장관,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13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중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박진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외교담당 중앙정치국 위원이 14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중 양자회담을 하고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두 사람은 건강한 한-중관계를 만들기 위해 양국이 모두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 나가자는데 뜻을 모으고, 북핵 문제와 관련해 소통을 강화하기로 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차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하고 있는 박 장관은 이날 오후 자카르타 샹그릴라호텔에서 왕 위원과 회담했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왕 위원이 외교부장이던 지난해 8월 중국 칭다오에서 양자회담을 한 뒤 11개월 만이다.

현지시각 오후 5시19분께 시작한 이날 회담은 애초 예정됐던 30분을 넘긴 45분간 진행됐다. 두 사람은 △외교안보 대화 △차관급 전략 대화 △1.5트랙 대화 등 다양한 수준에서 양국 간 소통과 교류를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 △인적 교류 확대 △문화콘텐츠 교류 활성화 등에도 적극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한·중·일 3국 간 협력이 역내 평화와 번영에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장관·정상회의 등 3국 협력 협의체의 재활성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박 장관은 특히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한다. 북한이 도발을 중단하고 비핵화에 복귀하는 것이 한·중의 공동 이익”이라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국 쪽의 건설적인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왕 위원은 이날 회담에서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쪽 입장을 언급했다.

이번 회담은 양국 관계가 극도로 경색된 가운데 진행됐다. 양국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지난달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청한 자리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발언한 것을 기점으로, 상대국의 대사를 맞초치하는 등 관계 악화 일로를 걸었다. 이날 박 장관은 왕 위원에게 싱 대사의 발언에 대한 한국 쪽의 유감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박 장관과 왕 위원의 회담은 더 이상의 한-중 관계 악화는 상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양국 이해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동북아에서 공고해진 만큼 단기간에 양국 관계가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다.

이날 박 장관과 왕 위원 회담 뒤에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도 열렸다. 박 장관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만나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규탄하고 3국 공조 강화에 뜻을 같이했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이날 회담을 마친 뒤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그리고 일본은 북한이 7월12일 감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는 다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하고 노골적인 위반이며, 한반도 및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야기한다”고 밝혔다. 이어 “미합중국은 대한민국과 일본에 대한 미합중국의 방위 공약은 철통같으며, 핵을 포함해 모든 범주의 방어 역량으로 뒷받침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3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북한 미사일 경보 정보 실시간 공유, 해상미사일 방어 훈련, 대잠전 훈련, 해양차단 훈련을 포함한 3국 간 안보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카르타/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